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한 보통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무척이나 오래간만에 에쿠니 가오리 소설을 집어든 것 같은데 찾아보니 2010년 12월 초에 ’달콤한 작은 거짓말’을 읽었으니 그렇게 오래된 것도 아닌 듯~

그럼에도 왜 항상 그녀의 책을 읽을 때면 오래간만에 읽은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인지 모르겠다.

신간이 나오길 눈 빠지게 기다릴 정도로 그녀의 골수팬인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신간 소식이 들리면 저절로 집어 들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작가.

그러다 보니 집 책장 한쪽엔 에쿠니 가오리 소설만 꽂아놓은 칸이 따로 있을 정도 ^^

 

손으로 한땀 한땀 수를 놓은 듯한 표지의 이 책.

그녀의 작품 스타일 중 유일하게 불륜을 미화하는 듯한 표현에 거부감이 큰 편인데 이 책에선 그런 내용이 없어 재밌게 읽었다.

윌리엄의 죽음이라던가, 남자 친구 ’후카마치 나오토’에게 하는 행동 중 몇몇 표현을 제외하곤 굉장히 평범하면서 따뜻하게 다가왔다고나 할까 ?

잔잔하면서도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묻어나는 책이니 그녀가 그려내는 어딘가 이상한(?) 이야기에 손대기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맘 편히 읽을 수 있을 듯 ~

표지만큼이나 햇살이 눈 부시고, 하늘이 푸른 날에 읽어서 그런지 기쁨이 두 배였던 것 같다.

 

가족들의 얼굴이 다 보이지 않는다며 카운터 자리를 꺼려하는 아빠, 나이가 들어도 소녀의 감성을 가지고 있는 엄마, 아기를 가진 걸 알면서도 이혼한 큰딸 ’소요’, 다른 여자의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고 싶다는 둘째딸 ’시마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집에서 놀고 있는 셋째딸 ’고토코’, 학교에서 정학을 당한 막내아들 ’리쓰’까지 ~

얼마나 요란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살짝 겁이 날 정도였는데 평범하다면 평범하고, 특이하다면 특이한 그들의 이야기는 나에겐 마냥 따뜻하고 부럽기만 한 그런 가정의 모습이었다.

 

- 한밤의 산책이 습관이 된 셋째딸 ’고토코’

   요즘 같은 세상에 (?) 밤늦게 돌아다니는 딸의 행동이 이해 안 되고 속상할 법도 하지만 마음이 있는 곳이 중요하다 말하는 가족이기에 이것 또한 존중해주는 듯 ~

- 남자친구가 왼손잡이면 참 좋겠다 생각한 그녀는 넉 달 동안 연습해 오른손을 뻗어 남친의 손을 잡으면서 왼손으로 식사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런 나오토의 행동이 꽤 독특하면서 개성 있게 느껴지더라.

   누구에게나 ’한번 이렇게 해보고 싶었어’라 말하며 행동에 옮기고 싶은 것들이 있을 테니 !!

 

- 미성년자에게 술을 권하지 않고, 손님이 돌아갈 때 가족 전원이 모여 배웅하는 습관 이라던가, 어릴때 부터 엄마일을 거들거나 옆에서 책을 읽게 하는 일도 멋지게 보였다.

  예전엔 마냥 당연했던 일인데 이런 것들이 요즘은 교육 잘 받은 집에서나 가능한 멋진 일로 바뀌어버린 듯 ;;

- 12월 첫째 토요일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사고, 식구들 생일이면 엄마가 음식을 만들지만 1년에 딱 한 번 엄마 생일에는 항상 외식 하는, 입학식 때면 반드시 가족사진을 찍는 집.

- 버스로 이동 시 서로가 전혀 모르는 사람들 인 것처럼 ’남남게임’을 하는 가족. 각자 책을 읽으면서도 다 같이 노는 느낌이 들게 하려고 ’독서놀이’를 하는 그들이니 오죽할까 ㅎ 

 

우리 집은 항상 이래 ~ 이런 말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그 어떤 것이 우리 집에도 존재했던가 ????

