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독스 13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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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수의 사람으로는 살아가기 힘들어요. 머지않아 모두 죽을 거예요. 그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요?"

"그건 어느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은 언젠가는 죽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사느냐가 아닐까요.

삶의 의미를 깨달으려면 그저 열심히 살아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p.530>

 

 

일본 시간으로 3월 13일 오후 1시 13분 13초.

블랙홀의 영향으로 엄청나게 거대한 에너지파가 지구를 덮치고, 그 결과 시공간의 뒤틀림에 의해 13초간의 공백, 이른바 'P-13'현상이 발생한다는 얘길 듣게 된다.

일본 뿐만이 아닌, 지구 전체의 운명이 걸린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란 소리를 듣게 되면서 혼란에 빠지게 되지만 정부는 사회 혼란을 우려해 이 사실을 공표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한편, 범인 체포 작전에 나섰던 경시청 관리관 '세이야'는 13시 정각부터 13시 20분까지. 정확히는 1시 13분 전후로는 위험한 행동은 삼가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게 되지만 동생이자 관할 서 말단 형사인 '후유키'의 의욕이 앞선 무모한 행동 때문에 범인으로부터 총격을 당해 쓰러지고, 후유키 역시 범인의 총에 맞아 정신을 잃는다. 잠시 후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후유키는 주변을 둘러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그 어디에도 사람이라고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 곳에 홀로 남겨진 후유키. 거리 구석구석 살피다 마침내 사람으로 보이는 작은 물체의 움직임을 포착한다. 딸 미오와 그녀의 엄마 에미코. 거리에 그려진 커다란 화살표를 따라간 초밥집에서는 신도 다이치라는 청년을 만나게 된다. 그 후 우연찮게 라디오 방송을 통해 생존자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그곳에서 형 세이야를 포함한 생존자(여고생 아스카, 노부부(야미니시 시게오와 야마니시 하루코), 대기업 건설회사에 다니고 있는 기술자인 고미네와 같은 회사 전무 도다 마사카쓰,병원 간호사인 도미타 나나미, 갓난아기 유토까지)와 만난 후유키는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왜 다른 사람들은 모두 사라지고 자신들만 남아서 이런 고통을 당하는지 고민해보지만 답은 나오지 않는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하기보다 순간적인 판단력은 물론 항상 냉정하고 행동력있는 형 세이야의 의견을 좇아 매일 닥쳐오는 재난(지진과 홍수)속에서 살아남으려 고군분투하기 시작하는데 ~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참 간만에 읽는 것 같다. 한때 이분의 책이라면 고민없이 무조건 사읽었는데 임신과 출산으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느라 못읽고 지나친 작품들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해 안습 ㅡ.ㅜ

긴 호흡을 갖고 한꺼번에 읽어내려가야 끊김이 없어 이해도 빠르고 재밌기에 소설은 무조건 그렇게 읽는 편인데 아기 재우고, 기저귀 갈고, 분유 먹이느라 잠깐잠깐 읽을 수 밖에 없는지라 한동안 소설이 참 부담됐는데 요즘은 그나마 좀 괜찮은 편. 그만큼 애키우는데 조금은 익숙해졌다는 소릴까? 그렇게 조금씩 짬내서 책읽기를 시도하고 있는데도 이 책 분량이 570여페이지가 넘는지라 포기할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되더라는. 그럼에도 집어든것은 재밌다는 입소문때문 ㅎㅎㅎ

조금만 읽고 자야지 했는데 뒷 이야기가 궁금해 조금만, 조금만 하다가~  하룻밤을 꼴딱 새고 말았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답게 쉽고 재밌게, 그러면서도 진지한 생각도 하게 만드는 것이 다 읽고나니 뿌듯하더라.

 

생존이 최우선이었지만 전원이 생존할 수 없다면 희생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방법은 무엇인지, 그렇다고 무조건 목숨만 보존하기만 하면 되는 것도 아니기에 한사람 한사람의 가치관이나 프라이드를 무시해서도 안되는 상황. 그런 참혹함 속에서도 개인과 집단의 이해가 부딪히고 각자의 욕망이 뒤섞인다. 무엇이 정의이고 무엇이 윤리인지,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간 곳에서는 선악의 구별은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책을 읽는 독자에게 묻는 작가. 살아남으면 언젠가는 살길이 열린다는 말이 맞는걸까 ???

