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잔의 쇼콜라 쇼에 파리를 담다
한정선 지음 / 우듬지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떠올릴 추억이 많은 사람은 행복한 거니까 괜찮아.

가슴 아린 추억도, 돌이키면 다시 화가 나는 추억도 생각만 해도 입가에 웃음이 번지는 추억도 모두 소중하지.

난 떠오르는 게 없는데, 넌 참 많은 추억을 간직하고 있네.

넌 행복한 사람이네." <p.271> 


 35세, 세 번째 파리, 50일 동안의 이야기.

무언가를 내려놓고, 무언가를 찾아내고, 무언가를 배우고, 무언가를 채우자는 거창한 마음 없이 단지 '호기심'에 시작한 여행.

여기가 아닌 어떤 곳에 대한 기대감, 달콤한 맛에 대한 열망, 비슷비슷한 하루에서 벗어나고픈 일탈 심리, 태어난 지 35년 만에 혼자 살아 본다는 것에 대한 묘한 설렘, 공항이라는 장소가 지닌 설명할 수 없는 애잔함, 어딘가를 떠날 때 느끼는 기분 좋은 슬픔을 다시 한번 느껴 보고 싶었다는 그녀는 파리의 낭만을 달콤 쌉싸래하면서도 진한 '쇼콜라 쇼' 한잔과 함께 이야기한다.

페이지마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쇼콜라 쇼' 찬미에 이것을 무진장 좋아하는 사람인가 보구나 싶었는데 이 여행이 어느정도는 책을 발간하고자 하는 의도로 작정된(?)여행이라는 사실을 알고 그 감동이 살짝 떨어지긴 했지만 50여일의 시간을 이렇게 한권의 책으로 엮어낼 정도의 능력자(?)라고 생각하고 인정하니 책이 훨씬 재밌게 느껴지더라.

 

이사를 두 번 하고, 사람들 때문에 화병을 앓고, 가슴에 생채기가 나서 일에 대한 의욕마저 잃었을 때 선택한 '파리'란 곳.

힘든 하루하루에 안녕을 고하고 외로움을 핑계 삼아 쉬어 갈 수 있는 파리는, 내게 영원한 꿈의 도시이자 일탈의 도시라 말하는 그녀.

파리, 이 도시엔 결코 마침표를 찍을 수 없다는 그녀가 마냥 부럽기만 하다.

 

북쪽으로 창문이 하나 나 있고 작은 붙박이장이 있으며 낮은 매트리스를 깔아 놓은 침대, 고흐의 방에 있던 것과 비슷한 라탄 의자가 놓여있는 작음방 4½층 럭키 하우스에 터를 잡고 홀로 지내면서 파리 곳곳에 들려주는 그녀의 이야기는 참 맛깔스럽다. 베르메르의 '레이스 뜨는 여인'을 보러 루브르를 방문했지만 해외 전시중으로 감상할 수 없다는 메모만 발견한 일이나 고흐의 마을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 다녀온 일. 방문때마다 휴관일인 '퐁피두 센터', 만 레이(MAN RAY)를 만나러 몽마르트 묘지를 찾은 일, 물갈이를 하느라 고생스러웠던 어느날 샤워젤을 크림으로 알고 얼굴에 펴바르고 다닌일 하며 클리니 박물관엔 무료 관람일이 있고, 로마 사람들은 증기 목욕으로 다이어트를 했다는 소소한 정보까지 ~

한국에 돌아갈 날이 가까워오면서 알 수 없는 불암감으로 우울증에 걸린 어느날 럭키에게서 파리 우울증에 걸렸냐면서 그것을 르 카파 (Le Cafard)라고 하는데 원래 낱말 뜻은 바퀴벌레로 이 바퀴벌레를 뜻하는 낱말에는 멜랑꼴리, 우울감 등등의 뜻도 있다며 비 많이 오고 해도 잘 안나는 파리의 겨울을 날 때 '파리의 바퀴벌레'에 물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길 들려주는데 '파리'와 '바퀴벌레'의 조합이라니 ㅋ 생각만해도 넘 재밌다.