아버지가 고지식해 벌어지는 사건사고 빼곤 할 말이 없네 ㅠ-ㅠ

개인이 아닌 가족 구성원 전체가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그대로 녹아내려있어 더 흐뭇했던 책.

내가 꿈꾸는 그런 가족의 모습이 많이 담겨 있는 것 같아서 놀랐다.

 

아들이 정학 당해 졸업식에 참석할 수 없게 됐는데도 "괜찮아, 엄마는 정학도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 "무슨 일이든 다 경험이잖아" 라고 말하는 엄마.

마음이 있는 곳이 중요하다며 "그러니까 만에 하나 네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 갔다면, 그때는 거리낄 것 없이 그 사람 품으로 가거라" 말하는 엄마.

 

나도 자식들의 의견과 개성을 존중하면서 이런 충고와 격려의 말을 할 수 있는 멋진 엄마가 될 수 있을까 ?

 

 

 

때로 인생에 대해 생각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시간에 대해, 그동안에 생기는 일과 생기지 않은 일에 대해, 갈 장소와 가지 않을 장소에 대해 그리고 지금 있는 장소에 대해.

대개는 낮에 인생을 생각한다. 그것도 아주 날씨가 좋은 낮. 싸늘한 부엌에서. 전철 안에서. 교실에서. 아빠를 따라간 탓에 혼자서만 심심한 책방에서.

그런 때, 내게 인생은 비스코에 그려진 오동통한 남자애의 발그레한 얼굴처럼 미지의 세계이며 친근한 것이었다.

내 인생. 아빠 것도 엄마 것도 언니들 것도 아닌, 나만의 인생. <p.18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도 화장실에서 똥 눌까?
안야 프뢸리히 지음, 게르겔리 키스 그림, 유혜자 옮김 / 소담주니어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도 화장실에서 눌까 ?

글 : 안야 프뢸리히, 그림 : 게르겔리 키스

 

2011.04. 21월요일,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엄마의 병원진료가 잡혀 있는 날이라 가족들이 모두 모인다.

그때 만나게 될 3살 조카에게 선물해주면 좋을 것 같아 선택한 소담주니어의 '우리도 화장실에서 똥 눌까?' 


 

 

이야기는 숲 속에 사는 동물들에게 인간이 사용하는 화장실이 설치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 입니다.

 

공원에서 자꾸 똥냄새가 나고, 관리소에 사는 강아지 헥토르가 발에 똥을 묻혀 오는 날이 많아

동물들이 아무데나 똥을 누지 못하게 해야겠다 싶어 공원 관리인 아저씨는 화장실을 설치하게 되는데

동물들의 반응은 ??? 
 

 

 

제일 먼저 화장실을 발견한 멧돼지 '그룬처'박사

 

이건 뚜껑이고, 동그랗게 생긴 여기에 똥을 눈다는 것 까진 알겠는데 시커먼 구멍 위에 앉아 똥을 눠야 한다는 사실이 마냥 겁나기만 합니다.
 

 

 

겁이 없고 씩씩한 곰돌이 '하르트'가 위풍당당하게 앞장서 화장실에 들어가는 모습.

하지만 . . .

몸이 너무 커서 화장실이 우지끈 터져버리려고 하는걸 다른 동물들이 달려들어 문을 닫아주죠 ㅋ


 

 

하르트가 조용히 똥을 눌 수 있게 해주지만 아무리 정신을 집중해도 똥은 커녕 오줌도 안나옵니다.

결국 땀만 뻘뻘 흘리다 포기하고 마는 하르트 !!

볼일을 보지 못했다는 말을 못하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다음 차례 입장!!"을 외치네요 ~

 

두번째 고슴도치 '페터'

화장실이 너무 커서 변기가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 페터 역시 볼일을 보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말하기 싫어

"내가 이제까지 본 화장실 중에 최고"라 말합니다 ~

 

 

세 번째 토끼 '엘리노어'

 

깡총 뛰어올라 변기에 앉기만 하면 똥이 총알처럼 후두둑 떨어질 것 같았는데

어찌된 일인지 하나도 나오지 않네요.

