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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바흐
로버트 슈나이더 지음, 강명순 옮김 / 북스토리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음악'하면 오스트리아를 빼놓을수가 없지. 그래서일까 ~ 오스트리아 브레겐츠에서 출생하여 빈 대학에서 작곡학, 미술사, 연극학을 전공한 히든 바흐의 작가 '로버트 슈나이더'
소설, 시나리오, 희곡 등 집팔하는 작품마다 권위 있는 상을 탔다고 한다.
히든 바흐의 책 소개들을 읽고 제일 먼저 바람과 그림자의 책이란 소설을 떠올렸다. 발표되지 못한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희곡, 400년간 감춰졌던 진실이 베일을 벗는 내용이 너무나 비슷했기 때문이다. 숨겨진 명화라던가 희곡등등의 소재로의 잼난 이야기는 읽어봤어도 음악에 관련된 이야기는 갠적으로 '히든 바흐'가 첨이 아닐까 싶다.
글이 아닌 음악. 글로 표현 하기 힘든 음악이라는 것을 어떻게 표현하고 적어내려갔을찌 호기심이 증폭되어 이 책 내용이 너무너무 궁금해졌다.
바흐의 이야기이지만 바흐의 이야기가 주인공이 아닌 것 같은, 음악을 통해 우리네들 인생의 밑바닥까지 파헤치고 계시해 주었던 것 같은 이 느낌의 책 !!
책을 읽으면서 내내 머릿속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게 만드는 음악 소리가 끊임없이 귓가에 맴도는것이 금방이라도 들려오는 듯 했다.
히든 바흐는 한마디로 말해 인생 자체가 굴욕의 역사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굴욕적인 사건의 연속인 한 남자. 원하고 갈망했던 것을 얻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는 이 남자 야콥 켐퍼가 바흐 협회가 진행하는 나움부르크 시 오르간 보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다는 편지를 보낸 후 퇴짜 맞은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발터 켐퍼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병약한 아이로 사시사철 기침이 떨어지지 않고, 말을 할 때는 혀를 차는 버릇이 있으며, 화가 나거나 흥분했을때 증상이 더 심해지는데 음악시간만큼은 가장 뛰어난 학생이었다고 ~ 아버지께서 솔을 만드시기에 그가 후계자가 되어 솔장이 일을 배울때 그때가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한다. 그러던 그는 나움부르크 대성당에서 열린 드레스덴 나무십자가 합창단의 콘서트 공연을 본 후 관자놀이를 망치로 두드리는 것처럼 큰 충격을 받고 작곡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당시 성 벤첼 교회의 오르가니스트였던 프리트헬름 뵐퍼에게 개인 교습을 받게 되는데 그 가르침은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그래도 음악 공부를 중단 않고 낮에는 솔장이 일을 계속하고 밤엔 음악 이론서들을 구입해 연구에 매진하고, 파이프 오르간과 피아노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았던 그. 남자는 군대를 갔다 와야 진짜 남자가 된다는 이유로 18개월간의 지옥같은 병역훈련을 마치고 수척해진 모습으로 피아노로 복귀하게 된다.
작곡가를 꿈꾸지만 그는 계속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이랬던 그의 일상에 크나컨 사건이 발생하는데 그것은 그의 생일이기도 한 크리스마스 이브날, 이복동생 레오가 성 벤첼 교회의 낡은 파이프 오르간 속, 썩은 널빤지 바닥 밑에서 검정색 가죽 가방을 발견하면서부터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육필 악보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악보집인데 분실됐거나 영원히 사라져버린 것중 하나일 것도 같은 공연하는데만 일곱시간쯤 걸리는 미발표 오라토리오라는 것을 알았을때의 그의 반응은 로또를 맞은것보다 더더더 놀랍고 재밌었다.
그의 이야기, 그의 행동 하나하나를 따라가다보면 마침내 고개 끄덕여지는데 비단 나뿐만이 아닐 듯 ~
진실은 인간의 가장 큰 약점을 파고드는 법이니까. 자신들의 죄를 인정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죄책감을 견디는 길에는 더더욱 어려운 사람.
나 또한 그런 약한 사람일 뿐이니까.
"내가 오랜 세월 꿈꿔왔던 그 화려함, 광채, 존경은 실제로는 허영심, 탐욕, 권력욕, 거만함에서 생겨난 열기였어.
그렇다면 차라리 난 어느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그늘에 계속 머물겠어.
바로 그것 때문에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미발표 음악이 내 눈에 띄었을 거야. 난 이제 옛날 일은 다 잊었어. 불쾌감, 모욕, 사람들의 거부감 따위.
나 이제 내 인생과 화해했어. 용서하는 걸 배웠다고.
기껏해야 잠시 머물다가 어느 순간 덧없이 사라질 이 세상의 온갖 명예보다는 누군가로부터 포옹을 받는 게 훨씬 더 큰 선물이라는 걸 이제 난 안단 말이야." [p.285]
읽느내내 평범하다못해 못나보이기까지 한 야콥과 바흐와 바흐 음악이 있어 신났던 것 같다.
1992년 출간된 후 200여 회이상의 언론의 극찬과 함께 그를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고 영화, 오페라, 드라마, 연극, 뮤지컬 등으로 공연되면서 지금까지도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그의 작품 '오르가니스트'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