 



자신의 일상을 조곤조곤 펼쳐놓는 글도 편지글, 대화글등을 통해 너무나 재미나게 풀어놓는데 체류증 때문에 일년에 딱 하루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 하루에 딱 한번 밤 열시에 마리화나를 피우는 사람, 돈 아껴보려고 어른표가 아닌 어린이 표를 끊었다 낭패를 봤을뻔 했던 사람, 선물용으로 구입한 작은 차통이 공항 금지 품목에 걸려 낭패를 볼 뻔 했는데 세관원의 재치있는 행동으로 돌려받은 '프랑스식 조크'에 관한긴 이야기, 영화 필름을 수입하거나 수출하는 일 때문에 부산국제영화제를 위해 매해 부산을 찾고 홍상수 감독의 나쁜남자를 좋아한다는 이반과의 만남  등등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이야기들도 너무 좋았던 것 같다.

해뜨기전 빵집에 가서 갓 나온 바게트를 사와 막 끓인 커피와 먹는 호사스러움을 이야기 하다가도 화장실 때문에 제일 불편했다며 이런저런 화장실에 관련된 에피소드며 사진은 웃음을 짓게 하기도 ~ 


  

 


누군가 설익은 20대보다, 30대의 시간이 더 근사하다고 말했다.

30대가 되니 무엇이 좋고 싫은지 더욱 확실해졌고, 조금 더 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알게 되었다.

좋은 경험과 나쁜 경험을 두루 거쳤기 때문에 좋은 기회를 더욱 잘 잡을 수 있게 되었고, 위험한 건 더욱 조심해서 피해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아는 것을 20대에 일았더라면 조금은 덜 상처받고 조금은 덜 상처 주고 살았을텐데.' 라는 후회도 때때로 밀려온다.

나이가 들어도 내가 원하는 길을 걸을 수 있다면, 나이가 더해지는만큼 현명하고 지혜로워지려고 노력한다면,

먼 훗날 나는 꽤 풍요로운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p.151>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혼자 낯선 곳에 던져지니 기본적인 일들이 삶에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그녀.

서울에서는 쉽게 무시하고 지냈던 '일상의 기본'. 이런 일들을 중심으로 내 자리를 지키며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는 진리 아닌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는 그녀의 글을 통해 나 또한 이 자리에서 기본에 충실한 삶을 살아보자 다짐해본다.

모든 것엔 정답이 없다. 여행도 깨달음도 마찬가지겠지. 그녀의 50일 여행에 투자된 돈과 시간에 비하면 정말 보잘것 없는 13,500원으로 그녀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다니고 그녀의 생각을 읽으며 고개 끄덕일 수 있었던 이 시간이 참으로 감사하게 다가온다.

달콤해서 깨기 싫었던 꿈같은 시간.

왜 하필 파리고, 왜 하필 쇼콜라 쇼인지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집어들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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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슬립
폴 트렘블레이 지음, 이소은 옮김 / 비채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관점을 바꾸면 탐정일이 쉬워지는 법이다. 관점을 바꾸는 게 엄청나게 힘들뿐이다. <p.190>

 

하드보일드 미스터리의 고전 레이먼드 챈들러의 <빅 슬립>에 바치는 최고의 오마주 !

리틀 슬립은 레이먼드 챈들러를 몰라도 빅 슬립을 몰라도 잼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실제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나도 잘 모르는 ;;;) 

 

8년전 타이어가 터지는 사고로 소중한 친구 '조지'도 잃고 망가진 얼굴로 괴물이 되어버린 것도 부족해 기면증이란 수면장애에 걸린 '마크 제네비치'는 탐정면허와 기면증과 더불어 혼자 살고 있다. 가끔 오스터빌 도심에서 사진관과 골동품 가게를 하는 그의 어머니가 찾아와 살펴주는 정도인데 그런 그에게 탐정일이라곤 족보도 조사하고, 버려진 물건도 찾아주고, 잃어버린 주소도 찾아주는 등의 비교적 간단한 일 뿐이다. 이 지역 반짝 스타이자 <아메리칸 스타>의 결승 진출자이며 서퍽 카운티 지방 검사의 딸 '제니퍼 타임스'가 찾아와 누가 내 손가락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내면 5만 달러를 주겠다는 제의를 하기 전까지는 -

그는 자신의 최고 단점인 기면증을 물리쳐가며 의뢰인의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

 

끝없는 나락으로 빠져드는 잠, 착각과 환각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어떤게 꿈이고 현실인지 모를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 탐정 본인은 물론 나까지 잠에서 깨어 일어날때마다 내용이 바뀌어 있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실제로 일어난 일인지 몰라 무슨일이 일어났고 무슨일이 일어나지 않았는지, 또 그게 무슨 의미를 갖게 되는지를 한참 생각해보게 만들더라. 그래서 순식간에 이야기를 읽어내려갈 수 없었고, 곰곰히 생각하는사이 내 스스로가 기면증에 걸린 탐정이 된 것 마냥 모든 사실을 하나하나 퍼즐 맞추듯 읽어나가면서 독서의 기쁨을 한껏 즐길수 있었다고나 할까 ~

 

예전에 기면증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있어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는데 '기면증'은 이유없이 졸리고 무기력감을 느끼는 증세로 환각, 수면 마비, 수면 발작 등의 증상을 보이는 신경정신과 질환이다. 착각과 환각에 빠지는 것도 증세의 일부라고.

