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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 유품정리사가 떠난 이들의 뒷모습에서 배운 삶의 의미
김새별.전애원 지음 / 청림출판 / 2020년 9월
평점 :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온 다양한 죽음 속에는
언젠가 내가 맞닥뜨릴지도 모를 하루가,
나의 사랑하는 가족이 겪을지도 모를 오늘이,
지금 내 옆에 살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정말로 남는 것은 집도, 돈도, 명예도 아니다.
누군가를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
오직 그것 하나뿐이다.
p.13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김새별 . 전애원 지음/ 청림출판
얼마 전에 [죽은 자의 집 청소](김영사) 라는 책을 읽고 죽음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특수청소업체가 따로 있다는 사실과 감히 상상도 못했던 극한 노동의 실태도 알게 되었다. 아무 이미지도 첨부되지 않았지만 글만으로도 얼마나 참혹하고 더러운지 상상이 돼서 한참을 불편했다. 그렇지만 생각이 좀 바뀌었다고 할까. 눈물도 쏟았다. 읽길 잘했다는 생각도 했고.
왠걸? 비슷한 책이 또 도착했다. 이번에는 유품정리사라는 직업명까지 붙었다. 사실은 별 기대없이 받아들었다. 이런 특수직업들이 힘들다는 것은 알지만 글감인가? 싶어서. 그런데 약간 느낌이 달랐다.
우선 나는 이 책이 더 슬펐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돈을 먼저 찾던 비정한 자식들, 자식을 위해서 병을 숨겨온 부모의 모습들이 상상이 되면서 몇 번씩 코끝이 시큰해졌다. [죽은자의 집 청소] 가 좀 담담하게 다가왔다면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은 좀 더 감성을 건드렸다. 근데 작가가 억지로 짜낸 감성은 아니었다. 그저 전달할 뿐이다. 아님 내가 상상력이 뛰어난가;;
울음 참느라 혼났다. 죽음이 절대 막을 수 없는 것인가에 대해 요즘 생각이 많다. '얼마든지 막을 수도 있는 죽음' 이 존재하는 것 같아서 속상하다.
저자의 이력도 신선하다. 저자 김새별은 유품정리사로 망인의 생전 집을 깔끔하게 비우고 정리하는 특수 청소업체를 운영 중이다. 오래 전에 친구가 오토바이 사고로 죽었고 우연히 그의 시신을 염하는데 참여했다. 그리고 장례지도사가 돼서 일하다가 유품정리사가 된 것이다. 뭔가 차곡차곡 준비된 느낌이라고나 할까. 죽음에 대한 특별한 의식을 담담하게 진행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나라면 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만큼 훌륭한 일을 감당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충도 많다. 악취와 해충의 습격처럼 1차적인 고통도 견디기 힘든데 주위 사람들의 뜻모를 배척과 천대가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왜 소금을 뿌리고, 왜 화를 내? 이게 무슨 현대판 갑질과 횡포인지!!!
시체가 지독히도 어지럽히고 간 자리를 치우는 것만으로도 정신적으로 편안한 상태는 아닐진데 주위의 강팍한 시선과 멸시와 비난 등을 꿋꿋하게 견뎌야 하는 직업이라니. 금전적 이득만 봐서는 절대로 하지 못할 일. 그러나 이 업체 사람들은 직업적 소명의식을 가지고 이 일들을 감당하고 있었다. 이들이 하지 않는다면 누가 할 수 있겠는가.
직업엔 귀천이 없다지마는 아무래도 꺼려하는 업종은 있을 것이다. 누구나 처음부터 이 일만이 나의 적성이라고 생각하고 오진 않았겠지만 사장님의 마인드가 훌륭해서인지 이 회사의 직원들 역시도 하나하나 괜찮은 사람들인 것 같았다. 여러가지 일화를 소개하지 않는 것은 독자들이 읽어보길 바라는 마음인데 고양이 무서워하는 직원은 좀 웃겼다.
비정한 죽음이야 없어야겠지마는 어떤 죽음이든 터부시 여겨지는 사회에서 그들이 머물렀던 자리를 편견없이 치워준다는 사실만으로도 대단히 성스러운 일이다. 이 책이 많이 읽혀지고 알려져서 유품정리사를 천대하는 풍조가 사라지길 바란다. 이 책이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저자가 유키즈온더블록 프로그램에서 알려진 것처럼 더 많은 매체에서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인식 및 처우가 개선돼서 이렇게 어렵게 일하시는 분들에게 빛이 나길 진심으로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