똥을 누기 전 엉덩이를 풀에 대고 살짝 흔들어야 똥을 싸는 습관 때문인 듯 ~

풀이 없이 똥을 눌 수 없었다 말하기 민망한 엘리노어 역시 "동물들에게 이런 멋진 화장실이 있었음 했는데 잘됐다" 말하네요 ~


 

 

토끼와 고슴도치도 성공했으니 자기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생각하며 거만한 표정으로 화장실에 들어간 여우

긴 꼬리가 변기에 빠져 물이 잔뜩 묻은 여우는 똥을 누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져 그냥 나오게 되죠.

이런 이상한 화장실에서 똥을 누지 않겠다 결심하지만 동물 친구들에게는 솔직하게 말하지 못합니다.

 

 

사슴 '아론' 역시 화장실에 들어가보지만 몸만 화장실에 들어가고 뿔은 들어가지 못하네요 ㅎ

그 모습을 지켜보는 친구들에게 "모두 돌아서 앞발로 눈 가려!" 외쳐보지만 똥은 감감무소식 ;;

그 상태로 계속 앉아있을 수 없어 그냥 나오게 됩니다. 


 

 

다음 차례는 부엉이 '율리아나'

휙 날아 화장실에 뚝 떨어졌는데 변기가 겨울에 물이 꽁꽁 언 연못처럼 미끄러워 잘못하다간 변기에 쏙 빠질까 겁나

하늘높이 올라가 나무 꼭대기에서 관리인 아저씨와 숲 속 친구들 몰래 똥을 눠야 겠다고 결심하네요 ~

 

 

다시 찾은 그룬처 박사

"다들 화장실이 그렇게 좋다고 하니 어디 나도 한번 앉아 볼까?"

 

하지만 . . .

못생긴 부엉이, 뚱뚱한 곰돌이, 뿔이 큰 사슴이 앉았던 곳에 앉아 똥을 누기 싫은 그룬처 박사는

변기를 떼어 밖으로 들고 나가 멧돼지 냄새만 나는 곳으로 가서 뚜껑을 열고 편하게 자리 잡고 앉아 똥을 눕니다 ㅎㅎ

모두에게 천대(?)받는 화장실같으니 ;;;

 

 

관리인 아저씨가 마련해준 화장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 


 

 

토요일, 엄마 병원 진료때문에 온 가족이 모이게 되면서 책 좋아하는 3살 조카에게 읽어주면 좋을 것 같아 선택했는데 절반의 성공 ??

책 펼쳐 그림 한번 보여주고, 두번째엔 스토리를 응용해 대충의 설명을 해주고, 마지막으로 끝까지 읽어주면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했는데~

그림에 비해 글이 많아 그런지 살짝 어려워 하는 듯 ㅎㅎ  

 

그래도 책가지고 공부하는 폼(?) 잡으며 재밌게 잘 놉니다 ㅎ 

 

아빠에게 달려가 책 읽어달라고 하더니 이렇게 이쁜 포즈를 ~

와~ 정말 부녀 사이구나 싶은 만큼의 근사한 모습!!

이 모습을 보니 밥 안먹어도 배부르다고 해야하나 ? 보기만 해도 뿌듯해지더라구요 +_+
 

 

가은아 !!! 집에 가서도 책 많이 이뻐해주고, 재밌게 잘 읽어야해 ~


. . . .

얼마만에 읽어본 동화책인지 ~

그림도 예쁘고, 글도 너무나 순진무구해서 금방 ~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게 되네요 !!

동물들의 세계에 인간이 사용하는 화장실이 설치됐으니 이런저런 사건이 터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죠 ?

동물들 개개인의 반응이 너무 귀엽고 재밌습니다 ㅎ

 

동물들의 세계도 우리네랑 별로 다를바가 없구나 싶어요.

