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는 건 - 내게 살아있음이 무엇인지 가르쳐 준 야생에 대하여
김산하 지음 / 갈라파고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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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는 건 / 김산하 갈라파고스


평소에 생태에 대해서 설명하는 책을 좋아한다. 몇 번의 생태수업을 듣고나서였을까? 처음 이 책을 생태학자가 썼다는 설명을 보는 순간, '이 책은 내가 읽어야 함.' 하고 선뜻 선택했다.

저자 김산하는 서울대학교 동물자원과학과를 졸업해 같은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우리나라 최초의 자바긴팔원숭이를 연구한 영장류학자다. 늘 말하지만 과학자가 글 잘 쓰는 것은 반칙인데 예술적 감성과 인문학적 소양을 두루 갖췄다는 책날개의 설명대로였다.

이 책은 생태학자가 사회학자처럼 사회를 바라보면서 자연과 비교해 말하고자 하는 인문학서다. 저자는 인간사회가 당면한 문제점들의 해결책을 동물과 식물에서 찾는다.

저자는 코로나19가 우리가 생태를 함부로 파괴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단히 공감하는 바이다. 이런 물리적인 것 말고도 동물들의 삶과 사람의 삶의 대조적인 모습을 통해 공존의 의미를 피력하고 있다. 읽어보니 술술 넘어가고 재미있다.

우리가 흔히 잠을 잔다는 행위를 나태의 산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잠이야말로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대단히 평화로운 행위라고 말한다.

동물은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삶의 무대는 현재이니 지금에 집중하자고도 말한다.

산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일이다. 모든 존재의 기본은 '다름' (p.73) 이기 때문에 그것을 인정하는 게 외로운 일이다. 그러나 외롭지않자고 다 똑같은 틀에 넣는다면 싸움이 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흑백논리는 더 문제가 있다. 저자는 이분법적인 사고를 지양한다.

우리는 이제 호흡이 안전하지 못하다. 코로나 이전에도 황사, 미세먼지 할 것없이 인간의 호흡을 공격해왔다. 그러나 식물은 공기의 흐름이 있어야만 번성할 수 있다. 식물에게 호흡은 생장과 발전의 원동력이다.

동물은 삶의 우회로를 걷지도 않고 먹고 사는 일을 위해 그 무엇도 미루지 않는다. 우리가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공간은 자유가 허락되는 곳이다. (p. 195) 쉼이 필요할 때는 아무 것도 하지 말자. 등등

저자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관철시키기 위해 환경을 예로 들기도 하고, 비교하기도 하고, 미래를 전망하기도 한다. 바라보는 눈이 부단히 논리적이고, 휴머니즘적이다. 관찰력이 좋은데다가 사회구조 자체에 관심이 많고 해답을 자연으로부터 찾으려고 한다. 모든 생명은 다른 생명체에 반응한다는 점을 필두로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해 말하고 있다. 말보다는 실천에 주력하자고도 말한다.

지나친 스마트폰의 폐혜, 환경오염, 이분된 극단, 무분별한 유행 등을 지양하고, 특히 어린이들의 사라지는 놀이문화를 안타까워한다. 엄마로서 상당히 동의하며 반가운 시각이기도 했다. 손가락 하트도 싫어하는데 그건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웃겼다. 아마 무분별한 사랑의 남발보다는 진정한 배려와 사랑을 하자고 말하는 것 같다.

저자의 자세는 전인류적으로 좋은 자세다. 너무 욕심부리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며 그렇다고 미래를 염세적으로 바라보지도 않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이런 책은 읽고나면 기분이 좋아진다. 과학이 미처 보지 못했던 작은 존재들의 고유함도 열심히 이야기 해준다. 솔직히 처음에는 완전한 생태학인줄 알았다가 좀 더 사회학적인 것을 보고 실망했더랬다. 하지만 다 읽고나니 이런 이야기들도 좋더라 생각하며 괜찮은 문장들에 줄을 박박 그었다.

만나서 참 다행이다. 소확행 같은 책!


원래 자연에 '길' 이란 없다.

코끼리가 지나 간 곳이 잠시 길처럼 되는 것이지

이미 난 길을 코끼리가 걷는 것은 아니다.

인간이 만든 길 위에서는 많은 문제가 양산된다.

자연에는 통과만을 위한 공간은 없기에

자연에 사는 이들은 인간이 만든 길 위에서

당황하는 것이다.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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