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잉 아이 - Dying Eye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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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금 내가 할 일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을 납득할 수 있게 만드는 겁니다." <p.340>

 

'양하'에서 바텐더로 일하는 신스케는 어디선가 본 듯한 묘한 손님에게 뒤통수를 맞고 쓰러지는 사고를 당한다. 범인은 기시나카 레이지.

범인이 이 사람이 아닐까 하는 맘에 그의 집을 찾았다 자살한 그를 발견한 경찰은 그가 1년반 전에 인명 사고를 일으켰던 사건의 피해자인 기시나카 미나에씨의 남편이란 사실을 알려 준다. 1년반 전에 자신이 일으켰다는 교통사고 부분만 기억에 없는 신스케는 사고에 관해 주위 사람들에게 얘기를 들어보려 하지만 모두들 기억이 안나면 어떠냐며 운이 나빠서 난 사고였으니 잊을 수 있으면 빨리 잊어버리라 말한다.

때마침 동거녀 '나루미'가 사라진 일이 생겨 실종신고를 하러 갔다 사건 담당자를 만나 그를 통해 지난 사고 얘기를 들은 그는 다른 차를 운전했던 사람의 신원을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더 큰 의문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기시나카 미나에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점에선 신스케와 마찬가지로 죄인일텐데 죄의식을 느끼기는 커녕 우아한 삶을 살고 있는 그. 왜 그 사건의 원망이 모두 자신에게만 쏠렸는지 납득할 수 없어 다방면으로 알아보던중 기시나카의 옆집사는 고등학생으로부터 기시나카 레이지의 시신이 발견되기 전날 밤 그의 부인을 봤다는 믿지 못할 얘길 듣게 되는데 . . .

 

명탐정의 규칙 이후 간만에 읽게 되는 그의 작품이지만 국내에 꾸준히 소개되고있는 인기작가의 책이라 그런지 항상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을 읽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조금은 힘들었기에 받자마자 즐거운 맘으로 후다닥 읽어버린 '다잉 아이'

재미가 있고 없고를 떠나 페이지가 술술술 넘어가는 것이 그는 진정 페이지터너 !!! 

사고로 기억을 잃은 남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이란 특이한 주제로 사건의 정교한 구성과 복선, 원한과 복수, 어두운 욕망등 치밀한 심리묘사로 읽는 내내 빠져들 수 밖에 없었지만 '소설보석' 이란 문예지에 1998년 2월부터 1999년 1월까지 연재했던 장편소설이 연재 후 8년 만에 단행본으로 출간된 작품이라 그런지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은 의아해지는 상황 전개에 조금은 촌스럽게 느껴졌던 것 같아 내심 아쉽기도 했지만 그의 책이 나온다면 또 아무 고민없이 덥썩 집어 들리란 사실을 알기에 오늘은 이정도만 !!

 

신스케와 에지마의 대화를 보면 교통사고에 대한 이야기가 제법 나오는데 대야 속에 유리구슬 몇십 개를 담은 꼴이니 부딪치지 않는 게 더 이상하다며 그 정도로 흔한게 교통사고라 얘기하지만 그 사고로 인해 운명이 뒤바뀐 사람들의 이야기는 수없이 보고 들어오지 않았던가 -

"그럴 때는 어떻게 하죠? 그러니까, 불쾌한 기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이 말입니다."

"어떻게 하고 말고가 있겠습니까. 빨리 잊어버리는 게 상책이죠. 그뿐입니다." <p.21>

잊고 싶지만 잊는게 불가능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을 가슴에 묻고 그리움으로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다.

교통경찰의 밤이란 단편집 내용이 생각나기도 하고 방황하는 칼날에서 원래 규칙은 양날의 칼이라며 자신을 지켜준다고 생각한 것이 어느날 갑자기 자신에게 칼을 들이대기도 한다며 중요한 건 그 칼을 사용하는 사람이라고 했던 말이 생각나 맘이 묵직해지고 안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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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의 비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추지나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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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하도의 비라."
아사코는 몸에서 접시를 떼고 그녀 쪽으로 돌아섰다.
"계속 지하에 있으면 비가 내려도, 줄곧 내려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지?

그런데 어느 순간 별생각 없이 옆 사람을 보니 젖은 우산을 들었어. 아, 비가 내리는구나, 그때 비로소 알지.

