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영랑시집 - 1935년 시문학사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김영랑 지음 / 더스토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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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같이' 
대한민국 고등교육까지 받은 사람 중에 이 시 모르는 사람 몇이나 될까. 학교 다닐 때는 외우고 시험보고 했지만  살면서 또 잊고 사는 게 시가 아닐까 싶다.  1930년대 대표 시인 김영랑의 시집을 초판본 표지로 읽어보게 되었다.
이름하여 영랑시집(永郞詩集)!!

이 책은 작품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 사투리를 그대로 인용하였고, 35년 발간된 <영랑시집>과 함께 이후에 발표한 시까지 엮었다. 또, 뒤에 작가 소개와 연보를 실어 두었으니 그것까지 꼭 읽어보시길 추천!!
'소색이다', '시악시' 가 가장 많이 나오는 시집은 <영랑시집> 뿐일 것이다. 자연의 아름다움, 사랑과 그리움에 대한 각별함, 이별에 대한 회한 등이 아름다운 언어로 잘 묻어나 있다. 언덕이 아니라 어덕이면 어떠랴. 문맥상 하나도 이해되지 않는 데가 없다. 오래전에 바람부는 둔덕에 서 있던 화자와 갯벌에 맨발로 서 있던 그 간지러움이 지금도 보이고 들리고 느껴지는 것 같다. 이 눈부신 서정성을 뭐라고 말로 표현해야 할까. 이 순간 내가 시인이 아닌 것이 원통하다.

뜰에 나와서 시집을 읽었다. 여백을 자랑하는 종이에 한자 한자 꾹꾹 눌러 담았을 시인을 생각했다. 희망이랄게 없을 암울한 시대에 푸른 하늘을 바라봤을 시인과 그 친구들을 생각했다.

아련할 것도 없이 이미 오래되어 버린 근대사의 한 줄기에 굵은 심지 자랑하며 우뚝 선 시인을 떠올렸다. 삶이 시가 되는 시간. 시집을 좀 가슴으로 읽어보리라 다짐하였다. 마음 속에 알 수 없는 우수가 찬다.

아무리 떼어놓고 생각하려고 해도 그럴 수 없는 것이 시인의 행보. 독립투사로 투옥까지 되었던 그의 삶이 어른거려서 자꾸만 학창시절 버릇대로 시마다 깃든 독립에 대한 염원과 의지를 엿보려 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기억나는 그 이름, <모란이 피기까지는>
그러고보니 5월이네, 마침

읽으면 읽을수록 애상의 정서는 식어지지 않는다. 해방 때까지 일본의 신사참배 요구와 삭발령을 거부했다는 김영랑 시인. 그의 지순한 외침이 시에 강렬하게 녹아있지는 않지만 자꾸만 억압으로부터 해방을 , 자유를 갈망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아름답고 또 아름다운 김영랑의 시들.
나는 이 시들에서 시인의 시선을 느낀다. 불현듯 시려 , 마음이.

생각없이 집어들었다가 서슴찮고 빠져들어버린 영랑의 시. 얇은 책일 뿐이지만 찬찬히 아주 찬찬히 읽어봤다. 다 이해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어느새 김영랑 시인의 눈길 앞에 성큼 다가간 기분이랄까.

#도서협찬
도시를 지원받아 읽고 쓴 주관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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