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인 소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6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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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눈높이가 바뀌면 모든 것이 다르게 보이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눈에 보이는 그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p.307]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 구분없이 미스터리, 스릴러쪽 책을 즐겨 찾게 된다. 범인을 찾는데 성공했냐 실패했냐가 주가 아니라 범인을 찾아가며 읽는 '과정'에 묘한 재미가 있는 미스터리쪽으로 시선이 갈 수 밖에 없는 듯~ 어떤분은 책을 읽으면서까지 머리써야 하냐 이해를 못하겠다 싫은 소릴 하기도 하지만 ;;

사건이 있으니, 해결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 형사든 탐정이든 그 인물들을 특징을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한 것 같다. 요즘은 대놓고 독자에게 범인을 찾아보라 말하는 책도 있지 않나 크크

일본미스터리에 푹 빠져 지내다보니 이 책에 대한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나오키상 수상작인 이 책 '내가 죽인 소녀'는 오래전에 출간되었다 품절이 되어서 구해읽을 수가 없어 더 애간장을 끌었던 책이기 때문이다. 절판, 품절이라면 더더더 보고픈 이 못된 성격에 어느정도길래 이렇게 야단인가 싶어 이 책에 거는 기대도 엄청 컸다.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에서 만났던 와타나베 탐정사무소의 '사와자키'씨를 다시 만날 수 있든 기대도 함께 !!

 

내가 죽인 소녀는 행방을 알 수 없는 가족 문제로 상담하고 싶으니 집으로 와줄수 있겠느냐는 남자처럼 낮은 목소리로 전화를 건 여자의 전화한통으로 시작한다. 이 전화 한통으로 사와자키씨의 고생문이 활짝~ 열린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고급주택가 동화속에나 나올법한 하얀문의 마케베 오사무씨집. 무슨일인지 알아보기위해 의뢰인을 찾았을 뿐인데 내 딸은 무사하냐며, 가방안에 당신이 원하는 '돈'이 있으니 얼른 가져가고 딸이 어딨는지 갈쳐달라는 얼토당토않는 말을 듣게 된다. 경찰에 붙잡혀 사건의 공범일지 모른다는 혐의가 채 가시기도 전에 엎친데덮친격으로 유괴범의 요구로 돈 가방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되고, 지정한 시각과 장소에 옮겨다니느라 진이 다 빠질것 같은데 일을 해결하는 마지막 장소 ''엘 구루메' 전화박스 앞에서 불량배들에게 폭행당하면서 돈을 잃어버리고 만다. 소녀의 생사를 걱정하며 무력감에 시달리는 와중에 유괴당한 소녀의 외삼촌으로부터 조카의 유괴사건을 조사해 달라는 말과 함께 네 사람의 이름과 주소가 적힌 쪽지를 받게 되면서 소녀는 생사는 어떻게 됐으며 범인은 누구이고, 외삼촌이 전해준 쪽지의 네명의 인물과 이 사건의 관계며 과연 범인은 그 안에 있는 네 사람중 한명인지 등등~ 숨막히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끝부분을 코앞에 두고서까지 누가 범인인지 당췌 종잡을 수가 없었는데 너무나 순식간에 후다닥 해결되는 기분이 들어 쌩뚱맞기는 했지만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 전작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에 나왔던 '와타나베 탐정사무소'를 만든 사람이자 8년 전 파트너 이기도 했던 와타나베 겐고의 1억엔과 각성제 강탈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전해들을 수 있어서 재밌었던 것 같다. 탐정 사와자키 시리즈라는 느낌이 확 ~

삶을 살아가면서 매 순간 정답이라고 정해진 '해답'은 없는 것 없다. 그때 당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신념을 따라 갈 뿐이지.

정상과 이상, 진실과 환상의 경계선의 애매모호함. 그런것들을 누가 결정할 수 있겠는가. 

미스터리 스릴러 형식의 소설속에 등장하는 사건이나 사고는 거창하고 잔인할 수록(?) 좋아하지만 현실의 범죄는 싫다. 매일매일이 사건사고없는 소박한 하루로 마감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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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긋는 여자 - 떠남과 돌아옴, 출장길에서 마주친 책이야기
성수선 지음 / 엘도라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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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재밌게 읽다 보면 가슴 뭉클해지고, 내 맘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기가막힌 문장을 만나게 된다. 그때마다 어쩜 이렇게 내 마음을 그대로 표현해놓았을까 놀라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감동받기도 하는데 이 책 밑줄 긋는 여자는 성수선님께서 출장길에서 만난 책들의 그런 기가막힌 문장에 대한 이야기한다.

