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카토 라디오
정현주 지음 / 소모(SOMO)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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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여행지에서는 일상처럼 일상 속에서는 여행하듯이.
행복해지고 싶다면 그렇게. [p.163]

  

 

라디오 작가의 글이라서 그럴까. 스탠드 불 빛 아래 책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의 글이라 그럴까.

디제이가 멘트를 읽듯 그렇게 조곤조곤 속삭이듯 조심스레 읽어내려 간 책이다.

 

첫 번째 이야기. 소소한 일상 : along+together

두 번째 이야기 . 나의 그녀들 : dreaming+dreamer+sweet dream

세 번째 이야기. 그녀, 사랑을 말하다 : sing my love

네 번째 이야기. 즐거운 워커홀릭 :happy tree studio

다섯 번째 이야기. 마이 페이버릿 씽 : one fine day

여섯 번째 이야기. 그녀와 그들의 에피소드 : dream on

 

문장과 문장, 단어와 단어 사이사이의 공백마다 웃음속에 눈물이 쓸쓸함 안타까움이 살짝 비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안한 따스함, 다정한 용기가 베어나온다.

아침보다는 저녁에, 낮보다는 밤에, 숨막힐 듯 조용한 공간보다는 잔잔한 음악이 흐르면 더 좋겠다. 비오는 날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라면 더 좋을 것 같기도 ~

사진도 좋고 글도 좋다.내가 좋아하는 카페에 관련된 글이 있어 좋고, 내가 좋아하는 수동 카메라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 좋고, 내가 좋아하는 책에 관한 이야기가 있어 좋다. 카페 히비(cafe HIBI),

카페 위(cafe oui), 어쿠스틱 카페(Acoustic CAFE)를 가본 사람, 수동 카메라가 있는 사람, 책을 좋아해 책을 수집해 본 사람, 훌쩍 떠나는 삶,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만이 아는 공감이랄까 -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사랑을 하는데도 어쩜 이리도 닮은꼴인지 ~글 속에 나의 모습이 자꾸만 오버랩된다.

 

시간이 조금 흐르면 나도 내가 좋아하는 카페,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온통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얘기하는 작은 책 한권 내고싶다.

소소한 일상이지만 그 책한권을 읽음으로 내 모든것을 안다고 말할수 있을 정도로 내 모든것을 있는 그대로 펼쳐놓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나는 화분을 키우는 것에만 서툰 것이 아니었다.

내가 주는 마음은 한발 늦거나 한발 빨랐고 너무 많거나 너무 적었다.

물을 너무 많이 주어 뿌리가 썩어버린 화초처럼 처음엔 곱던 마음, 꽃 피지 못하고 떠났다.

나는 아팠고 조금 달라졌나 보다. 매 순간 보이지 않던 마음을 읽으려 애쓰던 그 버릇으로 다시 화분을 키우기 시작했는데 이번에는 죽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커피 물을 올리기도 전에 화문에 물을 주며 잘 잤냐고 인사를 한다.

시간의 여유가 더 생긴 것은 아니다. 다만 소중히 여기는 법을 알게 된 것이다. 아끼니까 시간을 내서 잘 있는지 살핀다.

내가 주고 싶은 게 아니라 그가 필요한 것을, 내가 주고 싶은 때가 아니라 그가 필요로 하는 때에 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겠다.

예쁜 화분에 심어주는 것보다 생긴 모습 그대로 편안히 뿌리 내리도록 배려해야겠다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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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야마구치 마사야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악'은 '죽음'보다 악질이다. 그린은 그렇게 생각했다.

죽음의 그늘은 인간의 육체에 거짓 없이 드러나는 법이지만, 인간 내부에 깃든 악은 결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성자 같은 얼굴을 한 사람이 구제할 길 없는 범죄자인 경우가 흔하다.

어느 철학자가 육체는 영혼의 묘비라고 했지만, 아무래도 악에 있어 육체는 견고한 은신처인 듯하다. [.283]

 

야마구치 마사야의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 이 작품은 1998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선정, 과거 10년간 최고의 추리소설 1위를 한 책이란다.

