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
야마구치 마사야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악'은 '죽음'보다 악질이다. 그린은 그렇게 생각했다.

죽음의 그늘은 인간의 육체에 거짓 없이 드러나는 법이지만, 인간 내부에 깃든 악은 결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성자 같은 얼굴을 한 사람이 구제할 길 없는 범죄자인 경우가 흔하다.

어느 철학자가 육체는 영혼의 묘비라고 했지만, 아무래도 악에 있어 육체는 견고한 은신처인 듯하다. [.283]

 

야마구치 마사야의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 이 작품은 1998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선정, 과거 10년간 최고의 추리소설 1위를 한 책이란다.

그것으로도 부족해 2008년 다카라지마 선정, '과거 20년간 가장 재미있는 추리소설' 2위를 차지했다고 하니 이 책에 쏟아지는 호기심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는 ~

그렇게 읽고 또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여전히 모르는 작가가 존재한다는 것이 신기하고 반가울 뿐이다. 평소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다보니 첨 들어보는 작가의 작품이지만 한눈에 쏘옥 들어올 수 밖에 !!! 책을 받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후다닥 읽어내려가는데 웬걸 ~ 요거 미스터리 맞아 ? 할 정도로 죽음에 관한 시니컬한 이야기들이 한가득 들어있는게 아닌가. 잘 못 고른게 아닐까 싶은 불안감이 스멀스멀 ~

아무리 이 책의 배경이 되는 곳이 뉴잉글랜드의 툼스빌(공동묘지)이라는 이름이 붙은 외딴 시골, 대규모 공동묘지를 경영하는 발리콘 일족이라곤 하지만 너무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이 끝이 없더라. 나중엔 시체들이 되살아나기까지 ~ @@

수많은 등장인물, 공동묘지 구조, 죽음이 임박한 스마일리와 그의 유산 싸움, 만찬회에서 일어난 독살, 살인 예고장, 밀실살인, 아일랜드 고전 민요, 되살아난 시체등등 모든 것이 순식간에 벌어지다보니 집중하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야기에 한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묘한 매력은 분명히 있었다.

다 읽고나면 분명 지루하게 느껴졌던 부분들이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었음을 인식하고 대충 읽어내려간것을 후회할게 될 것이고 다시 처음부터 읽기 위해 앞장을 뒤적일지도 모를일이다. 아 ~ 이게 본격미스터리구나 !! 라는 탄식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책을 다 읽은 사람에게만 보이는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미로찾기의 정답같은게 눈에 보였으려나 모르겠다.

 

너무도 지겹게 느껴지던 죽음에 관한 이야기들. 하지만 다과회에서 나눈 죽음에 관한 이야기중 한 부분이 유난히 공감가는 부분이 있어 적어본다.

 

"한번더 말하겠네만, 우리는 텔레비전이라는 작은 전기 상자를 통해서 바야흐로 인류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빈번한 대량의 죽음을 접하고 있지.

하루가 멀다 하고 말이야. 이런 상황 아래서 죽음은 점점 허구로 변해가지. 사람들은 '죽음'을 텔레비전이라는 판도라의 상자 속에 은폐했고,

비참하기 짝이 없는 시체와 상큼한 미녀가 광고하는 세제가 마치 같은 제품인 것처럼 같은 화면 속에 나란히 놓이게 되는 게야.

 

"보는 쪽의 감성 문제 아닌가요?"

그린이 반론했다.

 

"텔레비전 세대다운 발언이로구나.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 감성이라는 놈이 또 문제란 말이야. 텔레비전이 토해내는 대량의 죽음은 매일이다, 알겠느냐?

매일매일 다른 대량 소비재와 똑같은 선반에 진열한 허구화된 죽음을 보여준다면 반대로 감성이 예민한 사람은 방어 태세를 갖출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즉 그들은 마비되고 마는 게야. 그렇게 현대인들은 매일같이 죽음을 바라보기는 하지만, 죽음을 생각하지는 않게 되지." [p.150]

 

장의사 일족이 나누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라니 ~ 정말 최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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