같은 책을 읽고 같은 글귀를 맘에 들어한 것은 맞는데 그 표현방법이 예사롭지가 않다. 무조건 좋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왜 좋고, 무엇이 도움이 됐는지 이야기하는 방식이 이사람 책읽기 제대로 하고 있구나 싶은 전문가의 포스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

나도 나름 책일 읽으면서 좋은 글귀는 노트에 적어 다음에 생각날때 읽고 또 읽으며 그 책을 읽었을때의 느낌을 되새김질 하고, 편지나 메모를 보낼때 적어 보내는 멋(?)을 부리기도 하는데 이제껏 나는 '단지' 좋은글 뿐 이었던 것 같아 생각을 달리 하기로 했다. 좋은글 뿐만이 아니라 그 글을 읽었을때의 내 느낌도 함께 전달하자고 말이다.

 

책속에 나오는 책들이 여자들이 좋아하는 소설이나 에세이물쪽에 몰려있지도 않고 사회,경제나 외국,한국소설 두루두루 다방면에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서 더 좋았던 것 같다 !!

역시나 이 세상엔 읽어야 할 좋은 책이 너무너무 많은 것 같다.

언급한 책중 요시모토 바나나의 키친, 아사다 지로의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에쿠니 가오리의 당신의 주말은 몇 개 입니까, 오쿠다 히데오의걸(Girl), 미하엘 엔데의 모모 요정도만 읽었더라. 일본소설에 치중해 읽었단 것이 한눈에 들어오는듯 ~ 반성해야지.

힘들때 나를 위로해 주는 책으론 - 공지영님의 괜찮다 다 괜찮다와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를 고르고,

(갠적으로 p.47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조건적인 지지와 격려편을 읽으면서 나 역시 당신,멋져! 최고야! 무조건적인 지지와 격려를 보내주는 '내 편'이 절실한 사람이었구나 라는걸 뼈저리게 느꼈다.)

이 사람책이 그렇게 재밌어? 입소문 때문에 더더욱 궁금해진 김연수님의 청춘의 문장들, 사랑이라니, 선영아. 이런 책들도 읽어봐야겠다.

 

재밌게 잘~ 읽은 책을 추천해주기 위해서는 왜 이 책이 재밌는지 이 책의 어떤 부분이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지 적절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이 책을 계기로 생각이 풍성해지고, 논리적인 사고력을 갖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책을 좋아하는 내가 . . . 책을 좋아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듣고 있는 기분. 좋은 책을 여러권 추천받았다는 느낌으로 차분히 읽어내려간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세상엔 이렇게 많은 책이 있구나 ~ 싶은 아주 작은 깨달음을 발견한다면 더더욱 좋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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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
쇼지 유키야 지음, 김난주 옮김 / 개여울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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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하루하루를 산다는 것은 그야말로 이 몸에 많은 것들이 쌓여가는 것이리라.

쌓이고 쌓이다 무너져 내리는 것도 녹아 없어지는 것도 있거니와 떨쳐 내려 해도 떨어지지 않는 것도 있다.

소중하게 보듬고 있는 것도 있거니와 버리는 것도 있다.

우리는 지난 이십 년 동안 무엇을 이 몸과 마음에 보듬고 또 무엇을 버렸을까. 그리고 보듬은 것은 정말 필요한 것이었을까 [P. 101]

 

싱그러운 표지의 이 책 모닝은 가와토 신고의 죽음을 슬퍼하는 장례식장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친구의 장례가 끝나고 헤어지기직전 배우로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는 준페이가 차를 타고 마음 내키는 데까지 달리다가 어디 적당한 데 찾아서 죽을 거라고 말하면서 놀라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 역시 너무나 황당했다는 ~ 불의의 사고로 잃은 친구의 안타까운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또다른 친구가 자살할거라는데 놀라지 않을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 이 책은 왜케 죽는 사람이 많이 나오는걸까 ~ 책을 잘못 고른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이없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책을 읽어나갈수록 왜 그렇게 말했는지, 말할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게 되었고 그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 슬퍼지기도 했다.

