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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지음, 조동섭 옮김 / 그책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싱글맨은 (A SINGLE MAN)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동성 애인인 짐을 잃고 힘겹게 아침을 맞이하는 조지의 하루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173센티미터밖에 안되는 조지 같은 사람도 머리를 숙여야 할 정도로 빽빽하게 지은 작은집. 외로움을 느낄만한 빈 공간이 없어 오히려 안전하다 느끼지만 매일, 해마다, 이 장소에서, 작은 스토브를 앞에 팔꿈치를 맞대고 서서 요리하고, 좁은 계단에서 간신히 서로 스쳐 지나가고, 작은 욕실 거울 앞에서 함께 면도하고, 계속 떠들고, 웃고, 실수든 고의든, 육감적으로, 공격적으로, 어색하게, 조급하게, 화나서든 사랑해서든 서로 몸을 부딪힌 두 사람의 흔적은 무수히도 많아 통증이 멈추기를 기다리는 동안 짐이 죽었음을 또다시 인식하게 되는 조지의 모습은 안쓰럽기만 하다.
200여페이지의 비교적 간단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어찌나 어렵게 느껴지고 읽혀지지가 않던지 몇날 며칠을 이 책을 부등켜안고 고민했는지 모른다.
철학소설 같고 심리소설 같은것이 처음 이 책을 읽고싶어했던 나의 의도와는 다른 동성애적 내용에 대한 편견이 생겨서인지 더 읽혀지지 않았던 것 같다.
사실 동성애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인간의 사랑과 상실감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담아낸 작품인데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그의 마음속 슬픔과 상실의 흐름을 따라가기엔 너무도 붕~ 들뜬 연휴의 기분탓으로 돌려야 하려나 ~
사람이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가족, 친지등의 가까운 누군가의 죽음을 지켜보거나 영화나 소설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하기도 하고, 수련회나 수학여행 마지막날 캠프파이어 행사등을 통해 유언장을 써보는 시간도 갖고, 신문기사나 뉴스를 통해 언급되는 자살이나 살인등 죽음에 대한 기사들을 보면서 자신이나 소중한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한 삶의 변화를 진지하게 생각해보게되는데 이 모든것은 내가 죽기전까진, 소중한 누군가가 죽음으로 인해 그 슬픔을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죄다 공론이자 망상일뿐이라 생각했건만 한해를 정리하는 이때,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죽음에 대한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인간 내면의 심리적 움직임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영상보다는 소설이 나을 것 같지만 아무래도 이 책만은 소설이 아닌 영화를 봐야 온전히 이해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마지막 옮긴이의 말을 읽다보면 이십대의 젊은 독자라면 10년뒤에 이 책을 다시 꺼내보라고 말하고 싶다고 적혀있다. 출간된지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새롭듯 10년 뒤에도 이 책은 새로울 것이며, 함께 나이 들수록 이소설의 맛은 더욱 깊어질 것이라고 감히 확언할 수 있다고 적혀있는데 이십대도 아닌 나는 왜 이런 감상밖에 적을수 없는 건지 ㅠ_ㅠ 한없이 부족한 내공이 여기서 표나는 듯 ;;
최대한 빠른시간내에 사랑하는 이의 죽음으로 고통스러운 아침을 시작하는 조지가 되어 다시 한번 이 책을 읽고서 내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