그러기 전까지 지상은 당연히 화창하리라고 굳게 믿었던 거야. 내 머리 위에 비가 내릴 리가 없다고."
어수룩하지, 하고 그녀는 말했다.
"배신당할 때 기분이랑 참 비슷해." <p.23~24>

 

배신당하고 상처입은 여자의 마음을 섬세하게 잘 그려놓은 '지하도의 비', 빨간실로 이어진 운명적인 인연에 관한 글은 많이 봤지만 검은색 실로 묶인 인연에 관해 얘기하는 것은 첨이라 넘 신기하면서도 두렵게 만들었던 '결코 보이지 않는다', 일가족 동반자살 사건에 대해 이웃, 회사동료, 경찰, 친구, 부하, 담임 교사등이 돌아가며 진술하는 형식의 이야기인데 이야기속 사람들의 모습에서 알 수 있는 그 가족의 비밀이랄까, 보지 말아야 할 것을 훔쳐본 기분이 드는 '불문율', 심야 두시반에 걸려오는 전화에 관련된 이야기로 도시괴담 같은 이야기를 담은 '혼선', 암으로 생을 마감한 가쓰코 이모, 자립 여자의 선두주자 같았던 가쓰코 이모에 대해 얘기하면서 함께 밝혀지는 숨겨진 사랑(?)에 대한 이야기 '영원한 승리', 사건 때문에 인생에서 쌓아온 모든 것을 잃은 남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마에 씌었다는 말이 무엇인지에 대해 얘기하는데 그게 오늘의 내가 될 수 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 아찔했던 '무쿠로바라', 소리가 사라진 집, 그 속에 오도카니 앉아 즐거웠던 시절의 추억을 곱씹는 사람이 있다. 가족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안녕, 기리하라 씨'

 

미야베 미유키의 단편집 '지하도의 비'

지하도의 비, 결코 보이지 않는다, 불문율, 혼선, 영원한 승리, 무쿠로바라, 안녕, 기리하라 씨 등의 단편을 통해 주위에서 일어날 법 하면서도 신기한 이야기들을 미야베 미유키만의 방식으로 들려주는데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섬뜩해지기도 하고, 나를 반성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 주기도 하더라. 

갠적으로는 사랑과 이별에 대한 여자들만이 느낄수 있는 미묘한 심리를 담은 지하도의 비와 소리가 사라져버린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고 더불어 가족이란게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는 계기가 됐던 안녕, 기리하라씨라는 작품이 젤로 괜찮았던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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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치조지의 아사히나 군
나카타 에이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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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라는 건 대단하지." <p.238>

 

나카타 에이이치의 기치조지의 아사히나군은 교환 일기 시작했습니다!. 기치조지의 아사히나 군, 낙서를 둘러싼 모험, 삼각형은 허물지 않고 둔다, 시끄러운 배 등의 다섯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다섯가지 이야기 모두 두근두근한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무척 재밌게 읽었다.

평범하지만 특별한 다섯 가지 사랑이야기.

우연이 인연이 되고, 인연이 운명이 되는 그런 이야기들이랄까 ~ 읽는내내 주인공들 모두가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혼났다.

특히 삼각형은 허물지 않고 둔다, 시끄러운 배는 두근두근 설레게 만드는 순정 만화를 읽고 있는 그런 기분인지라 내 자신이 학창시절로 되돌아간 기분이 들더라는 ~

 

교환 일기 시작했습니다!

1986년 1월부터 1993년 10월까지의 일기 형식의 이야기인데 처음 교환 일기를 주고 받은 게이타와 이즈미 하루카. 사소한 오해로 교환일기는 금방 끝나버리지만 언니의 교환 일기를 몰래 훔쳐본 여동생 유키는 물론, 4년의 시간이 흘러 이삿짐 짐칸에 떨어진 노트를 주운 사람, 파출소 직원의 손을 통해 결국 하루카의 엄마를 통해 본인의 손으로 들어갔다 또다시 생판 모르는 사람의 손으로 흘러 들어가는 교환 일기장의 운명. 그렇게 이야기는, 우리들의 삶은 거짓말처럼 이어진다.

대학에도 가지 않고, 취직도 안하고, 아르바이트를 해도 사흘 만에 그만둬버리고, 집에서 오는 생활비를 멋대로 써버리는 그녀. 이제 슬슬 포기해야 될 때인가보다 그만두자. 그만두자. 그만두자. 이런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싶을때 조금만 더 계속해봐야겠다 다짐하게 되는 계가가 운명처럼 찾아오는데 . . .

