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는 이야기가 있다 - 조홍섭의 생명·환경·공존에 대한 생각
조홍섭 지음 / 김영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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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는 금(禁), 이해는 금(金)

 

  100조마리의 미생물을 온 몸에 얹고 다니느라 무려 2kg이 더 나가서 억울하면서도 (p106) 동료 인간이 식량부족으로 죽어 가는 데도 수많은 돈을 들여 만들어지고 있다던 애완사료(p105) 구매자였던 저는 이 책을 우연히, 정말 우연히 읽게 되었습니다. 

  오래전 아주 갑자기 생태인문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생존을 위한 ‘진화’에 관한 것이었는데 꽤 흥미있었어요.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신봉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생태계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일선을 버리고 생태학에 뛰어들 순 없는 노릇이고 하여 틈나는대로 생태에 관련된 책을 읽었죠. 그 곳에서 문학적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논술적 감각을 익히고 싶었어요. 생태는 여러 가지 가설을 내세우지만 일단 증명할만한 것이 확보되면 대단히 논술적이거든요.

인간은 끊임없이 동식물을 연구합니다. 때로는 식량 때문이기도 하고 의학의 발전 때문이기도 지질학 때문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동식물은 지구의 역사입니다. 수많은 멸종 생물과 현존생물들은 연구를 거듭한 결과 인간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그것이 인류에게는 과거의 반성이거나 미래에 대한 대비도 됩니다. 그렇지만 다큐는 지루하고 길고 정적입니다. 그래서 잘 안봐요. 그런데 이 책은 간결하면서도 흥미롭고 지루하지 않고 잘난 척하지 않습니다. 있는 그대로 던지고 핵심만 뽑아줘요. 기자 출신답게 필자의 생각도 잊지 않고요. 나름 동물애호가(몇 년 안됐지만)지만 곁에 있는 동물 외엔 살펴볼 일이 드문데요 이 책에서는 신비하기도 하고 신기한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니 재미도 있어요.

새는 멍청하다. 고양이는 개와 원수다. 늑대는 사납다. 양서류는 곤충을 먹는다. 굉장히 기본적이어서 지식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의심한 적도 없는 설(說)까지 확 뒤집어 놔요. 그러니 반전매력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저 주장이나 생각에 미치지 않고 구체적 자료를 제시해주니 신뢰도가 높았고 정확한 수치와 환산이 독자의 이해를 돕더군요.

  개인적으로 저는 유아적 발상을 해보았습니다. 저의 비만 세균을 말라깽이 누군가에게 옮겨주고 싶었고요.(p108), 여름에 캠핑 갈 땐 딸내미의 얼굴에 검은 얼룩무늬를 그려 모기를 피하도록 해주고 싶었답니다.(p90) 아들과 아들보다 눈이 더 큰 비슷한 체구의 친구를 뛰게 해서 누가 더 잘 뛰나 실험해보고도 싶었고요 (p93) 돌고래 자연치유비법 개발이 의학적으로 성공한다면(p72) 말썽꾸러기 셋째라도 낳을 자신이 있습니다만!!!

그리고 한 여름에 천연 에어컨을 달고 다니는 쇠똥구리(p41)를 보러 시골마을도 찾아가 봐야 하고 수족관에 가면 전망 좋은 방에 앉아 유희를 즐기고 있을 대왕문어(p152)에게 인사하고 그의 놀라운 두뇌에 대해 브리핑 해 줄 생각입니다. 좋은 엄마가 되기에도 이 책은 괜찮은 책이네요.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던 점은 많지만 기억에 남는 말을 끝으로 마무리할게요. 그것은 ‘하등과 고등은 인간의 잣대일 뿐이다.’ 라는 말과 ‘ 동물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코끼리의 눈망울에는 무리와 헤어진 슬픔이 있다.’ 는 말이었습니다. 인간의 시각은 우주에서 제일 좁고요. 우리들에게는 사랑이고 보호고 관심인 것이 받는 동물에게는 불편이고 구속이고 학대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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