 

치밀한 구성과 속도감 있는 전개, 생생한 묘사에 눈을 뗄 수 없었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은 얼토당토 않는 사건을 툭 던져놓고 당췌 어떻게 결론 지을려고 그러나 ~

작가가 그린 결말은 어떤걸까~ 그게 젤로 궁금해 중간에 책을 접을 수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단 조금 시시한 결말이긴 했지만 그것말곤 딱히 색다른 결말도 없었을 듯 싶기도 하다;;

수많은 재난영화의 결말이 그렇듯~~~

(주인공의 가족애를 회복하거나 확인하고, 망할꺼라 생각했던 인류에겐 언제나 희망이 보인다 ㅎㅎ)

 

2012년 종말론으로 시끄러운 시점에 읽은 책이라 그런지 생각이 많아졌다.

책 초반 '지구의 보복'에 이런저런 얘길 나누는 부분이 있는데 (인류는 환경 파괴에 혈안이 된 존재로, 지구를 원래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되돌리려면 인간이 사라지는 수밖에 없다고.

하나의 행성을 지키기 위해 우선은 천적인 인간을 소멸시키고, 이어 인간이 구축한 문명을 파괴하는 것. 지진이나 홍수 역시 지구가 모든 것을 백지화하려는 수순의 하나라는 이야기)

종말론을 믿는 건 아니지만 요즘처럼 전세계적으로 이상기후가 벌어지는 걸 보면 어떤 식이건 지구의 종말은 상상치 못한 모습으로 우리 눈앞에 벌어지지 않을까 싶어 불안해진다. 

 

재밌게 읽어놓곤 조금은 뻔한 이야기였다고 마무리 짓게 되어 민망하지만 그럼에도 위의 이유들 때문에 그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고 빨리 만나보고 싶다 말할 정도로 난 히가시노 게이고가 좋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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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 사랑법
한지수 지음 / 열림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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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꼬, 어른스럽다는 말을 하곤 하지. 단지 어른스럽다는 것이지, 정말로 어른인 건 아니야.

우리 모두 그래. 우린 계속 자라고 있는 중이거든." <p.388>

 

정부를 집안에 끌어들여 아내가 머리를 쥐어뜯고 괴로워하는 것을 보면서 그 고통의 세기로 사랑을 측정했다는 헤밍웨이식 사랑법.

제목부터가 이러하니 책 속 남녀간의 사랑이야기가 보통은 아닐거란걸 짐작하실 듯 ~

'헤밍웨이 사랑법'은 이혼을 결심한 여자가 새로 만난 남자와 벌이는 지나치게 치명적인 연애를 그린 작품이다.

남편의 외도를 알고 이혼을 결심한 뒤 '비폭력 대화법을 전하고자 연수차 캐나다로 떠난 여주인공 '서인주'는 칠리왁이라는 인디언 보호구역에 갔다 원주민에게 연어 두마리를 산 것이 불법이라는 이유로 법정에 서게 되고 그곳에서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동시 통역사로 일하는 '윤선재'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하게 시작된 사랑. 여자는 늘 자신을 무시하는 남편과 달리 자상한 남자에게 처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귀국 후 이혼을 종용하지만 남편은 다시 시작하자며 질질 시간만 끈다. 그러는 동안 선재는 캐나다에서의 모든 것을 뒤로한 채 한국행을 결심하고, 인주는 자신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는 남편과 새로운 사랑을 잃을까 조급해하며 서두르는 새연인 선재 사이에 끼어 방황하게 된다. 사랑보다는 질투에 관한 이야기이고, 그 속에는 비폭력 대화법이 자세히 소개된다.

우리가 일상에서 별생각 없이 쓰게 된 말들 속에 얼마나 많은 의미와 이유가 있는지~ 얼마나 심한 폭력성이 숨어 있는지를 이야기하며 자신 스스로가 깨닫게 도움주는 이 책.

