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이 외로움에게
김남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김남희님의 외로움이 외로움에게는 띠지에 적힌 글 그대로 도보 여행가 김남희님이 길 위에서 만난 고맙고 어여쁜 인연들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다.

제목이 너무나 근사하다. 외로움이 외로움에게 ~

오소희님의 하쿠나 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 (마음의 길을 잃었다면 아프리카로) 이 책을 읽었을때 느꼈던 감정들의 연장선상에 해당되는 내용이라 그런지 금방 머리에, 가슴에 쏙쏙 박혀오더라. 나이는 차고 넘치는데 싱글이고, 집도 없고, 모았다하면 나가서 써버리는통에 통장도 지갑도 얄팍하기만하고 변변한 직장도 없는 상태라는 그들. 담보처럼 지난 거라고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겠다는 꺾이지 않은 고집과 세상을 향한 열정과 호기심뿐. 남들처럼 살고 싶지는 않지만 가끔 남들이 가진게 부러워지기도 하는 나이. 그런 애매한 나이라는 작은 공감대로 시작된 이야기는 일에 지치고 사람에 지친 내 마음을 지인들의 수다와 걱정스러워하는 따뜻한 눈빛이 달래줬다면 내 영혼을 달래준 건 이 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오토바이 한대로 2년반동안 러시아, 유럽, 아프리카, 중동의 여러 나라를 거쳐 파키스탄을 거쳐 인도로 건너온 일본인 히데키. 티베트 노인들을 위해 건강하고 밝은 공동체를 만드는게 꿈인 티베트 남자 잠양과 그의 한국인 아내 빼마, 모로코의 페스에서 만난 유리코의 '내 인생의 남자들' 이야기, 컴퓨터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지만 축구를 좋아해 축구심판자격증을 땄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던 P. 모로코 북부 산간마을 세프샤우엔 가는 버스에서 만난 동양 소녀와 침을 놓는 그녀의 어머니, 인도네팔의 소녀, 훈자의 야스민, 태국 치앙마이의 조단, 스페인의 조제 등등 너무도 많은 이들이 갖은거 하나 없다고 투덜대는 나에게, 기분 좋은일 하나 없다 징징대는 나에게 내가 갖은게 너무 많다고 말한다. 한국의 키아 자동차와 같은 이름이라며 한국의 어린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누구나 다 컴퓨터를 가지고 놀고, 게임이나 로봇을 자유롭게 즐기며 자란다는게 사실이라며 한국에 태어났으면 좋았을거라고 말하는 닭 벼슬 같은 머리모양을 한 열 네살 소년 키아. 이 소년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여자라고 검정 차도르를 입고 지내야하는것도 아니고, 가난해서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의료행위를 제대로 못 받아 사형선고를 받아놓은 사람처럼 죽을날만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언제 이렇게 수많은 욕심이 안겨 아둥바둥  살아간걸까 -

그들이 겪고 있는 절박함을 경험해보지 못한게 우리 시대 치명적인 약점이라는 그녀.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는 동안 상처받고, 넘어지고, 울면서 좌절도 하지만 그 모든 아픔이 생존의 절박함에서는 벗어난 것들이지만 다른 생각이라고는 할 틈조차없이 살기위해 달려들어야만 했던 이들에게 이게 아픔이고 고민이라고 얘기하할 수 있을까.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자연과 어우러져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내가 생각하는것만큼 각박하지 않고 비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이 넘치고, 사랑이 넘쳤다.

상대가 누구든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 마음을 다하고 진심어린 미소를 지어주는 사람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순간이고 지금 내가 마주하고 있는 얼굴이 가장 귀한 인연임을 가르쳐준 사람들.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맘 따뜻해지는 이야기.

나를 부끄럽게 만들고, 웃게 만들고, 울게 만드는 이야기. 그 속에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이제까지 꿈꾸었던 여행은 말 그대로 '관광'일 뿐이었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처럼 훌쩍 떠날 용기도 없는 나. 어쩜 좋아 ~

이런 나와는 전혀 다른 여행을 하고, 꿈을 꾸고, 삶의 의미를 배우고 그것을 혼자서 독차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바퀴 반의 한비야님을 시작으로 오소희님, 김남희님을 알아서 너무도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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