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 살인자에게 서사를 부여 하지 말라지만 이 이야기는 너무 슬펐다. 주인공이자 연쇄살인마였던 안셀이 부모의 학대로 살인마가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아마도 생물학적으로 혹은 뇌과학적으로 사이코패스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만 네 살 이전에 동물을 잔혹하게 살해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이 그를 살인자로 몰았다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려웠다. 가슴이 너무 아팠다. 가부장제의 희생양이자 잔혹한 아버지와 유약한 어머니로부터 버림받은 피해자였다. 어쨌든 이 소설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사형수가 된 안셀파커를 2인칭으로 불러 현재를 서술하고, 안셀과 관련된 여성의 입장으로 과거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독특한 방식의 소설이다.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로 한 챕터씩 교차하고 현재는 안셀이 사형을 당하기 전으로 시간을 죽이며 흐른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과거의 일은 서술된다.안셀의 아버지는 살인은 저지르지 않았지만 끔찍하고 잔혹한 가정폭력범이었다. 농장에 가족을 가두고 최소한의 양식만 제공했다. 엄마 라벤더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서 도망친다. 안셀은 가까스로 구조되지만 생후 2개월된 동생은 죽었고 그는 계속 어린아기 울음소리에 시달린다. 버림받은 후유증과 갖고 있던 살해욕구, 어기 울음소리 환청에 지속적으로 시달리다가 소녀 셋을 죽였다. 그리고 놀라운 것은 그 사건을 쫓는 형사가 9년만에 나타나는데 그건 바로 어릴 때 고아원에서 같이 자란 사프란 싱. 그녀는 안셀이 끔찍하게 죽인 다람쥐와 여우를 봤다는 이유만으로 잔혹한 표적이 되었던 경험이 있다. 더이상의 상세한 설명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하지 않겠지만 이 소설을 놀라운 점은 인물들이 많이 나오는데 여러 가지로 긴밀하게 연결 되어 있다는 것과 안셀 이라는 한 남자의 인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 여러명의 여자가 있었다는 것과 살인자는 이미 감옥에 있는데도 마치 거대한 또 하나의 사건이 일어날 것처럼 굉장히 긴장되고 긴박하게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장르 소설처럼 결과에만 집중해 달려가는 소설이 아니라 서스팬스와 함께 드러나는 소녀들의 이야기가 다 다른 공감을 이끌어 낸다. 처음에는 작가가 남성인가 싶었는데 읽을수록 여성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남성 범죄자의 이야기지만 잘 들여다보면 여성서사가 짙고 구조받지 못한 빈곤에 대한 문제의식이 나타나 있다. 몰입해서 읽을수록 두려운 마음이 더 커졌던 소설이다. 어떻게 이런 전개를 생각했을까 놀랍다.너무 잔혹한 소용돌이에 읽기 힘든 구간도 있었지만 유의미하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