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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의 비 ㅣ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추지나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지하도의 비라."
아사코는 몸에서 접시를 떼고 그녀 쪽으로 돌아섰다.
"계속 지하에 있으면 비가 내려도, 줄곧 내려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지?
그런데 어느 순간 별생각 없이 옆 사람을 보니 젖은 우산을 들었어. 아, 비가 내리는구나, 그때 비로소 알지.
그러기 전까지 지상은 당연히 화창하리라고 굳게 믿었던 거야. 내 머리 위에 비가 내릴 리가 없다고."
어수룩하지, 하고 그녀는 말했다.
"배신당할 때 기분이랑 참 비슷해." <p.23~24>
배신당하고 상처입은 여자의 마음을 섬세하게 잘 그려놓은 '지하도의 비', 빨간실로 이어진 운명적인 인연에 관한 글은 많이 봤지만 검은색 실로 묶인 인연에 관해 얘기하는 것은 첨이라 넘 신기하면서도 두렵게 만들었던 '결코 보이지 않는다', 일가족 동반자살 사건에 대해 이웃, 회사동료, 경찰, 친구, 부하, 담임 교사등이 돌아가며 진술하는 형식의 이야기인데 이야기속 사람들의 모습에서 알 수 있는 그 가족의 비밀이랄까, 보지 말아야 할 것을 훔쳐본 기분이 드는 '불문율', 심야 두시반에 걸려오는 전화에 관련된 이야기로 도시괴담 같은 이야기를 담은 '혼선', 암으로 생을 마감한 가쓰코 이모, 자립 여자의 선두주자 같았던 가쓰코 이모에 대해 얘기하면서 함께 밝혀지는 숨겨진 사랑(?)에 대한 이야기 '영원한 승리', 사건 때문에 인생에서 쌓아온 모든 것을 잃은 남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마에 씌었다는 말이 무엇인지에 대해 얘기하는데 그게 오늘의 내가 될 수 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 아찔했던 '무쿠로바라', 소리가 사라진 집, 그 속에 오도카니 앉아 즐거웠던 시절의 추억을 곱씹는 사람이 있다. 가족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안녕, 기리하라 씨'
미야베 미유키의 단편집 '지하도의 비'
지하도의 비, 결코 보이지 않는다, 불문율, 혼선, 영원한 승리, 무쿠로바라, 안녕, 기리하라 씨 등의 단편을 통해 주위에서 일어날 법 하면서도 신기한 이야기들을 미야베 미유키만의 방식으로 들려주는데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섬뜩해지기도 하고, 나를 반성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하더라.
갠적으로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여자들만이 느낄수 있는 미묘한 심리를 담은 지하도의 비와 소리가 사라져버린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고 더불어 가족이란게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계기가 됐던 안녕, 기리하라씨라는 작품이 젤로 괜찮았던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