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테아 2.2 을유세계문학전집 108
리처드 파워스 지음, 이동신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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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사회가 본격 도래하게 되면 사라지는 직업군 중에 작가도 있다지? 에이 되겠어, 싶다가도 김주하 아나운서랑 똑같이 생긴 AI 아나운서를 보면서, AI가 적었다는 기사문을 읽어보면서, AI가 그렸다는 그림을 보면서 아 진짜로 오겠네. AI작가가 오겠어, 싶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아이퍽10] 이란 러시아 SF소설에서 마침내 그것이 도래한 미래사회를 만난 적이 있다. 그 AI는 추리소설가인데 실제로 인간처럼 돌아다니면서 사건을 조사하고, 탐정처럼 파헤쳐서 소설로 쓴다. 그 AI는 어벤져스의 비전처럼 현실성이 없다. 두렵기만 하고.

그런데 [갈라테아2.2] 은 도래한 인공지능이 어떤 일을 벌인다기보다는 '사람이 기계에게 언어를 훈련시킬 수 있을까?' 라는 전제로 출발하기 때문에 두렵고 무섭다기보단 기발하고 궁금하게 만든다. 



주인공 리처드 파워스는 작가의 이름이 그대로 투영된 작가 본인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소설적인 요소는 많이 들어가 있지만 그의 사랑과 문학에 대한 그의 고뇌는 일정부분 사실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여기서는 파워스라는 말 자체보다는 이니셜 P라고 지칭한다. 



 


이 소설을 끌어가는 커다란 이야기 주축은 셋이다.

첫번째는 획기적인 인공지능을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왜 만드냐는 물음에 외로워서라고 답하는 렌츠 박사의 엉뚱함과 아직도 회복되지 않은 상처와 추억에 젖은 P의 고독함이 연구에 박차를 가한다. 헬렌이 탄생하고 교육이 진화하는 과정이 이 글의 핵심이다.


두번째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마치 현재를 잠식하는 것처럼 보이는 과거연인 C와의 사랑과 이별도 이 소설을 끄는 핵심이 된다. 그 안에는 사랑과 더불어 P가 늘 고뇌하던 문학에 대한 갈망이 엿보인다. 또, 렌츠의 숨겨진 아내 요양원에 살고 있는 오드리의 등장도 독자에겐 놀라운 사건 중의 하나였다. 렌츠는 대체 왜 이런 AI를 발명하고자 했을까에 대한 해답. 


마지막은 인공지능 시대를 대하는 사람의 자세에 대해 말하고 있다. 결론으로 과는 과정이다. 이 부분이 사실 생각거리를 많이 던진다. 혼자 말하기엔 어렵고 여러사람과 논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P는 사랑했던 연인 C와 네덜란드에서 살다가 고향인 미국으로 돌아온다. 모교인 U대학에 취직했다가 고등과학연구센터에서 렌츠박사를 만난다. 렌츠는 영문학 석사 자격시험을 볼 수 있는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다른 과학자들은 어렵다고 이야기해서 결국 내기를 한다. 1년 동안 인공지능에게 영문학을 가르치고 인간처럼 시험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동시켜 그 시험지가 인간과 비교해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못하면 렌츠쪽이 승리하는 것이다. P는 얼떨결에 튜링테스트의 전개와 인공지능 학습을 맡는다. 그리고 임플리멘테이션 A에서 H까지 진화하는 네트에게 언어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네트는 점전 발전한다. 결국 언어를 알고 책을 읽는 수준에 이르렀다. 인공지능이 완성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영문학을 가르치던 P가 인간적으로 인공지능을 좋아하게 된 것이다. 헬렌이라고 이름을 붙여주고 마치 사람인양 대한다. 헬렌의 대사를 보면 이미 사람같았다. 모양은 그냥 컴퓨터인지 몰라도 사람처럼 말하고 사람에게 요구하고 있었다. 이미 컴퓨터이기 때문에 한번이라도 업뎃 된 얼굴은 그녀를 속일 수 없었다. 그렇지만 나라면 헬렌의 원래 얼굴- 그러니까 컴퓨터- 를 보여주면서 이거야. 할 것 같다. 아니면 그 요구 자체를 묵살하던가. 그러나 P는 더이상 헬렌을 그저 기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P는 헬렌에게 거의 인성을 부여했지만 렌츠는 그렇지 못했다. 그는 완벽한 진화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헬렌을 절단했다. 일각에서 대두되던 '기계인권' 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부분이었다. (나도 어벤저스에서 비전 죽을 때 많이 울었다) 과연 사람과 흡사한 지능을 가진 인공지능을 죽게 하는 것이 도덕성의 결여인가에 대해서는 여러각도로 생각해봐야겠지만 인형의 목을 잘라 놓는 것도 잔인해보이는데 나와 함께 시간을 공유하고, 대화를 나누었고, 나의 가르침을 사사한 인공지능을 자르고 붙이고 심지어 죽이는 (p.490) 건 부도덕이 아니더라도 정신적 건강을 해칠 것 같다. 그런 것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오다니.나는 이 책이 너무 어렵다고만 생각해서 며칠을 끌었다. 헬렌을 만드는 과정들이 지난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헬렌과 P의 유대가 드러나는 순간 너무 재밌어졌다. 전개되고 밝혀지는 내용들이 흥미진진했다.결말은 좀 슬펐다. 모든 것을 깨달은 인공지능이 스스로 한 일에 깜짝 놀랐다. 사람이라고 생각해 봤을 때 옳은 결정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ㅠㅠ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의 감정과 태도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 책 [갈라테아 2.2] 였다. 1995년에 출간된만큼 지금하고는 25년의 차이가 있지만 다분히 현대적이라는 생각이다.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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