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러시아 대문호 도스또옙스끼의 책이 새로나왔다길래 뒤도 안돌아보고 읽었다. 하지만 우매한 나는 도끼영감에게 제대로 얻어맞고 말았으니!!200페이지밖에 안되는 작고 얇은 이 책을 가지고 일주일 내내 끙끙 거렸다.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기 때문.한 번 읽고는 무얼 말하는지 알 수 없었고, 장면장면 풉하면서 실소하기도 했지만 딱히 재밌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중편이라 지루할 짬은 없었지만 감정이입이 전혀 되지 않은 상태기 때문에 어찌하여 내게 이런 시련이 왔는지 과거의 나를 꼬집고 싶을 지경.그래도 네 편을 다 읽고나니 불현듯 스치는 생각은 이 소설이 길고 긴 그의 장편을 이해하는 마중물이라면 기꺼이 감사하게 받아들여야겠다는 것이다. 그의 작품이라곤 [죄와 벌] 만 다 읽은 게 고작이라 아는 게 별로 없지만 해설에 쓰인대로 이 네 편에 나오는 알 수 없는 인물이 15편이상 되는 그의 장편에 스며들듯 녹아 있는 것이라면 내가 이 참에 이 중단편집을 읽어논 것이 천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이 책을 덮으며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등장인물 모두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언제나 불신이 뿌리 깊고, 어딘가에 무방비로 놓여있으면서도 무작위로 잡혀있다. 벗어나고 싶은데 벗어날 수 없는 수렁에 갇힌 것 같다. 뒤돌아서 나가고 싶은데 뒤에 계속 사람이 붙어서 따라오므로 전진할 수 밖에 없는 좁은 굴 속에 있는 기분이랄까.뿌쉬낀 하우스에서 뿌쉬낀의 서재를 엮으면서 선택한 두번째 책 [남의 아내와 침대 밑 남편] ! 첫번째 단편은 동일한 이름의 소설로 우연히 남의 아내의 집에 갇히게 된 한 남자 (혹은 두 남자)의 이야기인데 나는 갇혀서보다는 갇히기 전 상황이 더 흥미로웠다. 그 부인과 아무 관련이 없는데 얼떨결에 한 사내로부터 의심을 받고 불신을 잠식시키려 부지중에 남의 집에 들어가게 된 이상한 사나이. 그런데 아무래도 그의 심리와 행동이 공감불가니 나는 이 인물 역시 주변인물만큼 비정상이요, 그저 좁은 굴에 갇혔인 것 처럼 보일 수 밖엔.<꼬마 영웅> 속 어린이도 마찬가지. 11살밖에 안됐는데 한 부인에게 속절없이 붙잡혀서 학대당하는데 곧 그녀에게 빠지고 마는 사티스트. 당연히 정상아니고 <크리스마스 파티와 결혼식> 속의 상인은 돈때매 딸을 팔아넘기는 몰지각함을 보여주고 그 소년은 그 찜찜함을 5년 후에 목도하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방비의 인물. 이 인물들이 도스트옙스키의 장편 소설 속에서 어떻게 재생되고 있는지 너무 궁금하다.그리고 신기한 것은 [죄와 벌]만 읽어서 그런지 대체로 도시가 배경이었는데 [꼬마영웅] 속 배경은 목가적이기까지 해서 놀랐다. 해설에 보니 도스또옙스끼가 시골에 산 적이 있으며 그것이 목가적 배경을 구축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의 작품을 모두 읽고 어디서 적용됐나 찾아보고 싶다.하지만 도스트옙스키까지 가기에 나의 독서인생은 멀기만 하다. ㅠㅠ 카라마조프도 초반만 몇번째인지 ㅋㅋㅋ 제발 올해는 도끼옹 소설 중 하나라도 완독하길 바란다. 그래서 이 소설의 진가를 내눈으로 확인해야지.지금은 그저 난해한 소설에 불과하지만 말이다!그래도 뿌쉬낀하우스의 이 책들이 아니었다면 대문호의 단편소설들을 쉬이 만나기 어려웠을 것인데 이번 기회에 출간해줘서 너무너무 고맙다. 똘스또이의 중단편도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사서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