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내가 많이 기다린 소설이다. 일단 기대평에서부터 광고 심지어 먼저 읽은 사람들의 리뷰까지!! 완전 흥미진진했다. 구미가 당겼다.솔직히 선전빨(?)인 책도 많기 때문에 기대반 의심반이었지만 왠걸!진짜로 다 읽어버렸다. 잡은 자리에서 단숨에!!난도질 하는 장면 따윈 없다, 지독한 성폭력도 없다. 일본 소설 특유의 그로테스크도 없다. 그저 깊은 슬픔만 있을 뿐인데 다음 장면이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주인공 사키코의 내적갈등이 독자의 호기심에 소용돌이 친다. 그녀 심리의 기승전결에 쉴새없이 빨려들어 갔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 이런 기분이군?줄거리야 많은 사람들이 알 것 같아서 상세히 적지는 않겠다만 간단히 말하자면 얼마전 남편을 잃고 언론의 회초리까지 맞게 된 사키코가 남편을 죽인 살인범으로 지목됐지만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된 히데오의 유죄를 밝히고자 신분을 세탁해 그와 결혼을 하면서 일어나는 몇 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복수라는 것은 해피엔딩일 수가 없다. 이미 망가진 삶을 되돌리려는 노력은 하지않고 외려 파국으로 치닫아 더 큰 후회를 남기는 법이다. 증오하는 사람 앞에서 연신 웃으며 아내를 연기해야 하는 사람의 심리를 정상이라고 여길 수는 없다. 그러나 그녀가 그렇게까지 할 수 밖에 없었던 내면은 조실부모한 유년기의 환경이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부모를 잃은 모든 유년이 그렇게 점철됐다고 하면 비약이라고 손가락질 할지도 모르고, 부모가 부모답지 않았을 때보다 없는 것이 낫다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을테지만 가장 1차적인 보호처가 파손됐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한 사람의 일생이 어떤 형태의 길이 될지 가늠하기란 어렵지 않다. 너무 아쉬운 부분이다.결말은 절대로 말할 수 없지만 반전이다. 솔직히 놀랐다. 죄라는 것이 사회가 지정한 처벌없이 스스로를 단죄하고 용서할 수 있는가, 다른 어떤 수단으로 그 죄를 처리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결말이다. 그러나 소설은 또 그렇게 열린채로 끝이 난다. 결말이 났음에도 모든 죄과가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좀 찝찝하다. 그런데 재밌다. 이건 무슨 심리인가.띠지에 "2시간 짜리 서스펜스 드라마 같은 이야기" 라고 돼있었는데 진짜 그랬다. 재밌는 영화 한편을 가장 가까이에서 본 기분이랄까? 생각보다 흥미롭고 빠른 전개에 마구마구 책장이 줄어드는 것을 경험했다. 옆에 있던 가족이 그림만 보느냐고 물을 정도로 ㅎㅎ (평소에 좀 속독하는 편이긴 하지만)하도 빨리 읽어서 (심지어 받은 날) 사람들이 완독 안하고 리뷰쓰는 거 아닌지 의심할까봐 겁날 지경이다.다만 굳이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자면 동반자살이라든가 민간인 사찰, 거짓과 사기와 모략 등을 아무렇지도 않게 설정하고 그에 따른 아무런 처벌이 없어서 -죄책감도 없고- 윤리적 판단이 불완전한 어린 학생들이 읽기에는 조금 적절치 않겠다고 판단했다.하지만 미친 속도감과 이야기의 완결성을 위해서 봐주기로 한다. 소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