크게 '사랑을 전하는 데 있어 우선 말을 배워야 한다'는 것인데 사랑하기 전에 먼저 사랑을 표현하는 법을 배우라는 얘기!!

당연한 것 같은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 우리는 상처받는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깨달았다.

 

누군가의 말처럼 사랑에는 한 가지 법칙이 있어요.

좋아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법칙이에요.

그러기 위해서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요. <p.299>

 

시시콜콜한 이야기에서부터 고맙다, 미안하다, 보고싶다, 사랑한다는 세세한 표현에서 오는 친밀감.

나 역시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거란 생각에 당연하듯 이런 표현을 넘 아낀건 아닌가 싶어 반성중이다 ㅠㅠ 

 

엄마는 내게 '무조건, 참고 살라'고 했지만, 나는 내 딸에게 다르게 말해줄 것이다.

지독히 사랑하고 공감해라. 또한 넉넉히 이해하고 용서해라. 그래도 안 되면 사람으로서 품어라. 그러나 가장 너답게 살 수 있는 방식으로 살아가라.

그것이 네 자식에게 물려줄 건강한 유전자가 될 것이라고. <p.353>

 

이혼이 무조건 참고 살아야 할 만큼 나쁜짓은 아니지 않는가. 내가 이혼을 앞둔 사람도 아니고, 그런 딸이 있는 건 더더욱 아니지만 이런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이 말만은 꼭 기억해내고 싶다.

사랑하고 공감하자, 이해하고 용서하자. 그리고 나답게 살아가자 !!

 

갠적으로 한지수 작가님의 책은 처음인데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그녀의 첫 번째 소설 '자정의 결혼식'도 읽어봐야 겠구나 싶을 만큼 책 속 내용에 반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추운 겨울에 읽는 로맨틱한 소설만큼 달콤한 것도 없어 책을 받자마자 후다닥 읽어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시간이 흘러버렸다. 은근 진도가 안나갔더랬다.

재미가 없어서라기 보다 책을 읽다 나도 모르게 여주인공이 들려주는 비폭력 대화법에 빠져들에 자꾸만 나와 나의 생각과 거침없이 흘러 나와 버리는 말에 대해 생각하고 반성하게 되는 바람에 ㅎㅎ

마음을 찡~ 하게 만들고 알아두면 좋은 글귀들이 많아서 음미하고 또 음미하느라 많은 시간이 걸린 것 같다 +_+

읽어보면 알겠지만 [소설]로 분류되는 이 책 참 묘하다. 큰 틀은 러브스토리이나 주인공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는 철학적인 냄새가 짙고 여주인공의 '비폭력 대화법'은 책 속 내용과 별개로 내 마음속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기심으로 가득찼던 독한 기운을 깨끗하게 정화 시켜주는 힐링 소설이기도 하니 말이다. 읽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부분~

2012년 12월이 며칠 안남은 시점에서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해줘서 좋았던 책이기도 하다.

 

"사랑은 달콤하지만, 그래서 참 까다로운 음식이더군요. 우리가 누리는 달콤함에는 그런 치명적인 결함이 있습니다." <p.99> 

 

참 공감가는 글귀죠 ?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소유하고픈 욕망에 빠져들고 꿈꾸게 하는 사랑. 사랑. 사랑.

힘들게 쟁취한 그 사랑을 유지하게 위해 좋아한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말 뿐만이 아닌 뽀뽀, 키스, 포옹 등등을 이용해 많이많이 표현하면서 살자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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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요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크레이그 톰슨 지음, 박여영 옮김 / 미메시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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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띠지에 모두 적기 힘들만큼 2003년 출간된 이후 만화계 이런저런 상을 모두 휩쓴 마국의 천재 그래픽노블 작가 '크레이그 톰슨'의 대표작 [담요]

평소 웹툰을 즐겨 보는지라 이렇게 책으로 출간된 만화라면 일단 무조건 읽고, 읽어보고 싶은 나인데 미리보기를 통해 살짝 훑어본 이 책은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그림체가 아닌지라 크게 눈길이 안가더라는 ㅠ-ㅠ 하지만 어마어마한 평들과 함께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바탕으로 친구들의 따돌림과 부모의 무관심으로 불행한 어느 소년의 성장통을 그리고 있다길래 호기심이 발동해 읽어보기로 결정!!