성인의 0.02~0.16%가 이 병을 앓고 있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청소년기 또는 초기 성년기에 시작되며 대부분 30세 이전에 시작된다고 한다.

심리적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현대 의학으로는 완치가 불가능한 병이니 더 안타까울 수 밖에 !!

책 내용중 어머니와의 대화에서도 '아무도 내게 의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다며 게으른 사람이라거나 묘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가 원하면, 내가 정신만 차리면 잠들 지 않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기면증이라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오해가 얼마나 깊은지~ 차가운 시선을 피해 집안에만 틀어박힐 수 밖에 없는 삶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안쓰럽더라. 이것이야말로 기면증에 대한 우리 모두의 편견이 아닐까 싶은 ~

 

눈꺼풀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만큼이나 무겁고 두껍게 느껴진다. 내 세계는 다시 어두워지고 있다.

하지만 흑백 사진이 벽에 걸려 있는 게 보인다. 어머니는 저 사진들을 떼어놓지 않았다. 한 장도.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잊지 않기로 결심한 모양이다.

어머니가 수집한 기억들을 제자리에 보관하기로, 어머니 인생의 기면증에 대항해 싸우기로 결심한 모양이다.

어머니가 성공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노력은 높이 사주고 싶다. <p.379>

 

기면증 걸린 탐정의 고군분투 사건 해결기. 너무나도 그다운 마무리 인 것 같아 흐뭇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인 탐정일은 물론 운전도 하게 됐으니 앞으로도 세상을 향해 한 발자국 내딛는 모습을, 사람답게 살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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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알바 내 집 장만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5
아리카와 히로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어떻게 하면 어딘가에서 '자네가 필요하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p.140>

 

아라시의 니노미야가 주연의 4분기 일드 기대작! <프리터, 집을 사다>의 원작소설 백수알바 내 집 장만기

프리터(freeter). 일본에서 생겨난 신조어로 자유롭다는 뜻의 프리(free)와 근로자를 뜻하는 독일의 아르바이터(arbeiter)의 합성어로 프리아르바이터의 준말이다.

이루고 싶은 꿈이 있어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일하기 싫지만 하루하루 먹고 살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까지 ~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의 이유도 가지각색일 테지만 여기서 프리터란 취직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을 뜻한다.

노란색의 화려한 표지의 책을 받아봤을땐 아르바이트해서 번 돈만으로 집을 사는 청년의 이야기를 다룬줄 알았다는 ~

 

'세이지'는 고만고만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재수는 했지만 고만고만한 사립대학에 들어갔고, 고만고만한 회사에 취직했으나 그 회사에서 실시하는 무슨 종교 수행 같은 자기계발인가 뭔가 하는 신입사원 연수에 끌려가 일주일 동안 연수생 연기를 열심히 했지만 석 달 만에 '요령없는 녀석'이라는 꼬리표가 붙고 만다. 10여개의 회사 중에서 희망 조건 대로 내정받은 곳은 그 회사 하나뿐이었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내가 있을곳이 아니다, 나는 좀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라는 터무니없는 자신감을 앞세워 부모님께 한마디 상의도 없이 사표를 쓰고 만다. 직장을 그만두고 여기저기 면접을 다녀보지만 면접때마다 전 직장을 그만둔 이유를 꼬치꼬치 따지고 드는 바람에 뜻대로 풀리지 않는 세이지. 일 같은건 얼마든지 있을 줄 알았는데 운전면허증 말고는 아무런 자격증도 없는 자신의 조건에 맞는 직장은 도무지 찾을 수가 없고 아버지의 설교가 듣기 싫어 식사시간을 피해 아르바이트를 하다보니 자연스레 가족들과도 멀어진 상황.

구직활동에 비해 부담이 없어 좋다는 아르바이트도 마음에 안들면 곧바로 그만둘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다보니 조금만 듣기 싫은 소릴 들어도 때려치우고 마는 철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만다. 그런 상황에 누나를 통해 어머니의 병에 대해 알게 되는데 . . .