 

기치조지의 아사히나 군

4월 벚꽃철. 기치조지의 어느 다목적 빌딩 오층의 커피숍에서 야마다 마야라고 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야마다 마야라는 그녀를 알게 되는 아사히나 군.

커피숍 내 커플 손님의 타툼으로 예기치못하게 상처를 입은 사건으로 안면을 트고 일주일 뒤 헌혈 룸에서 그녀와 만나게 된 그는 그녀가 결혼을 했고 딸'도노'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지만 그녀에게로 향하는 마음을 멈출 수 없다. 휴대폰으로 문자를 주고 받고, 공원을 산책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그들. 하지만 그들의 만남엔 크나큰 비밀이 숨겨져 있는데 . . . 그들의 운명은 ?

 

낙서를 둘러싼 모험.

고등학교 2학년. 책상의 낙서 때문에 상처를 받고 일주일째 결석하고 있는 모리 아키라. 불량한 아이들의 짓이라 생각하곤 야심한 밤에 학교로 침입해 그들의 책상에 낙서를 해놓을 요량으로 유성 마커를 들고 학교를 찾은 그녀. 초등학교때 비슷한 입장에 처한 경험이 있었던 그녀이기에 두 번 다시 이지메를 당하지 않도록 조심조심 살아가는게 고작이었던 시기인터라 그녀에게는 크나큰 결심이었는데 그곳에서 도야마 신노스케와 만나게 되고 그와 함께 반 아이들의 책상 모두에 낙서를 하게 된 것. 그 사건을 계기로 휴대폰 번호를 주고 받지만 아무일 없이 5년이란 시간이 흐른다.

얼마전 봄방학을 맞아 시골에 있는 본가에 갔을 때 낡은 CD를 찾느라고 벽장을 뒤지다 작은 냅색을 발견하고 그 안에 든 손전등이며 유성 마커를 보고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는 치하루. 지인들에게 소식을 물어 물어 간신히 그를 만난 그녀는 그 사건과 관련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데 . . .


삼각형은 허물지 않고 둔다

고등학교 1학년. 체육시간 농구를 계기로 여자들의 선망의 대상인 모든 면에서 월능하고 잘생긴 쓰토무와 친하게 된 와시즈.

그러던 어느날 이름을 불러도 들리지 않는지 멍하니 깊은 생각에 잠긴 그가 오사나이를 좋아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역시 그녀에게로 향하는 마음을 멈출수 없지만 그 마음을 숨기고 만다. 내가 돋보이기보다 타인이 돋보이는 걸 뒤에서 지켜보는게 더 좋은 그. 이번에도 쓰토무와 오사나이가 잘되기만을 바라지만 오사나이의 마음이 쓰토무가 아닌 자신을 향한 것을 어렴풋이 느끼는 와시즈. 세 사람의 미묘한 관계는 어떻게 될까 ?

 

시끄러운 배

꼬르르르륵, 꾸룩꾸룩, 차박차박 유난히도 크게 울리는 뱃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난감해하는 다카야마.

배에서 나는 이런저런 소리로 일명 '배울리스트'가 된 그녀는 배에서 울리는 소리에 굉장히 민감하다. 3년전 좋아하는 데라시마 선배에게 단추를 달라고 고백해야 하는 순간에도 뱃속에서 울리는 요상하면서도 우렁찬 소리에 본의 아니게 숨어있을 수 밖에 없었던 뼈아픈 기억이 있는 그녀이기에 매사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반 친구 가스가이는 본인이 다른 사람보다 귀가 밝다며 다카야마의 배에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를 다 알고 있다며 아는체하는 바람에 곤란하기만 하다.

누군가의 주목을 끄는 것에 약해 조신한 여학생 이미지로 통하는 그녀. 그녀는 뱃속에서 나는 요란한 소리를 들키지 않고 생활할 수 있을까 ?

 

 

"보통 그런 일이 있으면 여자아이 쪽이 너한테 반하지 않니? 그런데 대체 어째서 네가 방황하는 거야 ?"

"글쎄, 모르겠어. 뭔가 구체적인 이유 같은 게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러면 난 그 이유에 대해 혼자 여러 가지 반론을 해보고, 안정을 찾을 수 있었을 테지.