(만화든 소설이든 실패와 도전을 겁내지 않고 그것을 바탕으로 성장해가는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적이다)

그렇게 내 품에 들어온 이 책은 일단 어마어마한 두께와 가격으로 나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600여 페이지의 엄청난 두께에 양장 제본은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부분.

이렇게 두꺼운 책 속에는 어떤 감동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나~~

 

어린 시절 가난과 고지식한 부모님, 종교적인 집안 분위기에 짓눌리고 왕따에 상처 받으며 자신의 기억을 전부 불사르고 싶었던 우리의 주인공 '크레이그'

힘든 현실을 잊기 위해 매일 밤 꿈나라로 도피하는 소년은 겨울방학, 크리스마스 즈음에 참여한 성경캠프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게 된다.

하지만 그런 그 앞에 '레이나'라는 구원 같은 존재가 나타나면서 그의 생활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는데 . . .

 

책을 읽는 시점에도 타이밍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책을 읽을 즈음엔 온 세상에 하얀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만화 속 배경과 너무도 비슷한 풍경.

그래서 그런지 그 어느때보다 감정이입이 잘 된 상태에서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기독교적 가치관과 레이나를 향한 첫사랑 사이에서 방황하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지만 고통과 눈물마저 아련한 추억이 되는 인생의 비밀을 담백하면서도 묵직한 시선으로 그려낸 <담요>

무교라 너무 종교색 짙은 내용들엔 거부감이 드는데 이 책은 배경이 배경인지라 교회와 성경 구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건 벌써 12월, 크리스마스를 코앞에 둔 시점이라 그런건지도 ~

 

 

 

 

어른이 되고 나면 평생 오르막길 인생이지. 오르고 오르고 올라도 끝이 없어. <p.177>


 

학창시절, 미래에 대한 고민, 첫사랑, 러브레터, 신앙 등등 누가나가 공감할 수 있는 키워드들로 때론 재기발랄하게 때론 감수성 짙게 진행되는 이야기들.

티격태격 싸우면서도 없으면 금방 허전한 형제, 자매가 있는 사람이라면 ~

외로움에 사무쳐봤고, 누군가를 사랑했으며 그 사랑으로 인해 고민해봤던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괜찮은 내용이긴 하지만 낯선 나라의 작품이라 그런지 수많은 상을 받았던 작품만큼 감동의 물결에 허우적 댈 만큼은 아닌지라 좀 아쉽;;

뭐든 해석하기 나름인 듯 ~

그래도 마지막 장면 만큼은 몇번을 넘겨 봐도 괜찮다 싶을 만큼 감동적인 것 같다. 내가 원한 완벽한 결말~

종교가 맞는 사람이라면 더더더 공감할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 지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건넬 예정인데 좋아해줬으면 ^^

 

 

   

 

짙은 외로움 속에 찾아온 짧은 사랑.

종교적인 색채를 뺀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에만 집중했을때의 느낌이 뭔가 영화 '만추'를 보고 나서 느꼈던 감정과 닮아서인지 

주인공 남여가 자꾸만 현빈과 탕웨이로 보여 큰일 ;;;

두 사람 모두 겨울이란 계절속에 주저앉지 말고 봄을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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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트르 1 : 하이에나의 숨결 로트르 1
피에르 보테로 지음, 이세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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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다고 생각하는 자는 더 이상 배움이 없다.' <p.287>

 

국제거시경제학 컨설턴트로 일하는 아버지를 따라 집과 도시와 나라와 대륙을 몇 번이나 옮겨 다녔는지 헤아리기도 힘든 나탕.

그런 유목생활의 결과 그는 5개 국어에 유창하고 탐험가도 울고 갈 만큼 수많은 외국 도시를 누비고 다닐 수 있었지만 어디에도 마음 붙일 곳 없고 친구다운 친구 한명 없다.

