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봐
세라 슈밋 지음, 이경아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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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에 작은 거울이라도 있는 것처럼 아버지의 흥건한 피가 보였다. 들개가 잔치를 벌이고 남은 먹잇감. 아버지의 가슴 위피부 조각들, 어깨에 떨어진 한쪽 눈알, 요한계시록을 재현하는 아버지의 시신, "누가 집으로 들어와서 아버지를 난자했어." 내가 말했다.
브리짓이 몸을 떨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미스 리지? 어떻게 주인어른의 얼굴을 난자해요?" 그녀의 목소리는 눈물에 젖어갈라졌다. 그녀가 우는 게 싫었고, 내가 달래야 하는 상황은 원치않았다.
"나도 잘 몰라." 내가 대꾸했다. "도끼를 썼을지도 모르지. 나무를 베듯이." - P15

리지는 비둘기의 깃털을 헤집고 족집게처럼 손가락 두 개를 찔러넣어 새의 몸에서 작은 생물을 끄집어냈다. "그러다 주변을 오가는 마차에 치일 위험을 감수하라고? 개는 키우지 않을 거야." 그녀는 손가락으로 이를 꽉 눌러 죽인 후 손을 치맛자락에 닦았다. 리지는 섬세한 손길로 비둘기의 날개를 펼치며 말했다. "네가 얼마나멀리 갈 수 있는지 볼까!"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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