아마 작은 순간이 쌓여서, 이를테면 그날 본 옆얼굴, 그날 한 말, 그날 분위기, 총체적인 인상이 슬금슬금 보디블로(권투에서 상대편이 배와 가슴을 치는 일)처럼 영향을 미쳤던 게 아닐까." <p.192>

 

삼격형은 허물지 않고 둔다에서 쓰토무가 오사나이를 좋아하게 된 계기에 대해 와시즈와 얘기를 나누는 부분의 대화인데 굉장히 공감이 되더라는 ~

이 책이 좋은 것도 이런 전체적인 느낌이 좋아서일꺼다. 쌀쌀한 가을, 내 마음을 살랑살랑 핑크빛으로 물들게 해줄 것만 같은 책이랄까 ~

옆구리가 시렵다거나, 나도 여자친구,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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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불의 집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시작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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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히 아는 사실이라도 가능성을 하나씩 없애나가는 것이 오타의 방식이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증거를 가느다란 체에 거르면 마지막에는 진실만 남을테니까. <p.14>

 

 
도깨비불의 집

온갖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는 아름다운 계절 골든 위크에 아담한 집들과 과수원이 늘어선 한적한 도깨비불 마을이라 불리는 고진마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가족전원이 마쓰모토 시내에 있는 친척집에 놀러갔는데 큰딸인 마나미만이 동아리 아침 연습 때문에 홀로 남게 됐는데 아버지가 돌아와 집을 살펴보니 자신의 딸이 싸늘한 시체가 되어 쓰러져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얻어맞아 머리를 부딪힌 흔적과 함께 누구도 쉽게 알 수 없을 만한 곳에 숨겨진 금괴와 함께 낡은 세탁망과 나일론 빨랫줄이 없어진 것을 알게 된다. 발견자인 아버지가 귀가할때까지 현관문은 잠겨 있었을뿐 아니라 현관 이외 모든 창문과 문이 잠겨 있어 따로 도망칠만한 곳도 없어 사건당시의 집은 완벽한 밀실 상태가 되고 만다. 침입과 탈출 흔적, 동기도 없는 상황에서 시체를 제일 먼저 발견한 아버지가 용의자로 몰리면서 휴가중인 아오토 준코가 사건을 해결하기위해 고진마을을 방문하게 되고 사건의 특성상 방범전문가 에노모토 케이의 도움을 받게 되는데 그들은 범인은 물론 마나미를 살해한 범인이 30킬로그램의 무거운 금괴를 들고 어떻게 이 집을 탈출했는지 그 과정을 풀 수 있을까 ?

 

검은 이빨

아오토 준코는 후루미조씨의 의뢰로 구와시마 미카를 찾게 된다. 죽은 남편이 남긴 애완동물과 유산을 둘러싼 사건으로 먹이를 주려고 사육통에 손을 넣는 순간 거미에 물려 운명을 달리한 남편의 얘길 듣는 순간 그녀의 뇌리에 불길한 직감이 번뜩.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주도면밀하게 계획된 사고라는 것을 알게 된다.

현시점에서 미카와 후루미조가 가장 유력한 용의자이고 멸종위기에 있어 구하기 힘들고 큰 몸집 때문에 비싸게 거래되는 거미를 탐냈을, 흉기로 사용된 거미에 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후루미조가 좀 더 유력한 용의자 일 것 같단 의심이 젤 먼저 들더라.

슬픔에 젖은 미망인 미카일까 고독한 수집가 후루미조일까 ? 그리고 어떻게 후루미조씨를 살해한 것일까??

 

장기판의 미궁

에노모토 케이가 연락을 받고 마루노우치 선의 신주쿠 교엔마에역에서 지상으로 나온후 걸어서 2분이면 도착하는 곳인 뉴반탄호텔 신주쿠의 604호실을 찾게 된다. 이곳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중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 그의 도움이 필요해 불렀는데 밖에서 체인을 걸 수 있느냐는 것.

피해자는 다케와키 신페이. 일본장기연맹기사로 신페이 5단은 칼로 등을 찔렸는데 사체를 문 쪽으로 머리를 향한채 바닥에 쓰러진 후 기어간 흔적이 있는걸로 보아 한동안 의식이 있었던 걸로 보인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고 올라온 호텔 종업원이 마스터키로 문을 열었을땐 체인이 걸린채 문틈으로 쓰러져있는 신페이씨를 발견하고 신고 전화를 했다고. 우연찮게 신페이 5단이 밀실 전문가인 아오토 준코에게 전화해 법률 상담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활개를 띠기 시작하는데 그들은 범인은 물론 현장을 밀실로 만든 동기만이 아니라 살인 자체의 동기까지 알아낼 수 있을까 ?

