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
한승혜 외 지음 / 문예출판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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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영 교수님 강연을 듣고 검색하다가 알게 된 책인데 고전을 많이 활용하는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샀다. 어떤 고전은 읽을 때 여성혐오나 폄하가 너무 심해서 그만 읽고 싶다는 충동에 사로잡혔다. 그 불편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내가 너무 뾰족한 걸까, 그럼 읽지 마! 라는 말에 따라야 하는 걸까?

불편은 한데 뭐가 어떻게 왜 불편한지 정확히 모르는 작품들도 있다. 어느틈에 나도 모르게, 그 시대엔 어쩔 수 없었어, 지금은 다르잖아 하기도 한다. 그래도 될까?

이러한 물음에 있어 몇 가지 답을 준 게 바로 이 책이다. 명작이어서, 누구나 인생책으로 꼽아서, 수능에 나와서 혹은 삶의 지표를 주기 때문에 소소한 차별쯤은 시대상이라고 치부해도 되는 걸까? 물론 아니다. 그러다보면 명작의 시대가 아닌 지금 벌어지는 차별과 반목들을 , 특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쉽게 '그럴 수도 있지'의 자리에 서야 하는 몇 가지 행태들을 그저 두고 봐야만 하는 지경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알아야 한다. 어디를 정확하게 꼬집어야 하는지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다. 젖가슴으로 시작해서 젖가슴으로 끝나는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학적 가치를 배제 할 수 없는 작품이기 때문에 고민이 됐다. 사람들에게 이 작품을 소개하면서 나는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까? 그때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을 만났다. 어디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것을 알아내고 짚어내는 게 현대 사회에서 왜 중요한지, 여성 독자로서 어떤 담론을 끌어와야 하는지 좀 더 생각이 깊어졌다. 불편하다고 읽기를 주저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이 도움이 많이 됐다.

다다음번 모임은 [위대한 개츠비]다. 이미 수없이 읽은 작품이다. 그렇지만 다시 읽기 하기로 한다. [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 목차에 개츠비가 등장하는 순간, 올 것이 왔구나 생각했다. 개츠비가 사랑하는 데이지를 보면서, 개츠비의 순애보에만 초점을 맞췄던 내가 먼저 카프카식 도끼날을 맞은 후에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야겠다. 이미 [그리스인 조르바]를 하면서 이 책을 추천해 두었다. 회원들이 읽고 오면 좋겠다. ^^

고전을 읽을 때 나는 반드시 '또 읽기'를 권한다. 독서에는 반드시 공기가 있다. 어느 시대 어떤 시간, 어떤 계절에 어떤 마음과 어떤 피로도로 읽는지에 따라 공기의 밀도와 색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또 읽기'는 중요한 독서법이다. 하지만 이젠 '다시 읽기'를 추천해야겠다. 아무 생각없이 서사나 묘사에 취해 즐겁게만 읽었던 작품들을 다른 시각으로 다시 읽어야 한다. 약자에 대한 시선, 여성에 대한 정의, 차별과 병폐와 폭력을 눈감던 규범들을 찾아서 다시 읽어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책이 선구자적이라고 생각한다. 곁에 두고 때마다 자세히 들여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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