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아내와 침대 밑 남편 뿌쉬낀의 서재 2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조혜경 옮김 / 뿌쉬낀하우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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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러시아 대문호 도스또옙스끼의 책이 새로나왔다길래 뒤도 안돌아보고 읽었다. 하지만 우매한 나는 도끼영감에게 제대로 얻어맞고 말았으니!!

200페이지밖에 안되는 작고 얇은 이 책을 가지고 일주일 내내 끙끙 거렸다.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기 때문.



한 번 읽고는 무얼 말하는지 알 수 없었고, 장면장면 풉하면서 실소하기도 했지만 딱히 재밌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중편이라 지루할 짬은 없었지만 감정이입이 전혀 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어찌하여 내게 이런 시련이 왔는지 과거의 나를 꼬집고 싶을 지경.



그래도 네 편을 다 읽고나니 불현듯 스치는 생각은 이 소설이 길고 긴 그의 장편을 이해하는 마중물이라면 기꺼이 감사하게 받아들여야겠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이라곤 [죄와 벌] 만 다 읽은 게 고작이라 아는 게 별로 없지만 해설에 쓰인대로 이 네 편에 나오는 알 수 없는 인물이 15편이상 되는 그의 장편에 스며들듯 녹아 있는 것이라면 내가 이 참에 이 중단편집을 읽어논 것이 천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이 책을 덮으며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등장인물 모두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언제나 불신이 뿌리 깊고, 어딘가에 무방비로 놓여있으면서도 무작위로 잡혀있다. 벗어나고 싶은데 벗어날 수 없는 수렁에 갇힌 것 같다. 뒤돌아서 나가고 싶은데 뒤에 계속 사람이 붙어서 따라오므로 전진할 수 밖에 없는 좁은 굴 속에 있는 기분이랄까.



뿌쉬낀 하우스에서 뿌쉬낀의 서재를 엮으면서 선택한 두번째 책 [남의 아내와 침대 밑 남편] ! 첫번째 단편은 동일한 이름의 소설로 우연히 남의 아내의 집에 갇히게 된 한 남자 (혹은 두 남자)의 이야기인데 나는 갇혀서보다는 갇히기 전 상황이 더 흥미로웠다. 그 부인과 아무 관련이 없는데 얼떨결에 한 사내로부터 의심을 받고 불신을 잠식시키려 부지중에 남의 집에 들어가게 된 이상한 사나이. 그런데 아무래도 그의 심리와 행동이 공감불가니 나는 이 인물 역시 주변인물만큼 비정상이요, 그저 좁은 굴에 갇혔인 것 처럼 보일 수 밖엔.

<꼬마 영웅> 속 어린이도 마찬가지. 11살밖에 안됐는데 한 부인에게 속절없이 붙잡혀서 학대당하는데 곧 그녀에게 빠지고 마는 사티스트. 당연히 정상아니고 <크리스마스 파티와 결혼식> 속의 상인은 돈때매 딸을 팔아넘기는 몰지각함을 보여주고 그 소년은 그 찜찜함을 5년 후에 목도하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방비의 인물. 이 인물들이 도스트옙스키의 장편 소설 속에서 어떻게 재생되고 있는지 너무 궁금하다.



그리고 신기한 것은 [죄와 벌]만 읽어서 그런지 대체로 도시가 배경이었는데 [꼬마영웅] 속 배경은 목가적이기까지 해서 놀랐다. 해설에 보니 도스또옙스끼가 시골에 산 적이 있으며 그것이 목가적 배경을 구축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의 작품을 모두 읽고 어디서 적용됐나 찾아보고 싶다.



하지만 도스트옙스키까지 가기에 나의 독서인생은 멀기만 하다. ㅠㅠ 카라마조프도 초반만 몇번째인지 ㅋㅋㅋ 제발 올해는 도끼옹 소설 중 하나라도 완독하길 바란다. 그래서 이 소설의 진가를 내눈으로 확인해야지.
지금은 그저 난해한 소설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뿌쉬낀하우스의 이 책들이 아니었다면 대문호의 단편소설들을 쉬이 만나기 어려웠을 것인데 이번 기회에 출간해줘서 너무너무 고맙다. 똘스또이의 중단편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사서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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