누구나 부러워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던 다섯 친구 다이와 준페이, 신고, 와료, 히토시. 할머니 할아버지가 잇달아 돌아가시고 고풍스러운 목조 가옥이 텅 비게 되자 부모님을 설득해 그 집으로 옮긴 다이는 친구 준페이와 같이 살기로 하는데 그 말을 전해들은 동기 신고도 같이 살고 싶다고 나서고, 이사할때 거들어 주러 온 히토시와 와료까지 같이 살고 싶다고 하는등 하나 둘 친구들이 꼽사리끼게 되면서 혈기왕성한 청년 다섯명이 같이 살게 된다. 19살에 만나 그렇게 4년을 함께 하게 된 그들. 우연찮게 드럼과 베이스, 키보드, 기타를 배운 나와 노래를 잘 부르고 비주얼이 좋아 보컬로 스카우트하려고 했던 준페이까지 모이면서 밴드를 결성하게 되고 그렇게 하루 스물네 시간을 얼굴 맞대고 살고 서로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들이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각지로 흩어진 다섯 명은 이십 년만에 신고의 장례식장에서 다시 모이게 된 것이다. 장례식을 마친 친구들에게 "자살할 거라고" 폭탄선언을 하는 준페이. 그런 준페이를 설득하면서 자살하는 이유를 기 위해 친구들은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카페 아르바이트시절 알게된 준페이의 연인이지만 그들 모두의 연인이기도 했던 '아카네 씨' 그녀의 동생 유미코. 공동생활 시절의 추억담으로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그러면서 드러나는 아카네씨의 비밀, 신고 결혼식 피로연에서 벌어진 사건 등등 감춰놓았던 것들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한다. 비록 신고가 죽은 후에야 비로소 만나게 된 거지만 그들의 추억 이야기에 어찌나 공감가는 부분이 많던지 내 이야기를 꺼내 듣는 것 처럼 생생해 즐거웠고 그때가 그리워 눈시울이 시큰해지기도 했다.

친구들과의 우정, 즐거운 시간, 사랑하는 사람, 흘러간 노래 등등 그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흘러간 청춘의 기억들.  

 

그 무게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몇십 년 넘는 세월의 무게를, 그 세월에 켜켜이 쌓인 기억과 추억 들의 무게를.

그것이 어떻게 쌓여 갔는지, 또는 사라져 갔는지, 사라지지 않고 남이있는지. [P.266]

 

외할아버지의 죽음 이후 아직 이렇다할 죽음과 대면할 기회는 없었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난 뒤 찾아온 그 엄청난 상실감.

잘해드릴껄 하는 후회보다 더 큰 것은 보고싶은데 볼 수 없다는 그 기분을 느낄때마다 찾아오는 슬픔이었다. 그런 기분을 다시 느끼지 않아도 되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언젠가 사랑하는 누군가를 병이나 사고로 잃게 된다면 이들처럼 그들을 추억하며 떠나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았음 좋겠다. 서로에게 슬퍼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상처인 것 같아 괜찮다고 괜찮다고 슬퍼할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그 때 그 시간이 어찌나 속상하던지. . .

그런 시간이 찾아오기전에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더 많은 추억을 쌓아야지. 슬퍼할 겨를도 없을만큼 많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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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 원
니콜라스 스파크스 지음, 김진주 옮김 / 퍼플레인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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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 투 리멤버, 노트북 이 두 영화를 아주 재밌게 봤는데 이분의 작품을 영화가 아닌 책으로 만나보게 되었다.

럭키원은 영화 노트북의 저자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최신 화제작으로 자신에게 찾아온 기적을 확인하러 떠나는 한 남자의 사랑이야기인데 그 모든것은 사진 한장으로부터 시작한다.

안해본 운동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고, 피아노와 바이올린 연주도 배웠고 작곡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다재다능한 그는 콜로라도 대학을 졸업한 후 해병대에 입대할 생각을 하게 된다. 25년간 해병대에서 복무했던 아버지의 영향을 자연스레 받은 결과라고. 입대한 후 강도높은 훈련을 반복하고 명령 받은 대로 행동하기만 하다 2003년 1월 막 스무세살이 되던 해에 이라크 해방작전의 일환으로 쿠웨이트에 배치된다. 긴 회의와 고된 훈련, 예측할 수 없는 공격에 대한 예행연습의 연속속에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정보들이 소문처럼 떠돌고 이런 소문들은 쿠웨이트에 주둔한 15만 군인들의 상상력만 부채질 하는 결과가 된다. 그런 불안정한 시기에 기분전환을 위해 아침 해가 뜨기 전에 시작하는 오래 달리기를 하다가 사진 한장을 발견한다. 사진 속 그녀는 비취빛 눈동자에 짓궂은 미소를 머금은 금발의 아가씨. '행운의 여인'이라고 쓰인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사진 뒤쪽에 '몸조심해 ! E'라는 글이 손글씨로 쓰여있다. 누군가의 소중한 물건이라 애타고 찾고 있을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센터 입구 게시판에 붙여놓지만 찾아가는 사람이 없어 그가 주머니에 들고 다니기 시작하는데 그때부터 그에게 말로 표현못할 행운들이 시작된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면서 들려주는 이야기. 사진속 행운의 여인을 찾기 위한 그의 도보여행의 시작과 끝. 그는 그녀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데 . . .

