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솝 우화 전집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2
이솝 지음, 아서 래컴 그림,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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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돼서 읽는 이솝의 우화들!



어릴 때 이솝우화 안 읽어본 사람 있을까? 초등학교 때 탈무드와 함께 교훈을 목적으로 누구나 읽어봤음직한 책을 마흔이 다돼서 새롭게 읽으니 느낌이 아주 남달랐다.

어릴 때는 그저 할머니가 들려주시는 재밌는 이야기에 불과했더라면 다 커서 읽는 이솝 우화는 기원전에 살았던 철학자이자 문장가 이솝이 인간세상에서 느낀 여러가지 우스꽝스러운 상황들을 우회적으로 돌려서 이야기하는 촌철살인의 글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솝은 세상의 부조리를 꼬집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해학과 재치는 2500년이 지나서도 사랑받을 수 없게 생겨먹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세상살이는 다 거기서 거기고, 인간은 여전히 너무도 부조리하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와 아리스토텔레스도 극찬한 고전 중의 고전이라는 [이솝우화] !

이번에 현대지성에서 출간된 책은 특별히 아서래컴의 그림으로 함께한다. 아서래컴은 그림형제의 동화삽화를 그려 주목받게 된 영국 일러스트레이터다. 우리가 잘 몰라서 그렇지 이 사람 역시 일러스트계의 거장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 그림체가 확실히 남다르긴 했다.

이 책은 358개의 우화가 실려있다. 글과 함께 어떤 상황에서 쓰이는 글인지 설명을 달아놓았다. 지금와서 생각하니 예전에는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이솝이 직접 써 놓은 것인지 옮긴이가 첨부한 것인지 궁금했다. 358개가 모두 다른 이야기지만 결국 겸손과 정직과 성실 등을 가르치는 상당히 계도적인 글들이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188번글 <모기와 사자>에는 '이 이야기에는 특별한 교훈이 없다' 고 나온다. 그런 말도 무척 신선했다. 그런데 나는 이 글에서 교훈은 없을지 몰라도 삶의 지혜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사자와 싸워서 이겼다고 자만하며 날아가던 모기가 거미줄에 걸려 끝내 죽어가면서도 '내가 사자와도 이겼는데 거미에게 지다니 분하다.' 고 했단다. 어쩌면 인간도 죽을 때까지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고 잘난체 하는 동물일지도. 사실 이솝 우화는 짧지만 여운이 길다. 자꾸만 생각해보게 된다. 나의 상황에 빗대보고, 읽다보면 등장하는 동물이나 인물들과 은근히 닮은 주변사람들을 기억해내게 된다. 재밌는 작업이다.

또, 동양의 시각과 비슷한 이야기들도 눈에 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 이나 '소탐대실' 격인 이야기도 재밌었다. 어릴 때 <콩쥐 팥쥐> 와 <신데렐라> 가 어딘가 모르게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것도 그런 맥락이겠지. 어쨌든 인간세상이 동양이나 서양이나 거기서 거기니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위세만 부리던 자는 권력의 맛에 미끄러져 추락해버리고, 남을 속이며 이득을 취하려던 사람은 언제든 가장 손해보는 지경에 이른다. 실제로 어른이 돼서 보니 정말 그런가? 싶기도 하지만 그래야만 또 살아가는 재미가 있다. 나쁜 사람들이 언제나 승리하면 무슨 재미로 살겠는가.

또 기억에 남는 이야기 중에 하나는 <사자의 왕권> 이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가 촉각을 세우는 이유는 대선 주자의 승패에 따라 국가들의 이권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야기 말미에 이런 글이 있다.

"나라에 정의가 있어서 모든 재판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면 , 힘 없는 자들도 평화롭게 살아가게 된다." 정의는 정말 승리할 수 있을까?

하여튼 재밌다. 정말 재밌다.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읽어보면 좋겠다. 모든 이야기가 같지 않지만 반드시 다르지도 않고, 지금 당장 와닿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다. 그렇지만 읽다보면 나도 모르는 모종의 지혜가 내 삶에 스며들게 된다. 이야기는 인생의 행로를 결정하는 분명한 힘이 있다. 이 짧고 작은 우화들이 그런 힘을 발휘할 때는 언제일지 모두 읽어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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