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
쇼지 유키야 지음, 김난주 옮김 / 개여울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하루하루를 산다는 것은 그야말로 이 몸에 많은 것들이 쌓여가는 것이리라.

쌓이고 쌓이다 무너져 내리는 것도 녹아 없어지는 것도 있거니와 떨쳐 내려 해도 떨어지지 않는 것도 있다.

소중하게 보듬고 있는 것도 있거니와 버리는 것도 있다.

우리는 지난 이십 년 동안 무엇을 이 몸과 마음에 보듬고 또 무엇을 버렸을까. 그리고 보듬은 것은 정말 필요한 것이었을까 [P. 101]

 

싱그러운 표지의 이 책 모닝은 가와토 신고의 죽음을 슬퍼하는 장례식장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친구의 장례가 끝나고 헤어지기직전 배우로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는 준페이가 차를 타고 마음 내키는 데까지 달리다가 어디 적당한 데 찾아서 죽을 거라고 말하면서 놀라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 역시 너무나 황당했다는 ~ 불의의 사고로 잃은 친구의 안타까운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또다른 친구가 자살할거라는데 놀라지 않을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 이 책은 왜케 죽는 사람이 많이 나오는걸까 ~ 책을 잘못 고른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이없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책을 읽어나갈수록 왜 그렇게 말했는지, 말할 수 밖에 없었는지 이해하게 되었고 그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 슬퍼지기도 했다.

누구나 부러워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던 다섯 친구 다이와 준페이, 신고, 와료, 히토시. 할머니 할아버지가 잇달아 돌아가시고 고풍스러운 목조 가옥이 텅 비게 되자 부모님을 설득해 그 집으로 옮긴 다이는 친구 준페이와 같이 살기로 하는데 그 말을 전해들은 동기 신고도 같이 살고 싶다고 나서고, 이사할때 거들어 주러 온 히토시와 와료까지 같이 살고 싶다고 하는등 하나 둘 친구들이 꼽사리끼게 되면서 혈기왕성한 청년 다섯명이 같이 살게 된다. 19살에 만나 그렇게 4년을 함께 하게 된 그들. 우연찮게 드럼과 베이스, 키보드, 기타를 배운 나와 노래를 잘 부르고 비주얼이 좋아 보컬로 스카우트하려고 했던 준페이까지 모이면서 밴드를 결성하게 되고 그렇게 하루 스물네 시간을 얼굴 맞대고 살고 서로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고 믿었던 그들이지만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각지로 흩어진 다섯 명은 이십 년만에 신고의 장례식장에서 다시 모이게 된 것이다. 장례식을 마친 친구들에게 "자살할 거라고" 폭탄선언을 하는 준페이. 그런 준페이를 설득하면서 자살하는 이유를 기 위해 친구들은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카페 아르바이트시절 알게된 준페이의 연인이지만 그들 모두의 연인이기도 했던 '아카네 씨' 그녀의 동생 유미코. 공동생활 시절의 추억담으로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그러면서 드러나는 아카네씨의 비밀, 신고 결혼식 피로연에서 벌어진 사건 등등 감춰놓았던 것들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한다. 비록 신고가 죽은 후에야 비로소 만나게 된 거지만 그들의 추억 이야기에 어찌나 공감가는 부분이 많던지 내 이야기를 꺼내 듣는 것 처럼 생생해 즐거웠고 그때가 그리워 눈시울이 시큰해지기도 했다.

친구들과의 우정, 즐거운 시간, 사랑하는 사람, 흘러간 노래 등등 그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흘러간 청춘의 기억들.  

 

그 무게를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몇십 년 넘는 세월의 무게를, 그 세월에 켜켜이 쌓인 기억과 추억 들의 무게를.

그것이 어떻게 쌓여 갔는지, 또는 사라져 갔는지, 사라지지 않고 남이있는지. [P.266]

 

외할아버지의 죽음 이후 아직 이렇다할 죽음과 대면할 기회는 없었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난 뒤 찾아온 그 엄청난 상실감.

잘해드릴껄 하는 후회보다 더 큰 것은 보고싶은데 볼 수 없다는 그 기분을 느낄때마다 찾아오는 슬픔이었다. 그런 기분을 다시 느끼지 않아도 되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언젠가 사랑하는 누군가를 병이나 사고로 잃게 된다면 이들처럼 그들을 추억하며 떠나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았음 좋겠다. 서로에게 슬퍼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상처인 것 같아 괜찮다고 괜찮다고 슬퍼할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그 때 그 시간이 어찌나 속상하던지. . .

그런 시간이 찾아오기전에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더 많은 추억을 쌓아야지. 슬퍼할 겨를도 없을만큼 많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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