 

개는 알고 있다

아오토 준코는 마쓰모토 사야카로 부터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될 지도 모른다는 얘길 듣고 놀란다.

혈뇨10번 승부와 근성vs오기 등의 연극으로 알려진 극단 '도쇼보네'의 단장 나카다 미노루씨가 자택에서 흉기에 맞아 살해된 채 발견됐는데 극단 배우중에 알리바이가 없는 사람은 세 사람뿐. 사야카와 극단의 간판 배우인 아스카데라 호야, 그리고 주로 폭력을 담당하는 인기 배우중 한명인 리키 핫톤씨.

극단 사람들 모두 아스카데라씨를 범인으로 지목하는데 경찰에선 그를 범인이 아니라고 여기는 것 같다고 한다.

단장님이 개(돈류고)를 기르고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다가가면 반드시 짖는데 짖지 않는 사람은 사야카와 리키씨뿐. 단장님이 살해된 날 밤에는 개가 전혀 짖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키씨는 개털 알레르기가 있어 돈류고가 가까이 다가오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면서 난리도 아닌데 사건 후 리키씨의 몸이 깨끗한 걸 보면 단장님 집에 가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 결국 알리바이가 없는 자신의 용의자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

경찰이 자신을 의심하기전에 사건을 해결하고 싶다며 준코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그녀는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까 ?

 

 

살짝 지루한 책을 읽다 이 책을 집어 들어서 그런지 페이지가 휙휙 잘만 넘어가더라 ~

일본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해 많은 책들을 읽었지만 매번 읽을때마다 새로운 사건들에 눈이 즐겁다. 질리지 않고 꾸준히 책을 드는 이유중 하나가 될 듯 ~

도깨비불의 집은 '유리망치'에 등장했던 변호사 아오토 준코와 도둑 에노모토 케이 콤비가 도깨비불의 집, 검은 이빨, 장기판의 미궁, 개는 알고 있다 등의 네 가지 밀실 사건에 도전하는 내용을 그리고 있는데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며 밀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굉장히 코믹하게 다가오면서 몇년후에는 두 사람의 러브라인을 그리는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보게 되더라. 사건 하나하나 모두 너무나도 독특한 이야기라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었는데 마지막 개는 알고 있다는 밀실 사건이라기 보다는 넌센스 퀴즈에 더 가까운 듯 ㅎㅎ

예전에 '멘사 추리 퍼즐, 미스터리(추리 마니아를 위한 트릭과 반전의 관문 126)'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런 문제를 푸는 기분이었던 것 같다.

넌센스를 풀다보면 고정관념에 묶은 사고를 자유롭게 해주어 판단력, 집중력, 창의력, 사고력등을 높여준다. 예기치못한 곳에서 방심한 채 만나게되니 그 즐거움이 배가 되어 간만에 그 책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은 맘이 새록새록 ~

도서관에서 유리망치를 빌려놓고 못읽고 반납한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을 계기로 유리망치까지 구입했는데 열심히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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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기린
가노 도모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당신은 지금 행복하신가요? 혹시 지금은 그렇지 않더라도 앞으로 행복해지실 수 있을 것 같나요 ?

 

도특한 제목 만큼이나 신비스러운 분위기 표지가 시선을 잡아끈다. 
유리 같이 섬세하고 아슬아슬한 진짜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니 그 위험할 만큼 불안한 마음이란 대체 무엇일까 ?

이 책은 유리기린, 3월 토끼, 닥스훈트의 우울, 거울 나라의 펭귄, 어둠의 까마귀, 마지막 네메게토사우루스라는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섯편의 이야기가 모두 안도 마이코라는 인물과 관련된 이야기로 적든 많든 조금씩 얽히고 설켜있는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면서 드러나는 이야기가 매력적인 연작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다.

