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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 1페이지 미술 365
김영숙 지음 / 비에이블 / 2020년 9월
평점 :
품절
나는 아프지 않아요.
나는 고장난 것 뿐이에요.
그러나 나는 그림만 그릴 수 있다면
살아있는 게 행복해요.
-프리다 칼로
프리다칼로를 원래 좋아한다. 몇 년전이었을까? 우연히 그녀의 일기를 읽고나서 완전히 입덕했다. 그 처연했던 삶과 사랑과 작품들이 부족한 나의 미학적 조예에 오브제처럼 박혔다. 그때부터 나는 미술을 좋아하게 됐다. 그리지는 못하지만 화가의 일생을 공부하는 것도, 그림을 여러각도로 보는 것도, 해석해 놓은 것을 따라 다시 감상하는 것도 좋아져버렸다. 하지만 가끔 미술사 책이나 예술 에세이를 읽거나 그보다 더 가끔 전시회를 가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것은 많이 없었다. 그런데 왠일! 원한다면 매일 미술작품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작품뿐만 아니라 화가의 일생, 세계사, 스캔들까지도!

읽기만 하면 내 것이 되는1 페이지 미술 365/ 김영숙/ 비에이블
이 책은 정말 좋은 책이다. 이유는 매일 미술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어도 미술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부지기수다. 문학과 음악을 뗄 수 없듯이 미술과 문학도 뗄 수 없다. 수 많은 화가들이 문학 작품을 오마주했다. 또, 미술과 종교는 또 불가분의 관계다. 유럽의 중세 미술은 크리스트교를 빼놓고 논할 수가 없다. 고대미술도 마찬가지다. 그것들도 신화나 샤머니즘과 다르게 생각하기 어렵다. 또, 미술을 말할 때는 자연스럽게 역사적 흐름대로 이야기한다. 미술은 도처에 있다. 그러기에 미술을 등한시 하고서 독서를 완료했다고 말하긴 어렵겠다. 이것이 내가 미술사 책이나 미술에세이를 읽는 이유다.
자주 찾아본다고 해도 외우지는 않기 때문에 나는 이책이 반가웠다. 매일 한바닥 씩이야 못 읽을쏘냐.
물론 나는 빨리 소개하는 글을 쓰고 싶기도 했고, 뒷 내용도 궁금해 일반적 책읽기처럼 단숨에 읽어버렸지만 책 읽기 싫어하는 청소년이나 별로 책 읽을 시간이 없는 어른들에게도 부담없이 하루 한쪽씩 권할 수 있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책의 구성은 아주 좋다. 일반적인 미술 백과처럼 화가 이름 순으로 구성되거나 미술사책처럼 시대순으로 나열된 게 아니다. 월요일은 작품들을 중심으로, 화요일은 미술사를 설명하면서, 수요일은 화가를 말해주고, 목요일엔 장르나 기법들을 소개하면서 미술을 경험하게 하는 특이한 방식을 지녔다.
금요일에는 세계사적으로 미술을 풀어내고, 토요일은 누구나 재밌어하는 스캔들로, 일요일은 신화나 종교적으로 풀어낸 미술을 담아두었다. 얼마나 연구를 많이 했을까 싶어 찾아보니 원래 미술 쪽 명저를 많이 집필하신 분이었다. 어쩐지! 이 정도로 깔끔하게 구성을 할 정도면 어지간한 조예로는 어림도 없겠다 싶다. 덕분에 나는 좋은 책을 만났으니 다행이고 행복하다.
앞서 이야기 했지만 프리다칼로를 좋아한다. 멕시코의 유명 여류화가로 그녀 역시 미술사적으로 중요한 인물일테지만 무엇보다 화가의 일생 자체가 고난의 행군이었고, 장르나 기법 면에서도 상당히 특별했으므로 많은 분야에 노미네이트 되어서 팬으로서 뿌듯했다. 짧은 일생이었지만 많은 작품을 남긴만큼 여러가지 의미로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단테는 [신곡]을 쓴 작가인줄만 알았더니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라는 화가가 있었다니. 그 역시 유명인인데 나는 처음알았다. (미술에세이 더 읽어야겠다 ㅠ) 그는 작가 단테 알리기에리를 존경한 아버지 로세티에 의해 이런 이름이 지어진 것이었다. 이름에 대한 부담감이 심했을 것 같다. 그의 일생도 보아하니 그렇게 행복하지만은 않은 것 같아서 가슴이 아팠다.
장르 및 기법은 목요일 파트다. 52개의 파트를 읽고나면 미술기법적 조예가 좀 더 생길테다. 그렇다면 다음에 가게 되는 회화 전시회에서 좀 더 발전된 감상포인트를 지닐 수 있을까? 기대하면서 읽었다.
특별히 도메니코 기를란다요가 그린 <최후의 만찬> (1486)이 기억에 남는데 다빈치의 그림과는 사뭇다른 구성을 지녔다. 예수님 앞에 가롯유다가 앉아있으며 다른 그림에서는 볼 수 없는 체리가 있다. (그림의 상징성은 책으로 확인하시라ㅎㅎ) 오 신기했다. 역시 뭐든지 알수록 보이는 법이다.
얼마 전에 [페르메이르] (아르테) 를 읽었는데 그의 그림은 대단히 사실적인 그림인데 그 기법이 '카메라 오브스쿠라' 라는 기법이라고 한다. 오 그런 전문용어는 몰랐는데 알고보니 신기했다. 암실에서 구멍을 뚫어 빛이 들어오게 하듯이 하는 기법이라니 .. 이름 붙인 게 더 놀랍지만 이렇게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기억에 남는 기법 다 말하려면 내용이 너무 길어지니 궁금하신 분들은 책으로 확인하시길 바란다.
앞에서 이야기 했던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는 비운의 화가지만 스캔들의 주인이기도 했다. 342일째 되는 토요일에 독자는 그의 그림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삼각관계의 주인공이었으며 심지어 세컨드였다. ㅎㅎㅎ
사진기가 발달하기 전에 사람들은 그림을 정밀하게 보고 그리기도 했지만 다소 이럴것이다 라며 상상해서 그렸다. 테오도르 제리코가 그린 <앱섬 더비 경마장> 의 말은 유명하다. 그림에서는 말이 네 다리를 가로로 쫙 펴고 공중부양 하듯이 뛰고 있지만 이 그림은 잘못 그린 그림이다. 왜냐하면 곧 사진기가 발달하게 되는데 사진을 찍은 결과 말의 다리는 절대로 저렇게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ㅎㅎㅎ 아! 사진기가 좀 더 뒤에 나왔더라면^^
이 밖에도 재밌는 이야기가 쏙쏙 많이 숨어있다. 참 괜찮은 책이다.
다만 한페이지에 그림과 설명을 함께 넣어야 하므로 그림이 굉장히 작게 들어가 있어서 아쉬웠다. 궁금한 그림은 일일일이 검색해서 확대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지면에 그림을 크게 넣을 수 없는 책이라서 그런 것이므로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다행히 언제나 검색할 수 있으니 다행아닌가!
짧지만 재밌다. 유용하다. 그리고 더 알고 싶다. 이 책이 메인 텍스트가 되지만 서브로 독서의 지평을 더더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실용서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정말 완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