그것으로도 부족해 2008년 다카라지마 선정, '과거 20년간 가장 재미있는 추리소설' 2위를 차지했다고 하니 이 책에 쏟아지는 호기심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는 ~

그렇게 읽고 또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여전히 모르는 작가가 존재한다는 것이 신기하고 반가울 뿐이다. 평소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다보니 첨 들어보는 작가의 작품이지만 한눈에 쏘옥 들어올 수 밖에 !!! 책을 받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후다닥 읽어내려가는데 웬걸 ~ 요거 미스터리 맞아 ? 할 정도로 죽음에 관한 시니컬한 이야기들이 한가득 들어있는게 아닌가. 잘 못 고른게 아닐까 싶은 불안감이 스멀스멀 ~

아무리 이 책의 배경이 되는 곳이 뉴잉글랜드의 툼스빌(공동묘지)이라는 이름이 붙은 외딴 시골, 대규모 공동묘지를 경영하는 발리콘 일족이라곤 하지만 너무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이 끝이 없더라. 나중엔 시체들이 되살아나기까지 ~ @@

수많은 등장인물, 공동묘지 구조, 죽음이 임박한 스마일리와 그의 유산 싸움, 만찬회에서 일어난 독살, 살인 예고장, 밀실살인, 아일랜드 고전 민요, 되살아난 시체등등 모든 것이 순식간에 벌어지다보니 집중하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야기에 한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묘한 매력은 분명히 있었다.

다 읽고나면 분명 지루하게 느껴졌던 부분들이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었음을 인식하고 대충 읽어내려간것을 후회할게 될 것이고 다시 처음부터 읽기 위해 앞장을 뒤적일지도 모를일이다. 아 ~ 이게 본격미스터리구나 !! 라는 탄식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책을 다 읽은 사람에게만 보이는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미로찾기의 정답같은게 눈에 보였으려나 모르겠다.

 

너무도 지겹게 느껴지던 죽음에 관한 이야기들. 하지만 다과회에서 나눈 죽음에 관한 이야기중 한 부분이 유난히 공감가는 부분이 있어 적어본다.

 

"한번더 말하겠네만, 우리는 텔레비전이라는 작은 전기 상자를 통해서 바야흐로 인류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빈번한 대량의 죽음을 접하고 있지.

하루가 멀다 하고 말이야. 이런 상황 아래서 죽음은 점점 허구로 변해가지. 사람들은 '죽음'을 텔레비전이라는 판도라의 상자 속에 은폐했고,

비참하기 짝이 없는 시체와 상큼한 미녀가 광고하는 세제가 마치 같은 제품인 것처럼 같은 화면 속에 나란히 놓이게 되는 게야.

 

"보는 쪽의 감성 문제 아닌가요?"

그린이 반론했다.

 

"텔레비전 세대다운 발언이로구나.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 감성이라는 놈이 또 문제란 말이야. 텔레비전이 토해내는 대량의 죽음은 매일이다, 알겠느냐?

매일매일 다른 대량 소비재와 똑같은 선반에 진열한 허구화된 죽음을 보여준다면 반대로 감성이 예민한 사람은 방어 태세를 갖출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즉 그들은 마비되고 마는 게야. 그렇게 현대인들은 매일같이 죽음을 바라보기는 하지만, 죽음을 생각하지는 않게 되지." [p.150]

 

장의사 일족이 나누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라니 ~ 정말 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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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억 백만 광년 너머에 사는 토끼
나스다 준 지음, 양윤옥 옮김 / 좋은생각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좋은생각에서 일억백만광년 너머에 사는 토끼라는 책이 나왔다. 사랑에 관한 동화같은 이야기. 따뜻하게 마음을 녹여줄 것 같아서 긴긴 겨울밤 귤까먹으면서 따뜻한 방에 엎드려 읽음 참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후다닥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는데 이 책 덕분에 몸도 맘도 따뜻하고 여유로운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아기자기 일러스트가 귀여운 나스다 준의 일억백만광년 너머에 사는 토끼를 받고서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아이러니 하게도 노래가사 였다는 ~

처음에 사랑할때 그이는 씩씩한 남자였죠 / 밤 하늘에 별도 달도 따주마 미더운 약속을 하더니 / 이제는 달라졌어 그이는 나 보고 다해달래

애기가 되여버린 내사랑 당신 정말 미워 죽겠네~

사랑에 빠진 남자들이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 써먹는 고전 레퍼토리중 하나가 너를 위해서라면 밤하늘의 별도 다 따줄수 있어 뭐 그런거 아니겠는가.