제일 심각한 문제는 삶에 대한 공허감이 점점 더 심해진다는 것. 넘칠 정도의 돈만큼이나 그가 받은 교육도 엄청나지만 언제나 부족한건 부모님의 사랑. 

상류층에 걸맞는 청년으로 만들겠다는 부모님의 의지가 노골적인만큼 입맞춤과 다정함은 너무도 모자랐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그런 그에게도 특별한 능력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비상한 운동신경. 언제 어떤 종목에서건 챔피언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운동신경에 너무도 둔한 나이기에 달리기부터 기계체조등 다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그의 모습이 부럽고 신기할 뿐인데 노출될때마다 이사를 하게 되면서 숨기기에 급급해야 되다니 이것 또한 아이러니 ㅠㅠ

그러던 어느날, 소리소문없이 내린 하얀 눈을 맞기 위해 집을 나선 그는 알 수 없는 폭발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휴대전화를 통해 목숨이 위험하다며 지금 당장 피하라는 아버지의 메시지를 받게 된다.

그러면서 알 수 없는 파미유에 소속되었다는 이야기. 존재 자체를 의심했던 괴물의 정체등 수수께끼같은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 후 맹수로 변신해 엄청난 힘을 발휘하는 소녀 샤에를 만나게 되고, 세상을 멸망시키고 절대 권력을 가지려는 불멸의 존재 '로트르' 맞서 싸워야하는 긴 여정을 떠나게 되는데 ~

 

트와일라잇과 타라 덩컨을 능가하는 액션과 로맨스라 말하는 이 책 <로트르>

권력과 힘을 가진 파미유, 자신을 비폭력주의자라 말하는 신비한 노인, 나탕과 샤에를 제거하려 드는 늑대인간들, 그리고 로트르의 존재.

확실히 소담에서 나온 다른 이야기들에 비해 스피드하고 과감하긴 하지만 그래도 주인공들의 나이가 나이이니만큼 대체적으로 시리즈물의 수준이 전체관람가 수준. 많이 줘봤자 12세 관람가랄까~

과감하고 농도짙은 두 소년 소녀의 로맨스는 언제 나오는걸까 ??

부모님이 돌아가시고나서 순식간에 진행되는 이야기에 앞뒤 줄거리의 연결이 살짝 힘들 정도 ;;; 흥미진진하게 읽긴 했지만 애 돌보는 중간중간에 정신없이 읽어서일까 ? 뭔가 중요한 걸 놓친 찝찝한 기분이라니 ~ 앞뒤 연결고리가 끊어진 듯 안맞는 부분들이 많아서 다시 읽어야하나 싶을 정도다 ㅠ

2권, 3권 등등 앞으로의 스토리를 통해 유추해볼 수 있으려나 ?

다음책에선 두 주인공의 로맨스는 물론이거니와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일곱 파미유들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강력하고 사악한 힘을 지닌 존재 '로트르'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강도높게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_+

 

"가끔은 삶이 기대하지도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잖아.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바르텔레미 아저씨가 나를 맡기로 되어 있었지. 할아버지 댁에도 가볼 수 있었을 거야.

어쩌면 여기서 할아버지와 살게 되었을지도 몰라. 모래알처럼 사소한 계기로 나는 이제 모험에 발을 들였고 바로 그 할아버지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지만."

샤에가 멈춰 서서 나탕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모래알은 나를 두고 하는 얘기야?"

나탕은 그윽한 눈으로 샤에를 바라보았다.

"아니, 나에게 넌 변화야. 끝내주게 멋진 변화." <p.299>

 

어린 친구들이 참으로 근사한 말들을 주고 받는다 싶어 밑줄 쫙 ~

신랑이 나에게 이런 멘트를 날려준다면 끝내주게 기분 좋을텐데 ㅎㅎ

올해 나에겐 부부라는 둘에서 셋이 되는 행운이 찾아왔다. 아이의 탄생은 정말 끝내주게 멋진 변화임은 분명한데 즐거움의 비명을 지르기도전에 육아의 고통이 나를 짓눌러 힘들뿐이니 큰일이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다 내가 행복 속에 자리한 것도 모르고 소리소문없이 세월만 흘러갈까봐 두렵다.

