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체조 닥터 이라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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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에서 이미 저명한 상담 실력을 뽐낸 적 있는 의학 박사 이라부가 다시 돌아왔다길래 얼른 신청하였다. 17년이나 지났는데 늙지도, 죽지도 않고 또 온 우리의 괴짜의사! 생각보다 더 전문적으로 변해 돌아온 이라부 이치로에게 이번에도 당했다. 참아보려해도 푹푹 터지는 웃음에 근엄한 자세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번에는 한술 더 떠 평소 말 없이 큰 가슴과 우악스러운 주사만으로 압도적 존재감을 자랑하던 마유미 짱이 자기도 한목 거들며 솔루션을 제시한다. 그것이 비록 자기의 밴드를 홍보 하는 일이거나 소속 밴드의 재산을 늘리는 일일지라도. 이 유쾌한 의사와 간호사의 작당 모의는 내담자로 하여금 어이 없음과 공포와 허탈함을 주지만 자기도 모르게 병이 나은 걸 경험한다. 화를 못 내서 공황장애 빠져 버린 남자, 시청률의 목매다가 자기를 잃어버린 남자, 얼떨결에 부자가 됐지만 히키코모리가 되어버린 남자, 공항공포증에 갇혀 버린 여자 등등.

아무튼 재밌다. 기발하다못해 거의 도라이 수준의 해결책을 내리는 정신과 의사 이라부는 둘리나 아이언맨만큼 판타지지만 기실 이런 엉뚱발랄함이야 말로 꼭 필요한 삶의 자세 중 하나다. 마유미는 성분을 알 수 없는 비타민 주사를 놓고, 이라부는 변태처럼 그걸 바라볼 뿐이지만 서슴없이 같이 출발해주고 환자에게 직접 방문해주고 주저없이 데굴데굴 굴러주는 이라부의 기상천외함 때문에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면서 환자 스스로가 병증을 해결해 나가고 있었다. 역시 답은 내 안에 있는 건가. ㅎㅎ

이런 치료도 있는 거지. 고름은 째서 짜버려야 빨리 낫는 법이야. 피도 조금 같이 나오긴 하지만.

[공중그네] 중에서

예전에 심리상담을 받아 본 적이 있다. 한참 이야기 하는 중에 스스로 답을 찾은 나를 발견하면서 놀랐다. 상담사는 그냥 들어주었고 간혹 어떠한 질문을 던졌을 뿐인데. 물론 살면서 그 정도로 해결이 안 나는 문제도 존재할테고 입에 쓴 약을 굳이 먹어야 낫는 병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게다가 내 곁에는 도대체가 한량 같지만 적재적소에 나타나 뜨악스러운 처방으로 환자를 헷갈리게 하는 의학박사 이라부는 아예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답은 내가 알고 있다. 그것이 삶의 신기한 점이다. 내 이야기를 털어 놓을 용기만 있으면 자정은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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