유치함에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지만 그래도 그런 멘트 한번 듣고픈게 여자의 맘인듯 ~

 

일억백만광년 너머에 사는 토끼는 가슴 따뜻해지는 동화같은 멋진 사랑이야기이자 성장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독일 키르 지방에 전해 오는 '사랑나무' 전설에서부터 이 소설은 시작되는데 이제 막 사랑에 눈뜨기 시작한 십대 청춘들의 두근두근 설레는 이야기는 물론 오랜 시간 방황하던 중년의 사랑, 그리고 평생 한 사람을 향한 노년의 사랑이야기까지 사랑이야기의 종합선물상자라고나 할까 ~ 추운겨울 우리들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고도 남을 정도. 이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을때쯤이면 내 반쪽이 너무도 보고싶어 핸드폰 통화 버튼을 누르게 될테고, 짝이 없는 분이라면 꼬옥 ~ 반쪽을 찾아야겠다는 결심부터 세울지도 모를일이다.

 

주로 아동문학 분야에서 활동한 분이라는데 그래서 그런지 중간중간 등장하는 동화같은 이야기들은 정말 환상적이라는 ~

특히 사랑나무전설 - 일억 백만 광년 너머에 사는 토끼가 내게 해 준 이야기의 별닦이 토끼는 동화책으로 만들어도 좋을 내용이다!!

그 내용을 그대로 옮겨와 이 책을 읽지 못한 많은 분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을 정도 ^^

나도 별닦이 토끼에게 작은 별하나 반짝반짝 빛나게 닦아달라고 하고싶다. 그러려면 왕의 나무 혹은 여왕의 나무라고 불리우는 고목이 어딨는지부터 먼저 찾아야하려나 ? ㅎㅎ

Doris Day의 Que sers sers (케세라세라)를 들으면서 이 책의 여운을 맘껏 즐겨야겠다는 !!!

 

이 세상에 우연한 일이라는 건 없어. 사람과의 만남도 그렇지. 만날 만하기 때문에 만난 거야.

남자와 여자의 인연도 그렇고, 너와 아다치 선생도 그렇겠지 ?

만남이라는 것을 통해 인간은 뭔가를 배우게 돼.

가장 중요한 건 그런 때, 나중에 후회할 만한 일은 하지 않는다는 거 아니겠냐?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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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지음, 조동섭 옮김 / 그책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싱글맨은 (A SINGLE MAN)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동성 애인인 짐을 잃고 힘겹게 아침을 맞이하는 조지의 하루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173센티미터밖에 안되는 조지 같은 사람도 머리를 숙여야 할 정도로 빽빽하게 지은 작은집. 외로움을 느낄만한 빈 공간이 없어 오히려 안전하다 느끼지만 매일, 해마다, 이 장소에서, 작은 스토브를 앞에 팔꿈치를 맞대고 서서 요리하고, 좁은 계단에서 간신히 서로 스쳐 지나가고, 작은 욕실 거울 앞에서 함께 면도하고, 계속 떠들고, 웃고, 실수든 고의든, 육감적으로, 공격적으로, 어색하게, 조급하게, 화나서든 사랑해서든 서로 몸을 부딪힌 두 사람의 흔적은 무수히도 많아 통증이 멈추기를 기다리는 동안 짐이 죽었음을 또다시 인식하게 되는 조지의 모습은 안쓰럽기만 하다.

 

200여페이지의 비교적 간단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어찌나 어렵게 느껴지고 읽혀지지가 않던지 몇날 며칠을 이 책을 부등켜안고 고민했는지 모른다.

철학소설 같고 심리소설 같은것이 처음 이 책을 읽고싶어했던 나의 의도와는 다른 동성애적 내용에 대한 편견이 생겨서인지 더 읽혀지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동성애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인간의 사랑과 상실감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담아낸 작품인데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그의 마음속 슬픔과 상실의 흐름을 따라가기엔 너무도 붕~ 들뜬 연휴의 기분탓으로 돌려야 하려나 ~

사람이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가족, 친지등의 가까운 누군가의 죽음을 지켜보거나 영화나 소설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하기도 하고, 수련회나 수학여행 마지막날 캠프파이어 행사등을 통해 유언장을 써보는 시간도 갖고, 신문기사나 뉴스를 통해 언급되는 자살이나 살인등 죽음에 대한 기사들을 보면서 자신이나 소중한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한 삶의 변화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게되는데 이 모든것은 내가 죽기전까진, 소중한 누군가가 죽음으로 인해 그 슬픔을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죄다 공론이자 망상일뿐이라 생각했건만 한해를 정리하는 이때,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죽음에 대한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인간 내면의 심리적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영상보다는 소설이 나을 것 같지만 아무래도 이 책만은 소설이 아닌 영화를 봐야 온전히 이해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마지막 옮긴이의 말을 읽다보면 이십대의 젊은 독자라면 10년뒤에 이 책을 다시 꺼내보라고 말하고 싶다고 적혀있다. 출간된지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새롭듯 10년 뒤에도 이 책은 새로울 것이며, 함께 나이 들수록 이소설의 맛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감히 확언할 수 있다고 적혀있는데 이십대도 아닌 나는 왜 이런 감상밖에 적을수 없는 건지 ㅠ_ㅠ 한없이 부족한 내공이 여기서 표나는 듯 ;;

최대한 빠른시간내에 사랑하는 이의 죽음으로 고통스러운 아침을 시작하는 조지가 되어 다시 한번 이 책을 읽고서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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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
김탁환.강영호 지음 / 살림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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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강영호. 그는 '상상사진관'의 주인이다.