끝내주게 멋진 변화속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해보는 수밖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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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보트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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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란 미래에 있는 무언가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있는 무엇이다, 아마도. <p.232>

 

작가의 말을 통해 - 소소하고 조용한 이야기지만 광기(狂氣)에 대한 이야기 이기도 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쓴 소설 중에서 가장 위험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말한 그녀.

책을 다 읽은 지금 왜 가장 위험한 작품이라고 한지는 모르겠지만 달콤하고 치명적인 사랑의 열병에 대한 이야기만은 확실하단걸 깨닫는다.

인디언말로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인 11월이라 아빠만을 기다리는 삶을 살아가는 엄마의 진한 그리움, 쓸쓸함이 한없이 더 와닿았던 내용이 아니었다 싶다.

 

반드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하고 떠난 남자를 기다리며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전전하는 모녀. 언제까지 떠돌아다녀야 하는지 모른채 아빠를 기다리는 걸 멈출 수 없는 엄마와 딸의 시선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어느정도 읽다보면 아빠란 사람에 대해 자세히 나오겠지 싶었는데 은근 아빠의 존재는 희미하기만 하다.

생선으로 비유하자만 앞뒤 다 잘라내고 몸통만 먹는 느낌 ?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시간은 흐르고 소우코가 자라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으니 신기할 따름.

첨부터 아빠란 존재가 없이 이야기가 시작되었어도 아무런 문제 없었을 것 같은 ~

천연덕스러울 정도로 능숙하게 이야기를 잘 끌어 나가는 에쿠니 가오리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싶다.

사랑의 광기에 사로잡힌 엄마와 그런 엄마 곁에서 성장해가는 딸 '소우코'

아빠를 만나기 전까지 떠돌이 나그네 일 수 밖에 없는 모녀.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사는것도 재미없고 살아 있어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왜 더 살아야 하는지 통 알 수 없었던 엄마에게 아빠와의 만남은 운명적이었다고 할 수 밖에 없을 듯 싶다. 그 옛날 뼈마디까지 녹아버릴 듯한 사랑을 했고 그 결과로 소우코가 태어났다. 세번째 보물인 그녀.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엄마. 그만큼 아빠에 관해서만큼은 완전히 정신이 나갔다고 말할수밖에 없는 엄마. 아빠는 엄마 삶의 버팀목이고 엄마가 사는 이유, 그리고 소우코는 엄마의 기쁨이며 보물.

그런 엄마이기에 새로운 동네에 올때마다 악기점이 눈에 띌 때마다 기웃거리고 혹시나 모를 메시지를 찾아 <플레이어>, <기타 매거진>, <재즈 라이프>같은 잡지를 서서 훌어보곤 하는 엄마가 이해가 된다. 아니 오히려 격려하게 되는건지도 모르겠다.

 

아빠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엄마의 삶도, 어렸을때는 정말 아빠를 만날수 있을 거라고, 아빠는 우리를 찾고 있고, 언젠가는 반드시 찾아내줄 거라고 믿었지만 점점 현실과 동떨어진 삶이 견디기 버거운 소우코가 엄마 곁을 떠나 자신만의 삶을 살아나가는 모습 또한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럽게만 보이니 누구 한사람만 응원할 수 없는 나도 큰일이다 ;;;

그 사람이 없는 세계에 살고 있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만난 후의 세계라 괜찮다는 엄마. 소우코란 존재가 엄마를 지상에 묶어둘 수 있는 유일하지만 든든한 존재가 될 줄 알았는데 ~

결말이 그러해서 조금은 안타깝다. 어느곳에서건 따스한 그 손 놓치 않기를 ~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난 그 사람이 돌아온 것이 아니라 엄마가 죽음을 선택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떠나지도 않거니와 녹아들지도 않는다. 그것은 나쁜 일은 아니지만 때로 주위 사람들을 고독하게 만들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알 게 되었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으로 보여질 수 있겠지 ?조심해야지 ~


 

- 한 번 지나간 일은 절대 변하지 않잖아. 언제나 거기에 있어. 지나간 일만이 확실하게 우리 거야.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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