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건너는 집 특서 청소년문학 17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특별한 서재에서 신간소설이 나왔다. 늘 그랬듯이 청소년 소설이다. 열두살 딸이랑 같이 읽었다. 그런데 청소년보다 어른인 내가 더 감동받았다. 재밌었다. 어려운 소설만 읽다가 만나서 그랬는지, 갑자기 나도 앞길이 창창한 청소년이고 싶었는지 정말 재밌게 읽었다.

하얀운동화, 파란대문, 빨간 우체통, 비밀, 중2 둘과 고2 둘, 문제



이 소설을 이해하는 몇가지 키워드다.

주요등장 인물은 넷 . 주인공이다. 선미와 강민, 자영과 이수.



네 명의 학생들은 모두 하얀운동화를 우연히 만나 신고 등교길에 할머니를 한 분 만난다. 할머니는 놀랍게도 이 들의 가벼운 인적사항을 알고 있으며 금요일 5시까지 오라며 하얀운동화의 비밀을 알려준다.



모르는 어른은 다 조심해야 하는 요즘 아이들의 의심은 당연하다. 아무리 웃으면서 인자하게 말해도 갑자기 집안으로 들어오라는 말을 쉬이 따르기 어렵다. 하지만 기묘하고 놀라운 일들은 벌어지고 만다.



솔직히 말하면 타임리프 같은 거야말로 진짜 허황된 이야기다. 그렇게 가능하다면 이 세상이 얼마나 재밌겠는가. 몇 가지 규칙만 지키면 과거로든 현재로든 미래로든 내가 원하는대로 갈 수 있으니까. 그렇다면 인생에 신중할 필요도, 후회하다가 깨닫고 발전하는 일도 없겠지. 가고 싶은대로 가면 되니까.

하지만 알다시피 그런건 없다. 과거는 바꿀 수 없고, 미래도 내 마음대로 주무를 수는 없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텐가.

이 책에서 가장 재밌었던 설정은 각기 다른 공간에서 이 집으로 들어온다는 설정이었다. 서울에서 두 명, 경기도에서 두 명. 등교길에 만난 파란문이지만 열리는 곳이 다르다. 그런데 들어오면 같은 집에서 만나는 것이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현대인은 제각기 다른 고민과 상황과 여건 속에서 살아간다. 그 모든 일들은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 그럴 때 누가 따뜻하게 손 내밀어주면 어떨까? 따뜻한 음식과 나를 기다리는 안온한 공기와 나를 반겨주는 어떤 이가 있다면 살기가 좀 퍽퍽하더라도 그 시간만큼은 아예 시간이 멈춘 것처럼 행복할 것 같다. 그런 꿈의 공간이 바로 이 시간의 집이었다. 가장 부럽고, 가장 재밌는 설정.



작가 김하연은 따뜻한 게 무엇인지 아는 사람 같다. 쏜살같이 달려가는 전개에 이야기를 멈출 틈이 없지만 읽고난 후에도 계속 따뜻한 감성이 남아있다. 학원물이 아니지만 학원물 같다. 세태를 잘 아는 것도 같았다. (이야기가 좀 세기는 했다) 소설가가 구축한 세계 속에는 뉘우침이 있고 화해가 있다. 게다가 미래도 있다. 그래서 재밌다.
스포방지를 위해서 내용을 다 적을 수는 없지만 찌질한 어른들의 세계에서 살아남은 네 명의 청소년들을 보면서 이 땅의 청소년들도 저런 아름다운 관계를 만나서 무슨 일을 결정함에 있어 용기를 가지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바라보았다. 용감하기 정말 힘든 요즘 청소년들. 수 많은 고민 중에 있지만 아무도 만져줄 수 없고 누구에게도 의지하기 어려워서 반항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아이들에게도 이런 판타지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가 그 따스함이 돼줄 수 있을까.



중2를 견디고 있는 나의 아이도 두려운 어떤 상황을 만난다면 홀로 표류하지말고 뜻밖의 안온한 공기를 만나 가슴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래서 현재를 용감하게 견뎌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 읽어볼 시간 없나 자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겠다. 이런 깨달음은 자주오지만 청소년 소설로 인생을 배웠으니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돼봐야지!

어른판도 있으면 재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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