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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나는 모래 위를 걷는 개
게키단 히토리 지음, 서혜영 옮김 / 이레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게키단 히토리의 소리나는 모래 위를 걷는 개는 생각했던 것보다 굉장히 얇은 책이라 보자마자 금방 읽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그 감동의 여운은 한참 지속되더라.
단편이지만 연작 옴니버스로 내가 제일 좋아아하는 스타일인지라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던 것 같다.
이 책은 길 위의 생, 안녕하세요 나의 아이돌님, 핀트가 안 맞는 나, 신의 게임, 소리나는 모래 위를 걷는 개 등 다섯가지 이야기가 들어있지만 자세히 읽어보면 여섯명의 각기 다른 인생을 이야기한다.
길 위의 생 -
휴일도 반납하고 몸을 가루로 만들어가며 하루 온종일 일하느라 아내와 딸의 얼굴도 볼 수가 없고, 나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없어 무엇을 위해 사는지, 무엇 때문에 괴로운지 알 수가 없는 그.
차라리 모든것을 끝내버릴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홈리스, 작은 일탈을 꿈꾼다. 자유를 찾아 홈리스가 되면서 벌어지는 샐러리맨의 이야기
자유를 원했지만 자유롭고 싶다는 고상한 불만을 빌려 일로부터 도망칠 구실을 찾으려 했다고.
자유를 동경한 것이 아니라 자유를 동경하는 사람을 따라했을 뿐이라는 깨달음을 얻는 그의 모습에서 나역시 그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안녕하세요 나의 아이돌님 -
다케다 미야코. 보통 먀코라 불리우는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녀를 위해 죽을수도 있고 죽더라도 성불하지 않고 미야코의 주위를 맴돌며 그녀의 수호신이 되어 악과 재난으로부터 그녀를 지키고자 하는 그의 마음은 처절할 만큼 절절하기만 하다. 신문을 읽지 않는 그녀를 위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기쉽게 설명한 펜레터를 편지지를 사서 손으로 직접 편지를 쓰기도 하고, 월급날 그녀에게 명품 핸드백, 노트북 컴퓨터 등등을 구입해 선물하느라 생활이 어려워져 아침에 물만 마시며 살고, 끈적이로 등장한 그녀를 위해 재밌다는 글을 밤새 게시판에 작성하는 등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절대 못했을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해낸다. 아이돌 스타를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바친 오타쿠 청년. 그 아이돌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가슴 한켠이 뭉클해졌다.
홈리스와 도시락 하나를 두고 쟁탈전을 벌이는 장면에서의 그 홈리스가 첫번째 이야기의 샐러리맨이다 크
핀트가 안맞는 나 -
스무 살, 프리터, 여자다. 동네 친구들과 술을 마실 때 다들 자신의 꿈을 얘기하기 시작하게 되었고 꿈을 갖고 있지 않은게 창피하기도 하고 뒤처지는 것 같아 '난 꼭 카메라맨이 될 거야' 외치게 된 나. 내가 한 거짓말이 거짓말이 아니게 하기 위해서 카메라를 샀다. 얇고 가벼운 명함 크기의 디카를. (카메라를 사기 위해 아버지 돈을 훔치는데 까만 가죽가방 안 넝마가 있었다는 얘기를 하는걸 보니 아무래도 첫번째 이야기의 샐러리맨 딸인듯 크크) 메모리 카드도 없고 사진 삭제하는 법도 몰라 본체로는 열여섯장밖에 못찍는데 발톱, 에어컨 등을 찍느라 남은건 열장뿐. 굉장히 비싼 일회용 카메라다. 그런 그녀가 찍게되는 열장의 사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녀가 찾은 소중한 사람.
카메라맨을 꿈꾸지만 수명이 열 장뿐인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프리터. 여기에도 끈적이의 흔적이~
신의 게임 -
카레이서가 되고 싶었지만 빚더미를 지고 불수레를 타게 된 그.
스물 다섯에 도박을 배웠고 성실하게 모았던 돈이 없어지자 그녀에게 차이면서도 질리지않게 계속해 도박을 하다 신용대출에 손대게되고 돈과 시간을 헛되이 쓰면서 인생을 낭비하게 된 그도 자살하기 위해 뛰어들 것만 같은 소녀를 위로하면서 희망을 얻는다. (이 소녀가 핀트가 안맞는 나의 그 카메라맨이 되고팠던 소녀) 그 희망이 엉뚱하게 나야 나 사기전화로 이어졌을때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정도. 그렇게 전화통화로 한 할머니의 아들, 겐이치 흉내를 내게 되는데 돈을 받으러 가는 날 그 할머니가 심부전으로 돌아가신걸 알게 된다. 그 앞으로 남겨놓은 돈과 편지.
아 ~ 편지내용은 넘 안타까우면서도 감동적이었다.
소리나는 모래 위를 걷는 개
우는 모래라는 뜻에서 글자를 따서 내 이름은 나루코. 그래서 그런지 울보 인생이다. 행복이 넘치는 나날을 보내야 할 사람. 그렇게 되기 위해 도쿄로 가는 그녀. 수학여행때 주차장 한구석에서 개그를 봐달라고 했던 그 남자를 찾으러 간다. 한 번 만난 남자를 찾아 무조건 도쿄로 상경한 울보아가씨와 몇 년째 '가스 엉덩짝'만 외치는 아사쿠사의 삼류 개그맨. 그가 사랑하는 주피터의 이야기가 절묘하게 결합하면서 묘한 감동을 주는 이 이야기는 마지막이 묘미인 것 같다.
정말 웃다가 가슴이 뜨거워지고 사람이 사랑스러워지는 소설이라 극찬했던 야마다 무네키님 말이 맞는 듯~
묘하게 이어진 인연. 그 인연으로 위로받는 사람들. 역시 가장 큰 상처도, 가장 큰 위로도 언제나 사람이 중심에 있다.
"나도 고민은 많아요. 하지만 말이지. 난 이렇게 생각해요. 인생은 도박이라고. 대학입시도 도박이고 취업도 도박이고, 인간관계니 연애니 하는 것도 모두 다 도박이거든.
모든 것에 다 이기고 지는 게 있어요. 하지만 고민은 결코 패배가 아니야. 고민은 결과가 아니라 아직 진행 중인 과정이거든요.
알겠어요? 대학입시 실패도, 일에서의 문제도, 그건 과정이지 결과가 아니야. 결과는 자신 속에서 결정하는 거예요.
어떤 사소한 행복이라도 언젠가 웃을 수 있는날이 오면 그게 결과라고. 고민하고 괴로워하고 노력한 결과. 나는 아직 . . .
아가씨는 아직. 그 결과를 못 봤어요. 그러니까 죽지 말아요. 살이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좋은 거라고요." [p.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