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기린
가노 도모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당신은 지금 행복하신가요? 혹시 지금은 그렇지 않더라도 앞으로 행복해지실 수 있을 것 같나요 ?

 

도특한 제목 만큼이나 신비스러운 분위기 표지가 시선을 잡아끈다. 
유리 같이 섬세하고 아슬아슬한 진짜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니 그 위험할 만큼 불안한 마음이란 대체 무엇일까 ?

이 책은 유리기린, 3월 토끼, 닥스훈트의 우울, 거울 나라의 펭귄, 어둠의 까마귀, 마지막 네메게토사우루스라는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여섯편의 이야기가 모두 안도 마이코라는 인물과 관련된 이야기로 적든 많든 조금씩 얽히고 설켜있는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면서 드러나는 이야기가 매력적인 연작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다.

 

유리기린은 열 일곱살의 나이로 운명을 달리한 안도 마이코의 장례식에 참석한 친구 '나오코'의 아버지의 시선으로 그려낸 이야기이고,

 

"진노 선생님이 그러시더라. 사람의 마음은 꼭 어려운 한자 같다고. 쓸 수 없기도 하고, 읽을 수 없기도 하고. 아무튼 히라가나랑 가타가나 같지는 않거든.

하지만 그만큼 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여러가지로 읽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의미를 갖기도 하고." <p.49>

 

3月토끼는 안도 마이코의 죽음 후로부터 종업식을 앞두고 있는 시점까지를 오바타 선생님의 시선으로 그려낸 이야기다.

 

소녀들에게 '미'는 절대적 신봉 대상이다. 본래 소녀에서 어른으로 넘어가는 열여섯, 열일곱 살 무렵은 건강하기는 해도 그들이 바라는 것처럼 아름답지는 않으려니와 가장 살 찔 때이기도 하다. 운 좋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그래서 소녀들은 눈물나는 노력을 기울여 조금이라도 예뻐지려고 한다.

그 열의를 공부에 쏟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한숨이 나올 때도 있지만,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으니 가소롭다고 비웃을 수는 물론 없었다.

하기야 아름답기만 하면 세상의 온갖 '좋은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그들의 생각은 비록 과장되기는 해도 전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었다.

예컨대 나는 내가 예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것은 역시 여자로서 불행한 일이었다. <p.61>

 

닥스 훈트의 우울은 개학을 앞두고 초등학교때 주운 새끼 고양이 '미아'에게 생긴 사건을 계기로 동물들에게 벌어지는 학대(?)를 다룬 기묘한 사건을 다룬 이야기로 미야의 친구인 다카시의 시선으로 그려낸 이야기고,

 

"미친개한테 물린 셈 치라는 표현을 요즘도 쓰더라만 그것도 개한테 실례되는 이야기지. 진짜 무서운 건 병든 개가 아니야.

겉으로 보기엔 건강 그 자체처럼 멀쩡하지만 중요한 부분이 망가진 인간이란다 " <p.104>

 

거울 나라의 펭귄은 안도 마이코의 유령에 관련된 소문을 계기로 예전 교내에서 작은 화재가 잇달아 일어난적이 있는 사건이 대두되는데 다음 작품 어둠의 까마귀로 향하게 되는 징검다리성 이야기라고 해도 될 듯 ~

 

"천둥이 칠 때 이불을 뒤집어쓰는 것과 같은 일이에요. 누구나 불안으로부터 달아나고 싶어하죠.

그리고 사람의 불안감이라는 게, 그 원인의 대부분은 사람이거든요. 한참 따지고 보면요. 그 애들은 결코 천둥을 무서워한 게 아니에요." <p.140>

 

어둠의 까마귀에서는 죽은 마이코의 편지를 받은 선배의 이야기로 안내 직원인 구보타 유리에와 관련되 야마우치 신야의 시선으로 그려낸 이야기로 마지막 네메게토사우루스와 함께 가장 미스터리 하면서도 아슬아슬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요즘 세상에 참 어처구니없을 만큼 흔해빠진 고민이죠. 바보같이 진부하고 평범한 이야기."

"그런 말 하는 거 아냐. 진부한 고민 같은 건 없어. 특별한 고민도 없는 것처럼." <p.180>

 

마지막 네메게토사우루스는 안도 마이코의 또 다른 동화 '마지막 네메게토사우루스의 소개와 함께 안도 마이코의 죽음의 진실과 함께 미스터리로 묻혀 있던 진노 나오코의 이야기가 밝혀지면서 끝나게 된다.

 


학창시절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 사춘기 소녀들에 대해 조금 알 수 있으려나 싶은 맘에 선택하게 됐다.
심리 묘사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라니 기대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학창시절이 까마득하게 느껴지긴하지만 내가 여자라는 이유로, 나 또한 한때 거쳐왔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서 이 책 속 소녀들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흔적마저 다 사라져버린 듯한 기분에 마냥 아쉽고 안타깝기만 하더라.
그래서인지 안도 마이코 보다는 진노 선생님이란 캐릭에 푸욱 빠져들 수 밖에 없었는데 그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수많은 얘기들을 쏟아내는 작가는 대체 어떤 사람인지 신기할 뿐이다!!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까르르 웃음이 나온다는 학창시절. 가장 빛나고 아름다울 시기에 나 또한 마냥 행복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딱히 불행하지도 행복하지도 않고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상자, 종이풍선 같이 텅 비어 있었던 것 같다는 그녀의 표현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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