사람도 그렇잖아요~

심한 변비에 고생하시는 분, 공중화장실에서 볼일을 못보는 분도 계시고,

변기 커버에 화장지를 다 두르고 나서야 간신히 볼일을 보는 사람, 변기 위에 신발 신고 올라가 볼일을 보는 사람 등등

 

저는 변비 같은 것도 없어서 '화장실' 볼일 보는 문제에 대해 걱정같은거 해본적이 없는데요 ~

당장 배변 훈련을 해야하는 아이들과 부모님들은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잖아요. 그게 제일 안좋은건데 ~

그럴때 가볍게 읽기 좋은 책 같아요!!

 

 

당신의 장은 안녕하신가요 ? 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래남친
아리카와 히로 지음, 김미령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백수 알바 내 집 장만기'의 아리카와 히로의 알콩달콩 연애소설 '고래남친'

 

 

 

고래남친

친구의 부탁으로 자위대원들과의 미팅에 나가게 된 메구미. 남자쪽 대표이자 꽃미남인 '후유하라'의 모습에 반하해 자꾸 그를 쳐다보게 되고 그녀의 시선을 의식한 후유하라는 딱 내 취향인 마스크라 자꾸 보게 됐다 솔직하게 말하는 그녀에게 호감을 느낀다.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대화.

잠수함을 가라앉는다 말하지 않고 잠긴다 말하고, 잠수함을 고래로 비유하는 그녀와 이야기가 잘 통해 두 사람은 사귀게 되는데~

스크루에 문제가 있어 계속 정비소에 들락 거리며 상태를 점검했던 잠수함이 원상 복귀하면서 장기 항해로 인해 두 사람의 연애도 험난해지기 시작한다.

항해 스케줄이 전부 국방기밀이라 출항일, 기간, 기항 예정 모두 대외비다보니 일단 연락이 끊기면 짧아야 한달, 두달 석달씩 못만나기는 다반사. 전화통화조차 거의 불가능하니 불안감은 날로 커지는데 . . .

그녀는 이 사랑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을까 ?

 

롤아웃

항공설계사 K중공에 근무하는 '미야타 에리'는 항공자위대의 차세대 운송기에 관한 대원들의 요구사항을 청취하기 위해 코마키 기지를 찾았다 황당한 일을 겪게 된다.

격납고로 가기 위한 통로가 남자화장실이 아닌가. 사용하지 않는 화장실도 아니고 누구다 들락거리며 사용하는 화장실이 ;;;

밖으로 나가면 한참 돈다는 이유로 남자 화장실을 돌파하는 것이 가장 가까운 지름길이라 '통로'로 사용된다고는 하지만 여자로서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엎친데 덮친격이랄까

항공기를 신규개발하는 만큼 이런저런 요구사항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커튼으로 가린 모양새를 하고 있는 화장실에 칸막이를 설치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는데 ~

이런저런 요구사항에 비용까지 절감하려며너 한정된 기내 공간에서 크기와 중량 모두 잡아먹는 칸막이 화장실이 가장 먼저 무시되기 쉬운데 그 얘기를 듣게 된 항공자위대 책임자 '타카시나'는 K중공이 30년전에 개발간 구식 C-1으로 데리고가 다짜고짜 화장실 커튼을 열고서 여기에서 볼일을 볼 수 있겠냐며 항의하기 시작하는데 . . .

그녀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까 ?? 화장실 이야기가 어떻게 연애소설로 탈바꿈하는지도 지켜봐주길 ㅎ

 

국방 연애

건방지고 뻣뻣하고 도도한, 일명 산전수전 다 겪은 'WAC'(와크-여성자위관)에 관한 이야기로 자위관 8년차인 '노부시타 마사시'와 우는 애도 그치게 한다는 여교관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미이케 마이코'가 등장한다. 업무상의 마찰에서부터 막사내의 사소한일, 정체도 모르는 남자와의 시시콜콜한 연애담까지 '단순한 남자 동기'로서 조심히 지켜볼 수 밖에 없는 그는 그녀를 짝사랑한지 8년째. 실연의 상처 후 다시는 자위관이랑 연애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그녀와 어떻게 되는걸까 ?