오랜 세월에 걸친 이웃과의 불협화음으로 쌓인 스트레스로 심각한 우울증에 망상과 불안증세를 보이는 어머니. 약만 잘 챙겨 먹으며 나을 확률은 높지만 끈기있게 가족의 도움이 필수적이고 무엇보다 지금 환경에서 벗어나는 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에 어머니를 위해 집을 구하기 위해 정신차리기 시작하는 세이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어머니의 약을 챙기는 와중에도 재취업에 힘쓰는데 잘 해나갈 수 있을까 ?

 

이야기가 시작되자마자 회사를 때려치우는 세이지. 어머니의 병을 계기로 누나로부터 어릴적 이웃들로부터 어떤 괴롭힘을 받았는지를 알게 되는 대목에서부터 술버릇이 나쁜 아버지 이야기까지 순식간에 쏟아져나오는 이야기에 뭐 이런 사람들이 다 있나 싶은게 어리둥절 한 것도 잠시 어머니의 병을 계기로 나태했던 지금까지의 자신을 버리고 재취업에 힘쓰면서 고군분투해 나가는 세이지의 이야기를 읽는내내 잘 될거야~ 조금만 힘내 등등의 말을 내내 읊조렸던 것 같다.

언제나 방황하는 청춘들을 다룬 성장이야기에는 배울 것이 많은 것 같다. 미래를 꿈꿀 수 없는 어두운 현실 속에서 인생의 반전을 꿈꾸는 이들의 이야기라면 더더욱. 세이지의 경우에는 불우한 가정환경이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해 너무 몰랐던 죄랄까 ~ '너 자신을 알라'는 깨우침이 필요했던 듯~

청년실업 때문에 이런저런 문제도 많은데 잘 할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다르다는 것은 인식하고 자기를 충분히 돌아보고 생각할 시간을 갖으면서 모두가 원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세이지처럼 자신의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할 듯.

 

8년째 다니고 있는 회사를 그 어떤 이유로든 그만두고 새로운 직장을 구하게 된다면 세이지처럼 혼란스러운 과정을 겪게 되겠지. 지금 당장 내 자신이 그런 상황이 아닌것에 감사한 맘을 갖으면서 나도 완고한 아버지 때문에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은 터라 그의 마음이 십분 이해되는 부분도 많았던 것 같다.

누구나가 한번쯤 하게 되는 진로선택이나 취업에 대한 고민뿐만이 아닌 가족간의 대화 단절이나 이웃간의 불화등을 함께 그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 듯~

 

"이 정도 회복했으면 됐다는 말은 제발 하지 마세요. 지금의 엄마 상태에 익숙해지지 말란 말입니다.

옛날의 엄마가 어떤 표정으로 웃었는지 잊지 마세요. 이 정도면 됐다느니 어쩌느니 하며 가족을 포기하지 말라고요.

엄마는 이웃에게 그토록 호된 일을 당하면서도 가족과 함께 있을 때는 행복하게 웃었단 말입니다. 아시겠어요?

그런데 엄마가 웃는 얼굴을 본 게 언제죠? 웃는 건지 안 웃는 건지 알 수 없는 애매한 표정뿐이잖아요.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에요. 마음 약한 사람이 가족들이 알아채지 못하게 20년 가까이, 오로지 혼자서만 이웃의 괴롭힘을 견뎌낼 수 있나요?

엄마는 우리를 위해 이제껏 혼자 힘으로 버텨왔어요. 20년이나 우리를 지키다 좌절한 사람인데, 아버지는 그런 엄마한테 마음이 약하다고 할 수 있어요?

난 절대 그런 말은 못합니다. 난 적어도 엄마가 다시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나도 누나도 아버지가 그렇게 생각해주는 사람이라고 믿고 싶어요.

우리가 아버지를 좋아하게 해주세요. 지금 이 상황에서 '뭐, 이 정도면 됐지; 라고 말한다면 우린 더 이상 아버지를 좋아할 수 없어요." <p.283~284>

 

책 읽으면서 굉장히 찡~~ 했던 장면 !!

정신차린 후의 세이지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이랄까 ~

나 스스로도 이 정도면 괜찮겠지 하면서 스스로 포기하거나 타협했던 일들이 무엇이 있나 하나하나 메모좀 해보고 반성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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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7일 모중석 스릴러 클럽 25
짐 브라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TV를 시시하게 만든 단 한 권의 리얼리티 스릴러, <24시간 7일> 최후의 생존자는 당신의 손에 달려 있다 !

