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부친인 관점석씨가 살아 있었던 어느 해 사월 봄이었다.앞내의 여울물 소리가 바람이 있을 때마다 제방을 넘어 가깝게들려왔다. 제법 자란 보리밭 이랑 사이에서는 노고지리 울음소리도 맑게 갠 하늘로 날아올랐다. 마을 여기저기에서 풍기는 구수한 두엄 냄새가 제방까지 설핏했다. 그런데 배꽃이 마을을 떠메고 갈 듯 하얗게 핀 광덕산에 난데없는 강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 P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