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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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를 읽고

답은 너에게 정해져 있다

기록일 2015.10

  아무런 솔루션도 제공하지 않은 괴짜 의사와 노출증 간호사가 벌이는 유쾌한 힐링 드라마 라고 소설을 한마디로 평하는 바이다.

최근 오쿠다 히데오가 신작을 냈다길래 새롭게 조명하게 된 <공중그네>를 책꽂이에서 빼내 읽기까지 나는 이 소설을 전혀 몰랐었다. 요즘에 거의 2~3일에 한권씩 끝내고 있는데 이 책은 거의 하루만에 다 읽은 책이었다. 첫번째 장을 채 넘기기도 전에 '어 이거 재밌네?' 했다. 그리고 끝날 때까지 정말 재미있었다.

  정체가 수상한 뚱보 정신과의사 이라부는 조폭은 무서워하지도 않으며 다년간 연습한 곡예사의 일터에 함부로 놀러가서 자기도 공중그네를 타보겠다고 설레발을 치기도 하고 프로 야구선수에게 캐치볼 상대가 되어 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베스트셀러 소설가에게 괴발새발 쓴 소설을 책으로 만들어 달라고 떼를 쓰기도 하는 엉뚱하다못해 기괴한 의사이다. 이라부가 공통적으로 하는 처방은 환자의 팔에 비타민 주사를 놓은 것인데 실제로 비타민인지 어떤 위약효과인지 알 길이 없다. 그리고 그의 조수 마유미는 미니스커트 차림에 병원에서 담배를 피우고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상당히 의심스러운 여자이다. 적재적소에 나타나 환자들의 마음을 쏙 빼놓길래 아 그래서 환자가 모두 남자로 설정돼 있냐보다 했더니 마지막 '여류작가' 편에서는 실제로 대사를 하면서 대중적 소설과 자기만의 예술세계에서 갈등하는 소설가의 아픔을 싹 씻어주는 중대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작가는 독자들이 마유미를 순식간에 좋아지도록 장치해 놨다. 또 작가는 여러편의 연작들을 통해 의사 이라부의 인간적인 면과 함께 괴짜같은 처방을 구경시킨다.

 놀라운 사실은 이 병원에 찾아온 모든 환자들이 스스로 치유하는 법을 알아낸다는 것이다. 혹여 세상을 살면서 지금보다 더 힘들고 어려워서 내가 의도하지 않은 세계 속에 내 의지들이 살아갈 때 이라부처럼 나를 객관화 시켜서 바라보게 하고, 나의 고민이 가장 1차원적이며 스스로 해결할 돌파구가 진작부터 마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줄 의사 또는 친구가 곁에 있었으면 내심 바라본 그런 소설이었다. <공중그네> 후속편 격인 <면장선거>과 <인터풀> 도 빠른 시일내에 구해서 읽어봐야겠다.

오랫만에 유쾌한 아주 근사한 소설을 읽었다. 고민을 해결해 준다는 점에서 <나미야 잡화점의 비밀>도 생각났었는데 나미야는 판타지인데 비해 <공중그네>의 이라부는 아주 현실적이면서도 기묘해서 꼭 한번 마주치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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