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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 소유의 문법
최윤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20년 9월
평점 :

올해로 21번째를 맞이하는 이효석 문학상은 소설가 이효석을 기리기위해 2000년에 만들어진 문학상이다. 이번에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읽어볼 수 있게 돼서 무한한 영광으로 여긴다.
대상자는 작가 최윤으로 수상작은 <소유의 문법> 이다. 실제로 나는 최윤의 소설을 몇 개 읽어보았는데 이 단편이 단연 가장 재밌었다. 주인공이 어린아이를 기르고 있어서 그럴까?
<소유의 문법> 은 자폐아를 키우고 있는 주인공 '나'에게 은사님이 집을 빌려주기로 한다.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소리를 마구 지르기 때문에 아파트에서 살기가 힘들어지던 때, 마침 은사님으로부터 시골에 있는 집을 관리하며 머물러 달라고 부탁을 받으니 어찌아니 좋겠는가.
그런데 마을에 도착하니 또다른 은사님 집이 있고 그 곳에 기거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마을 사람들의 환심을 얻은 반면, '나'는 별로 그리하지 못하였다. 사실 이사올 때 은사님에게 집을 무상으로 임대받았는데 사람들에게 괜히 말을 들을까하여 전세계약을 쓰고 온 것처럼 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은사님을 이 마을에서 내쫓을 계획을 삼고 있고, 그것에 '나' 가 동의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닌가. '나'는 곤란했다. 차라리 왕따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
마을의 공통된 무엇으로부터도 배제되었고, 급기야 인터넷까지도 쓰지 못할 지경에 이르러서 부당함을 느끼지만 별다른 대처를 할 수 없었던 '나'! 설상가상으로 아이마저 한동안 잠잠했던 괴성지르기를 다시 시작하고 아이를 달래기 위해 차를 타고 냇가 위에 얹어진 다리를 지나자마자 폭우로 마을이 유실된다.
간단한 내용인듯 보이지만 뭔가 그로테스크하다. 주인공 '나' 의 내면심리가 상당히 잘 그려진 작품이다. 결코 소유할 수 없는 것들을 소유의 대상으로 삼는 인간의 탐욕을 응시한다는 심사평이 대단히 마음에 와닿았다. 우리는 얼마나 소유할 수 없는 것을 바라며 시간낭비를 하고 있는가. 응당 문학의 장점인 '나 돌아보기' 를 또 한번 마음에 새기게 된 작품이었다. 먼저 읽은 것에 대해 상당히 뿌듯하고 반가운 마음을 갖고 있다.
아, 그리고 특이하게도 최윤의 작품이 한 개 더 수록돼 있었는데 제목은 <손수건> 이다. 약간 수상자 헌정 같은 작품인데 나는 이 작품도 좋았다. 모르는 남자를 따라가서 엉엉 울었다는 설정도 기가막혔고, 내가 모르는 남자가 나에게 전화해 우리집을 흔드는 것도 무섭지만 몰입도가 최강이 되면서 정말 재밌게 읽었다.
또, 우수작품상으로 김금희의 <기괴한 탄생> 외 박민정, 박상영, 신주희, 최진영 작가의 단편들이 실렸고, 작년 당선자인 장은진 작가의 <가벼운 점심> 이라는 단편도 실려 있어서 반가웠다.
사실 평소에 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잘 읽지는 않는다. 이 수상작들이 모아진 소설집으로 읽고나서 이것이 수상작이었구나 알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소설집으로 읽으면 다 기억에 남지 않는데 이 책은 다 다른 작가들의 매력이 엿보이니 훨씬 좋았다. 이제부터 문학상 수상집을 좀 읽어봐야겠단 부푼 포부도 품어보았다.
김금희 작가를 원래 좋아하기 때문에 기대하면서 읽었다. <기괴의 탄생>은 원래 사이가 좋았던 스승과 제자가 스승의 불륜과 이혼을 계기로 사이가 소원해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나는 나름대로 음악인이라는 설정이 뭔가 더 격정적으로 만들어 준다고 생각했는데 은연중에 김희애와 유아인을 떠올리고 있는지도 몰랐다. ㅎㅎ
박상영 작가는 여전히 퀴어문학이었다. 최진영 작가는 원래 단편을 많이 썼고, 내가 많이 읽어봤는데 늘 좀 우울한 , 좀 상처받은 영혼을 많이 그렸다. 이번 작품 <유진> 도 그랬다. 제목은 겹치는 이미지들이 많아서 다른 제목이면 어떨까 생각해봤다.
다른 독자를 위해서 내용을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재밌게 잘 읽었다.
조금 급하게 읽은 감이 있어서 좋았던 작품들은 좀 더 공들여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