 

여친은 유능해

고래남친과 마찬가지로 잠수함에 근무하는 해상자위대원이 등장한다.

첫 만남은 학생의 모습으로, 그 다음엔 방위청 기술자로 '나츠키' 앞에 나타난 '노조미'. 서슴없이 연락처를 주고받더니 나츠키가 좋다며 사귀자 고백한 노조미 덕에 둘은 목하 열애중.

하지만 1년의 태반은 육지에 없는 사람이다보니 나츠키는 노조미와의 연애도, 결혼도 자신없기는 매한가지다. 너무 나약한 모습의 나츠키에 화가 났는데 알고보니 그 모든것이 주류파로서 앞날이 창창하고, 자신의 일에 의욕도 많고 꿈도 많으며 사회적으로 한창 커 갈수 있는 시기인 '노조미'를 배려한 것. 자신의 필요에 의해 뚝딱 결혼해서 가정에 붙잡아 둬도 되는 건지, 무엇보다 노조미에게 결혼할 의사가 있는지조차 자신할 수 없는 그. 과연 두 사람의 미래는 ?

 

탈책 엘레지

자위대 주둔지나 기지에서 대원이 도주하는 것을 조직 용어로 '탈책'이라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자위대에 입대해 고향을 떠나 신입 대원으로서 다른 지방의 주둔지에 배속을 받다보면 고향까지는 차로 열세시간 남짓. 시간 제약이 많은 신입이 휴일에 당일치기로 홀가분하게 다녀올 수 있는 거리도 아니거니와 얼굴을 보자마자 귀대 시간을 걱정해야 하는 형편이다보니 외박도, 전화통화도 꿈도 꿀 수 없다. 하지만 고향 단기 대학에 입학하는 여자친구는 단기대학에 다니며 고교시절보다 더 많은 자유 시간이 생기면서 이런 분위기를 이해 못하고 보고싶다며 매일 우는 소리를 낸다. 그렇게 '널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말 하나로 무모한 길에 들어서는 신입 대원들.

'요시카와'와 '키요타'는 서로가 같은 전철을 밟은 동지이자 호흡이 척척 맞는 콤비로서 지금까지 수많은 탈책을 미연에 방지해왔다.

그런 그들에게 이상 기운이 감지되는데 . . .

 

파이터 파일럿 그대

여성 파일럿이 등장하는 이야기로 연애를 떠나 결혼, 출산, 육아 등등 여자로서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야하는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절대로 이글(F-15)에서 내려오란 소리는 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 나랑 결혼해줘' 라며 프로포즈를 한 남편 '타마키' 가 약속을 잘 지킨 덕분에 일과 가정 모두를 손에 넣은 미키는 정말 복 많은 여자라는 ~

자신 역시 많은 것을 희생하며 노력했지만 남편의 외조없이는 불가능한 일들이 더 많으니까 !!

우리나라만 워킹맘이 힘든줄 알았는데 일본도 비슷한 듯 ㅎ

 

 

 

내가 좋아하는 꽃그림이 가득한 로맨틱한 표지. 

결혼을 앞둔 사람이 사랑 타령 하는 것도 웃기지만 장장 10여년의 장기연애 중인지라 알콩달콩 사랑의 속삭임과는 너무 먼 우리.

사랑의 달달한 유혹에 걸려든 여섯 남녀를 그린 연애소설 단편집이란 얘기에 대리 만족이라도 느끼고파 읽게 됐는데 역시나 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고 배아프더라 크크

 

육해공군 여러 지위에서 근무하는 '자위대원'의 이야기가 담겼다는 부분이 특이하면 특이하달까 ~ 나머지는 우리가 흔히 짐작하는 그런 러브스토리 !!