 

행운의 연속이라 좋아하기만 하면 되는데 그 먼길을 걸어 그녀를 찾고 그녀를 위해 뭔가를 해주고싶어하는 그 마음. 그런 마음들이 모여 그녀에게는 가장 평범하면서도 가장 특별한 시간이 되었으니~ 우리가 흔히 예측할 수 있는 그런 로맨틱코미디다운 결말이었지만 그 속에는 항상 '진실함'이 담겨있었기에 이런 이야기들을 읽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소박한 기쁨에 나도 모르게 그들의 삶에 감동하게 되고 부러워하게 되는게 아닐까 싶다.

그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아느냐~라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들을 이 책을 통해 배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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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 외로움에게
김남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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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희님의 외로움이 외로움에게는 띠지에 적힌 글 그대로 도보 여행가 김남희님이 길 위에서 만난 고맙고 어여쁜 인연들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다.

제목이 너무나 근사하다. 외로움이 외로움에게 ~

오소희님의 하쿠나 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 (마음의 길을 잃었다면 아프리카로) 이 책을 읽었을때 느꼈던 감정들의 연장선상에 해당되는 내용이라 그런지 금방 머리에, 가슴에 쏙쏙 박혀오더라. 나이는 차고 넘치는데 싱글이고, 집도 없고, 모았다하면 나가서 써버리는통에 통장도 지갑도 얄팍하기만하고 변변한 직장도 없는 상태라는 그들. 담보처럼 지난 거라고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겠다는 꺾이지 않은 고집과 세상을 향한 열정과 호기심뿐. 남들처럼 살고 싶지는 않지만 가끔 남들이 가진게 부러워지기도 하는 나이. 그런 애매한 나이라는 작은 공감대로 시작된 이야기는 일에 지치고 사람에 지친 내 마음을 지인들의 수다와 걱정스러워하는 따뜻한 눈빛이 달래줬다면 내 영혼을 달래준 건 이 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오토바이 한대로 2년반동안 러시아, 유럽, 아프리카, 중동의 여러 나라를 거쳐 파키스탄을 거쳐 인도로 건너온 일본인 히데키. 티베트 노인들을 위해 건강하고 밝은 공동체를 만드는게 꿈인 티베트 남자 잠양과 그의 한국인 아내 빼마, 모로코의 페스에서 만난 유리코의 '내 인생의 남자들' 이야기, 컴퓨터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축구를 좋아해 축구심판자격증을 땄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던 P. 모로코 북부 산간마을 세프샤우엔 가는 버스에서 만난 동양 소녀와 침을 놓는 그녀의 어머니, 인도네팔의 소녀, 훈자의 야스민, 태국 치앙마이의 조단, 스페인의 조제 등등 너무도 많은 이들이 갖은거 하나 없다고 투덜대는 나에게, 기분 좋은일 하나 없다 징징대는 나에게 내가 갖은게 너무 많다고 말한다. 한국의 키아 자동차와 같은 이름이라며 한국의 어린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누구나 다 컴퓨터를 가지고 놀고, 게임이나 로봇을 자유롭게 즐기며 자란다는게 사실이라며 한국에 태어났으면 좋았을거라고 말하는 닭 벼슬 같은 머리모양을 한 열 네살 소년 키아. 이 소년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여자라고 검정 차도르를 입고 지내야하는것도 아니고, 가난해서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의료행위를 제대로 못 받아 사형선고를 받아놓은 사람처럼 죽을날만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언제 이렇게 수많은 욕심이 안겨 아둥바둥  살아간걸까 -

그들이 겪고 있는 절박함을 경험해보지 못한게 우리 시대 치명적인 약점이라는 그녀.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상처받고, 넘어지고, 울면서 좌절도 하지만 그 모든 아픔이 생존의 절박함에서는 벗어난 것들이지만 다른 생각이라고는 할 틈조차없이 살기위해 달려들어야만 했던 이들에게 이게 아픔이고 고민이라고 얘기하할 수 있을까.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자연과 어우러져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내가 생각하는것만큼 각박하지 않고 비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이 넘치고, 사랑이 넘쳤다.

상대가 누구든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다하고 진심어린 미소를 지어주는 사람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순간이고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얼굴이 가장 귀한 인연임을 가르쳐준 사람들.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맘 따뜻해지는 이야기.

나를 부끄럽게 만들고, 웃게 만들고, 울게 만드는 이야기. 그 속에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이제까지 꿈꾸었던 여행은 말 그대로 '관광'일 뿐이었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처럼 훌쩍 떠날 용기도 없는 나. 어쩜 좋아 ~

이런 나와는 전혀 다른 여행을 하고, 꿈을 꾸고, 삶의 의미를 배우고 그것을 혼자서 독차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의 한비야님을 시작으로 오소희님, 김남희님을 알아서 너무도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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