 

유리기린은 열 일곱살의 나이로 운명을 달리한 안도 마이코의 장례식에 참석한 친구 '나오코'의 아버지의 시선으로 그려낸 이야기이고,

 

"진노 선생님이 그러시더라. 사람의 마음은 꼭 어려운 한자 같다고. 쓸 수 없기도 하고, 읽을 수 없기도 하고. 아무튼 히라가나랑 가타가나 같지는 않거든.

하지만 그만큼 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여러가지로 읽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의미를 갖기도 하고." <p.49>

 

3月토끼는 안도 마이코의 죽음 후로부터 종업식을 앞두고 있는 시점까지를 오바타 선생님의 시선으로 그려낸 이야기다.

 

소녀들에게 '미'는 절대적 신봉 대상이다. 본래 소녀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열여섯, 열일곱 살 무렵은 건강하기는 해도 그들이 바라는 것처럼 아름답지는 않으려니와 가장 살 찔 때이기도 하다. 운 좋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그래서 소녀들은 눈물나는 노력을 기울여 조금이라도 예뻐지려고 한다.

그 열의를 공부에 쏟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한숨이 나올 때도 있지만,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으니 가소롭다고 비웃을 수는 물론 없었다.

하기야 아름답기만 하면 세상의 온갖 '좋은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그들의 생각은 비록 과장되기는 해도 전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었다.

예컨대 나는 내가 예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것은 역시 여자로서 불행한 일이었다. <p.61>

 

닥스 훈트의 우울은 개학을 앞두고 초등학교때 주운 새끼 고양이 '미아'에게 생긴 사건을 계기로 동물들에게 벌어지는 학대(?)를 다룬 기묘한 사건을 다룬 이야기로 미야의 친구인 다카시의 시선으로 그려낸 이야기고,

 

"미친개한테 물린 셈 치라는 표현을 요즘도 쓰더라만 그것도 개한테 실례되는 이야기지. 진짜 무서운 건 병든 개가 아니야.

겉으로 보기엔 건강 그 자체처럼 멀쩡하지만 중요한 부분이 망가진 인간이란다 " <p.104>

 

거울 나라의 펭귄은 안도 마이코의 유령에 관련된 소문을 계기로 예전 교내에서 작은 화재가 잇달아 일어난적이 있는 사건이 대두되는데 다음 작품 어둠의 까마귀로 향하게 되는 징검다리성 이야기라고 해도 될 듯 ~

 

"천둥이 칠 때 이불을 뒤집어쓰는 것과 같은 일이에요. 누구나 불안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어하죠.

그리고 사람의 불안감이라는 게, 그 원인의 대부분은 사람이거든요. 한참 따지고 보면요. 그 애들은 결코 천둥을 무서워한 게 아니에요." <p.140>

 

어둠의 까마귀에서는 죽은 마이코의 편지를 받은 선배의 이야기로 안내 직원인 구보타 유리에와 관련되 야마우치 신야의 시선으로 그려낸 이야기로 마지막 네메게토사우루스와 함께 가장 미스터리 하면서도 아슬아슬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요즘 세상에 참 어처구니없을 만큼 흔해빠진 고민이죠. 바보같이 진부하고 평범한 이야기."

"그런 말 하는 거 아냐. 진부한 고민 같은 건 없어. 특별한 고민도 없는 것처럼." <p.180>

 

마지막 네메게토사우루스는 안도 마이코의 또 다른 동화 '마지막 네메게토사우루스의 소개와 함께 안도 마이코의 죽음의 진실과 함께 미스터리로 묻혀 있던 진노 나오코의 이야기가 밝혀지면서 끝나게 된다.

 


학창시절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 사춘기 소녀들에 대해 조금 알 수 있으려나 싶은 맘에 선택하게 됐다.
심리 묘사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라니 기대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학창시절이 까마득하게 느껴지긴하지만 내가 여자라는 이유로, 나 또한 한때 거쳐왔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서 이 책 속 소녀들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흔적마저 다 사라져버린 듯한 기분에 마냥 아쉽고 안타깝기만 하더라.
그래서인지 안도 마이코 보다는 진노 선생님이란 캐릭에 푸욱 빠져들 수 밖에 없었는데 그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수많은 얘기들을 쏟아내는 작가는 대체 어떤 사람인지 신기할 뿐이다!!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음이 나온다는 학창시절. 가장 빛나고 아름다울 시기에 나 또한 마냥 행복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딱히 불행하지도 행복하지도 않고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상자, 종이풍선 같이 텅 비어 있었던 것 같다는 그녀의 표현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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