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되어서도 책 모임을 할 수 있다면,지금 책 친구들과 그때까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새로운 책 친구를 만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작가는 15년동안 진행했다지만 내 북클럽 운영자의 역사는 7-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때 나는 정말 우연히 리더가 되었다. 다들 처음 모인 자리에서 운영진을 뽑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총무가 됐다. 진행은 회장님이 했는데 일이 바빠 공석이 잦자 내가 진행을 맡게 된 것이었다. 지금은 그 독서모임은 함께 하지 않지만 다른 독서모임은 또 맡아서 하고 있다. 에피소드로 칠라하면 이 책 못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전문 운영자는 아니기 때문에 뭐랄까 이 책에 나오는 방식과는 좀 달랐다.우선 작가는 엄청나게 많은 북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업이라고 했으니 페이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있는 지역 독서모임으로 따지면 '멘토' 같은 개념이다. (나는 주로 시립 도서관 소속인데 도서관에서는 신생 독서모임을 위해 멘토를 파견해주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독서모임을 운영할 때 자기 이야기는 잘하지 않는다고 한다. 침묵을 지키는 것이 진행자의 의무라고 생각한단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나는 멘토도 하나의 회원처럼 자기의 느낌을 곁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많이 이야기하면 안되겠지만 너무 진행만 하는 운영자는 마음을 완전히 터놓기가 힘들 것 같다. 그 모임을 참석해 본게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걸 수도 있고.또, 저자가 진행하는 모임은 영원하지가 않다. ㅎㅎ 자세히 설명은 안돼 있지만 아마도 기간을 정해놓고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예전에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독서모임 중에 예술에 관련된 서적을 읽는 딱 여섯 번의 모임을 한 적이 있다. 끝날 때는 얼마나 아쉽던지. 좋았던만큼 너무 아쉬웠다. 그런데 내가 진행하는 모임은 영원까지는 아니더라도 끝을 기약하지 않는다. 물론 운영하지는 않지만 함께 하는 모임 중에는 한시적인 것도 있다. 어느 것이 좋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책이 사람을 이어준다는 말에는 강력하게 동의한다.또 이 책을 보면서 약속취소는 절대로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코로나 때문에 모임이 취소되기도 하고, 간혹가다가 사람들이 더 많이 오게 하기 위해 중간에 약속된 날짜를 바꾸는 경우가 왕왕 있었는데, 저자의 경험처럼 모든 사람이 바꾸는 것에 찬성한 게 아니라면 (실제로 그랬다고 해도 신중히) 절대로 바꿔서는 안되는 게 날짜인 것 같다. 운영자의 욕심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 태도가 중요하다 (p.47)는 말에도 깊이 공감했다.이 책이 독서모임에 관한 이야기들이니만큼 공감되는게 너무 많았다. 배운 것도 많다. 1-5점까지 평점을 매겨보는 것이라든가, 명문장 따라쓰기나, 서평 첨삭 모임 등 글과 관련된 모임을 진행해 보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진행이 아니더라도 저런 모임이 우리 지방에 있다면 꼭 참여해보고 싶다.이 책을 읽다보니 저자가 북클럽에서 다뤘다는 책이 몽땅 다 읽고 싶어졌다. 오우. 너무 많았다. ㅎㅎ 15년이니 오죽하겠는가. 그 중에서도 저자가 가장 많이 다루었던 책은 서머싯몸의 [달과 6펜스]다. 나도 이 책으로만 세 번의 모임에 참여했기 때문에 그 책이 읽을 때마다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은 알지만 완전 인생책이라고 하니 멋졌다. 그리고 내가 항상 인생책 중에 하나로 뽑는 성석제의 [투명인간] 역시 자주 다룬다고 하니 뭔가 반가웠다. 좋은 책 많이 소개받았다. 더러는 품절도서라 사지 못했다. 그래도 몇 권은 사두었다. 언젠가 우리 북클럽 회원들과 나눠보고 싶어서다. 그리고나서 이 책을 다시 살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