고래남친이라는 제목은 첫번째 이야기 -'잠수함'에서 근무하는 후유하라의 미팅 장면에서 잠수함을 고래로 빗대 이야기하는 사토코의 표현에서 따온건데 이보다 더 근사한 표현은 없다 싶을 정도로 사랑스러운 제목인 듯 ~

 

"에리 씨가 싸우겠다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없죠. 에리 씨가 싸운다면 운송기 정도는 얼마든지 갖고 옵니다"

<P.126 롤아웃 中에서>

 

이런 남자 어디 없나요 ? 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이런 점이 좋아요 마음을 전하는 작은 책 시리즈
호리카와 나미 글.그림, 박승희 옮김 / 인디고(글담)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 당신의 이런 점이 좋아요.

 

다른 어느 누구도 말해 주지 않는 근사한 말을 해주는 당신.

특히 '사랑해'와 '귀여워'란 말은 매일매일 듣고 싶어요.

본문 내용 中에서

 

 

너무나 사랑스러운 책 ' 당신의 이런 점이 좋아요'

 

뭐든 맛있게 먹어주는 당신

기쁜 일이 있으면 몇 번이고 했던 말을 하는 당신

그러면서도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은 언제나 기분 좋게 따라 주는 당신

키가 커 나만의 키다리 아저씨 같은 당신

언제나 내 편이 되어 주는 당신

한 방에서 서로 다른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내도 어색하지 않는 우리

수줍음이 많고, 장난기가 있어 어린 아이처럼 웃게 만들어주지만

무엇보다 가장 좋은 건 '나를 아끼고 사랑해 주는 당신의 마음'

함께 살면 좋은 일이 많고, 말투, 유머감각, 옷 입는 취향, 좋아하는 음식 등등 서로 닮아가는 것도 많다며 하나 둘 들려주는 이야기가 너무나도 정겹다.

성격도 행동도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이 함께 하다 보니 다투는 일도 있지만 결국은 '미안해'와 '고마워'라는 말로 금방 화해 모드 -

내년에도 함께 예쁜 꽃을 보고, 파란 바다에서 함께 헤엄치고 싶고 언제까지고 한 집에서 살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거라는 말에 괜히 가슴 한켠이 찡~~ 해져 오는게 ㅎㅎ

 

몇페이지 안되는 정말 얇은 두께에 놀라고, 이 책 정가가 8,800원이란 사실에 놀랐지만 다 읽고난 지금은 이 돈을 주고서라도 얼마든지 구입해 선물하고 싶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따뜻하고 감성적인 글과 그림이 가득 들어있어 잠깐 읽기만 해도 내 얼굴에 행복의 미소가 번지게 만드는 마법같은 책이라는 !!!

이 책을 받은날 마침 여행 계획이 있어 책을 들고가 지인들에게도 살짝 보여줬는데 다들 반응이 장난 아녔다는 ~

<또 다른 우리>, <내가 사랑하는 사람>, <LOVELY DAYS>, <내 꽃이 피기를> 등등 많은 작품이 있던데 기회 되면 꼭 한번 찾아 읽어보고 싶다는 ~

한동안 도서관 나들이를 못했는데 호리카와 나미의 또다른 작품이 궁금해서 당장이라도 찾아가야겠다 !!

 

'사랑해'라는 흔한 말 대신 자그마한 책 한 권으로 말로 표현 못했던 백마디의 진심을 전하는 것도 행복할 듯 ^^

 
  

 

설렁설렁 그린 듯 엉성해 보이지만 자꾸 보면 너무 편안해 정감가는 일러스트 !!

