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러시아 원전 번역) - 톨스토이 단편선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8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 중에 누가 더 좋으냐고 물어보면 나는 단연 톨스토이를 꼽는다. 그의 삶 전체도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 글이 더 쉽고 잘 읽힌다.
물론 작가가 숨겨둔 메시지를 내가 다 알지 못해서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지나치게 어려운 단어없이도 인간사를 관통해 철학적으로 독자를 끌어당기는 그의 문장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단편은 거의 처음이다. 장편과는 다른 축약된 정서가 있다. 기본적인 골격은 같아서 훈화적이면서도 교훈적이고 성서를 빗대서 이야기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첫번째 수록된 작품이자 이 책과 같은 제목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는 흡사 톨스토이 본인의 신앙고백이다. 찰스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선물> 같기도 하고, 탈무드 같기도 했다. 판타지가 차용되었고, 성경적이다. 톨스토이는 기독교 사상을 모토로 하여 작품을 만들었고, 인물들을 다룰 때도 성서에 입각한다. 성경에 대해서 좀 더 알면 톨스토이가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있다.
톨스토이의 장편은 길어도 너무 길다보니 지루한 부분이 없지 않다. 특히 [안나카레니나] 같은 경우에는 2권을 읽지 않아도 됐다고 말할 정도로 길고 지난한 과정이 계속된다. (하지만 절대 2권을 놓쳐서는 안된다.) 그러나 단편은 짧은 기간내에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지루한 설명이나 묘사보다는 줄거리처럼 줄여서 서사를 전개하고 있었다. 좀 낯설기는 했다. 그림을 섞으면 동화같겠다고 생각하며 읽다가 보니 <바보 이반> 같은 건 익숙했다. 아니다 다를까 어릴 때 동화책으로 읽은 거였다. (몇년 전에 아이들 세계명작전집에 있어서 읽어주기도 했고)!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 는 어린이 버전 동화 <바흠의 땅> 으로 읽은 적이 있어서 반갑기도 했다. (그 땐 톨스토이가 원작인지 몰랐다)
톨스토이의 깨달음에 대해 신앙적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섞지않은 코코아를 먹으면서 싱겁다고 하는 것과 같다. 톨스토이의 믿음은 그저 신과 본인의 관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는 귀족으로 태어나 일찍 부모를 여의고도 부족하지 않은 재정상태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젊을 때는 방탕하게 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깨달음을 얻었고 그것을 실천하기에 이른다. 농민들에게 교육을 하는 것이 그들을 잘살게 해주는 거라고 믿었고, 본인의 땅을 처분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 깨달은 바를 중심으로 소설을 창작했으며, 초등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교재를 만들기도 했다. 인간은 여러가지 경험으로 인생의 깨달음을 얻지만 모두가 실천하는 것은 아니다. 톨스토이는 신 앞에서 겸손을 주장하면서도 인간이 실천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곳곳해서 피력하였다. 성서를 읽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행하는 신앙으로 완성하고자 했던 것에서 루터가 생각나기도 하고 그랬다. 하지만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한 톨스토이니만큼 신앙을 떠나서 인간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상당한 교훈을 주고자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권선징악적 요소, 탐욕을 경계하는 태도 등은 상당부분 계몽적이다.
아무튼 재밌게 읽었다. 수록된 이야기를 줄여서 적지 않는 것은 모두가 읽어보길 원해서다. 그리고 이번에 확실히 장편만 매력있는 게 아니라 단편도 매력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실 도스트옙스키는 단편이 너무 어려웠다)
특별히 이 책은 영문판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러시아 원전으로 번역된 작품이라고 하니 좀 더 안심하고 읽게 되었다. 러시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설이니만큼 따뜻하면서도 숨어있는 상징성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하는 훌륭한 작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였다!
톨스토이ЛЕВ НИКОЛАЕВИЧ ТОЛСТОЙ, 1828년 8월 부유한 백작 가문의 넷째 아들로 태어났으나 부모를 잃고 친척 집에서 자란다. 1844년에는 카잔대학에 들어갔으나 자유분방한 생활 끝에퇴학당하고 고향 영지로 돌아와 농사 개혁을 생각하는 한편문학에 정열을 쏟는다. 젊은 시절의 톨스토이는 도박을 즐기는 등 방탕한 생활을 했는데 이 때문에 평생 자괴감을 느꼈고이는 역설적으로 그의 작품과 사상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1853년 크림전쟁이 발발하자 장교로 참전해 활약한 그는 돌아와 작가로서 순조로운 길을 걷다가 1857년 유럽 여행길에올랐고, 귀국 후에는 농노제 폐지를 주창하고 농민학교를개설하는 등 농민 계몽에 힘쓴다. 1862년 열여덟 살 어린 소피야와 결혼한 후 안정을 찾아 불멸의 거작 《전쟁과 평화》(1864~1869)를 쓴다. 1870년 초부터 다시 교육 활동에 힘을 쏟으며 또 하나의 명작 《안나 카레니나》(1873~1876)를 내놓는다. 이 시기 톨스토이는 삶과 죽음, 종교의 문제를 심각하게고민하는데 《고백록》(1879)은 이러한 내적 성찰이 집약된 책으로, 톨스토이 사상의 분기점으로도 여겨지며 이후 그의 사상은 기독교적 아나키즘으로도 평가되는 ‘톨스토이주의‘라 일컬어진다. - P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