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만지다 - 삶이 물리학을 만나는 순간들
권재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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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만지다 / 권재술 / 특별한서재


김연수 작가의 글쓰기 스킬에 관한 책을 읽는데 글잘쓰는 작가로 김상욱 박사를 뽑아서 놀랐다. [떨림과 울림]이라는 책을 거기서 추천받아서 구매해 두었다. 아직은 읽지 못했지만. (뭐 언젠가 읽을것이다.)

사실 알쓸신잡 보면서 김상욱 박사의 말하기에 매료가 되었기 때문에 간간이 만나는 그의 추천도서는 모두 관심이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 책이 내게로 왔고 읽게 됐는데 이럴수가!

이 책은 마흔 아홉개의 과학적 정보와 오십 개 가량의 시가 들어가 있다. 솔직히 시는 여간 잘써서야 잘썼다고 생각이들지 화자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으면 몰라도 함의를 찾아내서까지 감동하기란 대체로 어렵다. 그러므로 잘 모르는 사람이 '시를 쓴다' 라고 말하면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이 책이 원래 시집이라는 걸 알았다한들 역시 엄청 기대하지는 않았을거다. 어? 그런데 이상하네. 여기 수록된 시들은 꽤 읽어볼만 하다.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춤추는 원자, 이산가족 상봉이 마치 지구인과 외계인의 만남인 것처럼 표현한 기발함 (뭐 이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경상북도 영덕군 영해면 괴시리가 어딘지는 몰라도 그 곳에서 옴짝달싹 못한다는 돌멩이들은 그냥 희한하게 마음이 갔다.

아내가 문득 낯설다는 화자. 그것은 아내와 화자가 낯선 차원에 살기 때문인데. 우리의 눈은 소위 1차원에 머무르는 반면, 3차원은 분명히 존재하니까! 키야, 마음에 드는데 이 시집, 아니 에세이집, 아니 과학서?!!

상대성 이론을 모르면 오해를 하라는 말은 재밌다. 너무 작아서 볼 수 없는 세상도 있지만 너무 커서 볼 수 없는 세상도 있다. 그것이 바로 우주다. 우리는 모두 우주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기에 더 신비롭고, 거룩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범인들이 모두 안다고 잘난척 하며 산다. 이 책을 읽다보니 삶에 대해서 엄청 생각해보게 된다.

10명이 읽으면 10명에게 모두 다르게 읽힐만한 책이다. 물리학의 여러가지 신비를 통해 우리도 시인이 될 수 있다.

혹자는 나처럼 이 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에세이 부분이야 뭐 지식적인 측면이 크니까 정재승의 [열두발자국]을 읽듯이 (사실 그 책 보다는 이 책이 좀 더 쉽다) 이해하면 된다. 그러나 시 부분은 너무 억지스럽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참신한 책이었다. 그렇지만 때론 부딪치는 내용도 있었다.

엔트로피가 무질서를 말하는 용어인데 비유적 표현으로 분배가 엔트로피를 증가시키고, 부의 창출이 엔트로피를 감소시킨다고 말했다. 분배가 평등의 개념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그것이 경제적으로 무질서 하다고 말하면 불편한 시각이 아닐 수 없다. 저자가 부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또 있었다. 분자들이 여관방에 들어가듯 자기 자리를 찾아 들어간다는 표현에서 인간들은 고급 여관인 비싼 호텔에 들어갈 때 돈과 신분이 높아야 한다고 말했다. 음.... 내가 까탈스러운걸까? ;;

하지만 시집을 읽고 모든 시가 마음에 들지는 않듯이 이 시집에도 마음에 들어오는 분야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그 시를 내가 한 번 적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보이지 않는 것에서 보이는 것이 오니까.

암튼 여러가지로 흥미로웠던 책 [우주를 만지다]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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