요 문구를 보자마자 작년에 잼나게 읽은 '헝게게임'이나 영화 '10억' 등의 비슷한 류의 책과 영화들이 떠오르면서 이 책에선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지가 너무나도 궁금해졌다. 요즘 한창 고공인기중인 티비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 2도 안보는데 이런류의 책은 꽤나 즐기는 쪽인 것 같다는;;

 

6개월 전, 미국의 최신 리얼리티 TV쇼인 <24시간 7일>의 출연 경쟁에 도전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한 사람을 꺾지 못해 탈락했던 다나는 방영이 채 24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출전자 중 한 명이 아파 탈락했기 때문에 열 두번째의 새로운 출전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자메이키와 아이티 사이에 있는 '바사 섬'에 합류하게 된다. 바로 이 곳에서 그들은 게임을 벌일 예정인데 12명의 출연자들이 24시간내내 카메라가 돌아가는 상황에서 7주동안 경쟁을 벌이고 시청자 투표에 의해 한 명씩 탈락되는 형태. 그들에게는 갖가지 도전과제가 놓이게 되는데 도전과제는 각각의 심리 상태에 따라 다르게 설계 되었고, 제작진은 출연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에 직면하도록 해주겠다고 장담한다. <24시간 7일>의 승자는 2백만 달러의 상금과 '평생 원하던 것'을 받게 되는데 다나는 근육퇴행위축증에 걸린 딸 '제나'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낼 각오가 되어 있는 상황이다.

방송이 시작되고 출전자들을 소개하는 사이사이 실제 생활에서의 그들 모습을 보여주는 특별 제작 영상이 화면을 가득 채울때 갑자기 아수라장이 되고 마는 현장.

진행자와 촬영기사들, 그리고 모든 지원 인력이 그 자리에 쓰러져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컨트롤로부터 참가자 모두 에볼라 바이러스의 변종인 설계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다며 24시간마다 한 번씩 백신을 투여해야하고 매일 낮 12시에 온라인 투표를 통해 가장 많은 표를 획득한 사람이 백신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달리 말하면 시청자들이 누가 죽고 살지를 결정한다는 뜻.

 

여기저기 숨겨져 있는 638대의 카메라와 출전자 각자가 차고 있는 개인 카메라, 2백만 달러나 되는 거액과 평생 원하던 것을 얻기 위해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과 직면해야하는 상황도 벅차기만 한데 바이러스로부터 살아남기위해 하루하루 백신을 맞기 위한 경쟁은 물론 동정표(?)라도 얻기 위해 화면밖 사람들까지 생각하며 행동 해야하는 그들.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백만장자가 되어 이곳을 벗어날 단 한명의 사람은 누가될까 ?

 

수천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벌어진 일들이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다른이의 삶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비정상적인 방송에 중독되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남의일 같지 않아 안타까우면서도 그것이 단지 티비 프로그램이 아닌 대통령이 나서야 할 정도로 국가 안보와 관련된 상황과 맞물리면서 거대한 '사건'이 되어가는 상황이 너무나 무섭게 다가왔던 것 같다. 하루하루 살아남기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야하는 참가자들이 그것까지 신경쓸 틈이 있을까 ~

그것을 알리 없는 사람들이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게임이 진행되면서 위험 요소는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도달한 상태인데도 내 눈엔 여전히 여유로워 보이기만 한 참가자들의 모습은 날 허탈하게 만들었다고나 할까-

참가자들 각자가 지닌 개성과 승자가 되기 위해서라면 물불 안가리고 덤비는 그런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거라 생각했는데 생각해던 것 보다는 조금은 얌전하면서도 착한 모습을 보여주는 듯 ~

자신의 주사를 르네에게 맞추고 죽음을 맞이하는 수녀 '노라' 보다는 죽음에 대한 자각이 모든 일에 구애받지 않도록 만들었다며 다나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용접공 버튼이나 온갖 거짓말과 악행을 일삼으며 안전석을 확보하려드는 '르네'가 훨씬 인간적이고 현실적으로 보였던 것 같다.

다나보다 먼저 선택되었던 참가자들에 대한 설명이나 꼭 우승자가 되어야만 했던 이유, 왜 그들일 수 밖에 없었는지 등에 대한 부분이 너무 부족하다보니 각자의 개성을 살릴만한 흔적들이 부족할 수 밖에 ~  덧붙여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 숨은 의도가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크지만 나를 보는 보이지 않는 눈이라거나 리얼리티를 표방한 프로그램들에 대해 갠적으로 생각할 부분이 많아 괜찮은 책이었던 것 같다.