그의 삶은 드라큘라 성을 짓기 전과 후로 갈리는데 99-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는 드라큘라가 산다고 해도 끄덕일 분위기의 중세시대 성의 모습을 한, 꼭대기엔 유령선, 관을 차곡차곡 쌓아둘 깊은 지하, 출구를 못 찾아 헤맬 복도, 꼭대기에서 지하실까지 이어진 나만의 복도, 패닉룸 등등 그 독특한 모습을 한 드라큘라 성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홍대 정문앞 번화가에 자리한 드라큘라 성에 자리잡은 상상사진관. 그가 홍대를 주 무대로 택한 이유는 홍대앞의 젊음과 열정, 타락과 술, 섹스와 눈물을 아끼기 때문이라고. 홍대 앞을 떠나지 않되, 더 두꺼운 벽에 갇혀 더 높은 꼭대기에서 젊음이 벌이는 축제의 밤들을 내려다보며 음미하기로 한 것. 그리하여 택한 것이 드라큘라 성이라 한다. 홍대는 이렇게 젊음, 개성, 예술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곳인가보다.

99 -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는 상대성 인간, 인간인간인간, 반딧불이 인간, 웨딩 인간, 끈적 인간, 아몬드 인간, 알바트로스 인간등의 7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말로 설명하려고 해도 어찌 해야할지 난감하다. 읽어보지 않고서는 그 느낌을 모를 듯 ;;

갠적으로 인간인간인간(턱을 기르는 왕), 아몬드 인간 (배운 침묵)의 안타까운 결말의 여운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더라~

이야기 한편 한편이 굉장히 낯설고, 기이해 머리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가슴으로 이해해야하는 그런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어머니가 차려주는 식탁, 상암월드컵 경기장 하늘공원, 이대목동병원, 고대구로병원등의 익숙한 지명.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들.

사진작가 강영호, 상상사진관의 주인, 춤추는 사진작가 등등 많은 부분이 너무나 꼬옥 닮아서 진짜 그의 이야기를 옮겨 놓은 듯하다. 그래서 더 기이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를일.

 

강영호는 결국 모든 예술은, 모든 사진은, 인간으로 귀착된다는 것을 영민하게 알아차린 예술가였다.

그가 포착하고 싶었던 것은 그래서 사물이 아닌 사람이었고, 사람의 표면을 매끄럽게 흘러가는 이미지가 아니라, 그 이미지 밑에 도사린 또 다른 무엇이었다.

그것을 그는 '흡혼'이라고 불렀던 것인데, 어느 날 그는 제 안에 숨어 꿈틀거리는 괴물과 조우한 모양이다. 그리고 깨닫는다.

한 인간의 뇌 속에는, 아니 아니 마음속에는 전 우주와 맞먹는 세계가 펼쳐져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p.275]

김탁환, 강영호 작가인터뷰를 읽다가 무릎 탁 쳤던 글귀.

아리송~ 이해할 수 없는 작품이 한순간에 이해가 되는 극적인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김탁환, 강영호의 99 - 드라큘라 사진관으로의 초대는 예술적 동거의 기록이라는 말만큼 잘 어울리는 표현이 없는 것 같다.

흡혼의 사진술사와 영혼을 빌려주는 이야기꾼의 만남. 장편연작소설이라고 떡하니 써있긴 하지만 사진집인지 소설집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다.

이게 뭐야? 어리둥절 했다가도 그들이 들려주는 독특한 이야기에 푸욱 빠져들게 되고 그렇게 될 수록 더치커피의 매력에서도 헤어나오지 못할 듯~

실제 책 속 사진들은 성곡미술관에서 춤추는 사진작가 강영호展 - 99 Variations로 만나볼 수 있다. 김혜수씨의 성형설(?)로 왈가불가 말이 많았던 휘슬러코리아의 광고 포스터 촬영도 강영호씨와의 공동작업 결과물이고 성곡미술관에서 전시중인 강영호의 사진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하니 이쯤이면 말 다 한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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