하나하나 자세히 다 보여주고 싶은데 몇 페이지 안되는 책이다보니

너무~ 부럽고, 보기 좋아 따라하고픈 모습들로만 두어컷 찍어봤다 ㅎ

 (인디고의 책들은 넘 이쁘게 잘 나오는듯 )

오늘 저녁엔 낭군님과 달달한 티타임 갖어야겠다는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과 그 자신이 일치하는 자가 얼마나 될까. 삶 따로, 사람 따로, 운명 따로. 대부분 그렇게 산다. <p.323>

 

세상은 '지난밤 일'을 '세령호의 재앙'이라 기록했다. 아버지에게 '미치광이 살인마'라는 이름을 붙였다. 나를 '그의 아들'이라 불렀다. 그때 나는 열두 살이었다 -

열두 살짜리 여자아이의 목을 비틀어 살해하고, 여자아이의 아버지를 몽치로 때려죽이고, 자기 아내마저 죽여 강에 내던지고, 댐 수문을 열어 경찰 넷과 한 마을주민 절반을 수장시켜버린 미치광이 살인마의 아들, 그 광란의 밤에 멀쩡하게 살아남은 아이. 최서원.

사건 이후 작은 아버지네에 위탁된 서원은 작은아버지에서 큰고모, 큰고모네에서 둘째 고모네, 이모네에서 삼촌네를 전전하지만 그들의 애정도 서원의 유산을 양육비 명목으로 공평하게 나눠가질 때까지일뿐. 덩그러니 홀로 남게 된 서원이 전화할 유일한 사람은 사건이 일어나기전 한 집 한방을 썼던 아저씨 승환뿐이다. 그렇게 다시 함께 살게 되지만 그날의 사건은 그들을 한시도 가만히 내버려두질 않는다. 따돌림과 고의적 시비만으로도 한길 낭떠러지를 걷는 것 같은 그들에게 끊임없이 날아드는 선데이매거진까지 ~

바다를 따라 동쪽에서 남쪽으로, 남쪽에서 서쪽으로 정처없이 떠돌게 된 그들은 등대마을에서 네계절을 보내며 간신히 정착하는가 싶었는데 얼마 안되 그곳에서 잠수한 사람 두어명이 죽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그들은 다시 한번 세상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

그 때 청년회장에게서 받게 된 상자 하나. 거기엔 아저씨의 취재수첩, 레코더시계, usb, 편지묶음과 스크랩북, 세령호라 쓰인 아저씨가 쓴 원고가 들어있는데 . . .

 

 

그렇게 2004년 8월 27일의 오후, 7년전 여름으로 돌아가 들려주는 그날의 이야기에 툭. 툭. 툭

책을 읽는내내 심장이 몇번 떨어졌는지 모르겠다. 분노와 두려움, 절박함. 화나서 한번, 안타까워서 한번, 슬퍼서 한번 . . .

운명이란 말을 믿진 않는데 책 속 주인공 어느 한사람 빠지지 않고 모두 그 어디로도 빠져나갈 수 없는 촘촘한 그물에 걸린 물고기 신세 같달까 ~

운명의 장난이란 말은 이럴때 쓰는 말이 아닐까 ? 그러지 아니고서야 어떻게 말로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그리워지나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하거나 서러워하지 말라

절망의 나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반드시 찾아오리라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법

모든 것은 한 순간에 사라지지만 가버린 것은 마음에 소중하리라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울한 날들을 견디며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설움의 날은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은 오고야 말리니

 

푸쉬킨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한국 소설 맞아 ? 여성 작가가 쓴 소설 맞아? 믿을 수 없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에 단번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오랫동안 조심조심 굴려온, 돌보다 더 단단해진 눈덩이에 크게 한방 맞은 느낌이다.

오랜 시간 준비하여 야심차게 내놓은 소설답게 스케일이 다르다. 그 사건을 지켜봐온 사람인냥 이야기의 흐름에 몸을 내맡기다보면 한사람 한사람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으로 다가온다.

사건이기도 하고, 소설이기도 하고, 인터뷰 글이기도 하고, 누군가의 삶이기도 한 이야기.

그렇게 나는 아버지 최상사를 잊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는 현수가 되었다가도 서원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몸파는 일과 강도짓만 빼곤 다 할 수 있다는 은주가 되었다가 자신의 방식대로 삶을 통제하고, 교정하는 영제가 되었다가 불쌍하게 영혼이 되어버린 세령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더 오랫동안 이 책을 잊지 못할 것 같다는 ~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해 '예스' 라고 대답." <p.51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