방송경력 20년 베테랑인 작가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지 않을까 싶어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이건 소위 '탄젠트 시나리오'라고 불리는 것으로, 간단히 말하면 희생자가 스스로 희생되도록 만드는 계획입니다.

섬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원래 의도한 희생자입니다. 컨트롤은 바로 우리를, 우리 사회를 벌하고 있는 겁니다.

노골적인 관음증을 인정할 만하다고 말하고, 누가 죽을지를 우리가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컨트롤은 우리를 살인의 부속물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우리 내부의 가장 나쁜 점을 강조하고, 그걸 밝은 햇살 아래로 끄집어내어 모든 사람들이 오랫동안 지켜보도록 함으로써 컨트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사회를 살해하고 있는 겁니다.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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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 손턴 와일더의
손턴 와일더 지음, 김영선 옮김 / 샘터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들도 완벽하게 지혜로울 수는 없다. <p.65>

 

1714년 7월 20일 금요일 정오, 페루에서 가장 멋진 다리가 무너져 여행객 다섯 명이 다리 아래 깊은 골짜기로 추락한 사고가 일어난다.

워낙 예사롭지 않은 일들이 연속으로 일어나서 사람들이 어떤 신의 뜻의 작용이 아닌가 하고 의심하고 있던 이 시기에, 북 이탈리아 출신의 머리카락이 빨갛고 체구가 작은 이 프란체스코회수사는 인디언들을 개종시키기 위해 페루에 와 있었고 우연히 이 사고를 목격하게 되면서 "왜 이러한 일이 하필 저 다섯 사람에게 일어나야 한단 말인가?" 느닷없이 절명한 다섯 사람에게도 밝혀져야 하는 어떤 신비로운 이유가 있을 것이라 믿으며 다섯 사람의 비밀스러운 삶을 조사해보기로, 그들의 추락 이유를 밝혀내기로 결심한다. 자신들의 삶 속에 깃든 고통들이 자신들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좀처럼 믿지 못하는 완고한 개종자들에게 그 답을 역사적으로, 수학적으로 증명해주고 싶었다는 그. 그러면서 몬테마요르 후작 부인, 에스테반, 피오 아저씨 등의 인물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하는데 그 모든 노력의 결과가, 6년동안 바삐 움직인 결과가 이 책 내용이기도 하다.

실제 손턴 와일더의 일기며 편지, 인터뷰글들을 만날 수 있어 이 책을 읽는 재미는 몇 배는 늘어난다는 ~

 

"심지어 지금도, 나를 빼고 나면 에스테반과 페피타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카밀라 홀로 그녀의 피오 아저씨와 그녀의 아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이 여인 홀로 자신의 어머니를 기억한다. 그러나 곧 우리는 죽게 될 것이고, 그 다섯 사람에 대한 모든 기억은 지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우리 자신도 한동안 사랑을 받다가 잊힐 것이다. 그러나 그 정도 사랑이면 충분하다. 사랑을 하고 싶은 모든 충동은 그런 충동을 만들어낸 사랑에게 돌아간다.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땅이 있고 죽은 사람들을 위한 땅이 있으며, 그 둘을 연결하는 다리가 바로 사랑이다. 유일한 생존자이자 유일한 의미인 사랑!" <p.212>

 

이 책을 읽어나가는 도중에 멕시코 영화 '노라없는 5일'을 보게 됐다.

멕시코의 한 가족이 겪게 되는 5일간의 사건들을 통해 훈훈한 감동과 따스한 웃음을 안겨주는 <노라 없는 5일>

닮은 듯 다른 책과 영화의 조합이랄까. 그 영화로 인해 이 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

누군가의 빈자리를 통해 그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해주는 책과 영화인지라 함께 즐기면 좋을 것 같다.

소중한 사람이 떠나간 후에야 느끼게 되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라니 ㅠ-ㅠ

 

지금 세계는 산호세 광산 붕괴로 68일간 지하 갱도에 갇혀 있다 구출된 33인의 칠레 광부들의 이야기로 떠들썩하다.

그분들이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 중 가장 큰 부분은 가족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아니었나싶다. 가족이 희망이었다 말하는 그들에게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하리오~

당신이 없어도 영원할, 당신의 자리 !!

뒤늦은 후회는 그만. 살아 숨쉬는 매 순간순간 항상 감사하며 소중히 여기도록 노력하며 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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