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러분은 사후세계를 믿는가. (나는 천국을 믿는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희곡 [심판]은 사후세계로 간 폐암환자 아나톨의 환생과정을 다룬 다소 불교철학적인 작품이다. 국내의 책쟁이들 중에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모르는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을테니 그의 소설은 차치하고 희곡작품 중에서는 이번이 두 번째다. (사실 나는 첫번째인줄 알았다. 요즘 좀 관심이 뜸했네)


베르나르는 원래부터 인간의 죽음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동양철학에도 관심이 많았다. (오죽하면 제목이 [죽음]인 소설이 있겠는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단연 [나무]인데 추천도 참 많이 했다.


아무튼 이 책은 폐암수술을 하던 아나톨이 자기가 죽은지도 모른채 천사들을 따라 재판관 앞에 서서 자기 삶을 돌아보는데 희곡이다보니 대화위주라 너무 정신이 없었다. 무슨 만담처럼 휙휙휙휙 이야기가 진행되는 느낌이랄까.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개그맨들이 마주보고 섰고 가운데 사람 뒤에 한 사람이 서 있어서 툭 치면 뒤로돌고, 그럼 뒤에사람이 또 툭치면 또 뒤로 돌고, 뒤로 돌고, 다시 돌고 (계속 돌아서 미안합니다) 뭐 그런 정신 사나운 느낌이었다.

등장인물이 서로 말하려고 한다고나 할까.


아무튼 아나톨이 지은 죄과나 선행들이 프롬포트 화면에 나타나고 그는 아주 어린 시절의 모습으로부터 죽기 직전까지 자기의 모습을 3자의 눈으로 본다. 그리고 발견한 놀라운 사실. 변호사인 카롤린이 자기의 수호천사였고, 아나톨의 인생은 지금까지 4번이상 환생되었으며, 환생하기 전에는 늘 자기의 삶을 정해진 모듈에 따라 선택했었다는 것. 아나톨은 죽기 전에 판사였는데 학교다닐때 동아리에서 연극반이었다. 정해진 운명은 연극배우가 돼서 어떤 여자랑 결혼하는 거였는데 아나톨은 저승의 재판 중에 고른 자기의 직업 (배우) 을 잊고 지금의 직업인 판사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아무리 정해졌어도 여러가지 상황의 변화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게 인생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나톨은 이제 다시 부모와 자기의 직업, 취미나 핸디캡 등을 설정해야 하고 바로 환생을 해야하는 가운데 있다. 이게 뭐야, 죽자마자 바로 다시 태어나라고? 심지어 이렇게 급하게 인생을 결정하라고???


다소 정신없긴 하지만 저자의 철학은 분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베르나르가 글을 잘 쓰는 사람임은 확실하다. 작가는 사람이 죽으면 환생한다는 윤회사상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카르마나 업보 등의 단어를 활용하고 있어서 동양의 불교사상을 제대로 공부했구나 싶었다. 작가는 개인이 인생에서 이루는 모든 일- 부모, 학업, 성격, 직업, 핸디캡, 질병, 죽는 방법까지도- 을 이전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설정했다.

 다만 유전 25%, 카르마가 25%, 자유의지가 50%가 들어가기 때문에 언제든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너무 재밌는 설정이다. 환생 같은 건 당연히 믿지 않지만 유전과 카르마, 자유의지의 비율은 어쩌면 맞을지도 모른다 ㅎㅎ


또, 베르베르는 약간의 권선징악적 요소도 넣어놨다. 우리 구전 문학 [덕진다리]의 원님(원님이 죽어서 저승에 갔는데 곳간에 볏짚이 달랑 하나 있었다. 알고보니 이승에서 빈곤한 임산부에게 샅자리를 빌려준 선행의 증거였다)처럼 얼떨결에 베푼 선행들도 점수로 넣어준다. 이승에서의 삶이 좀 더 고통이거나 반대로 업적을 세우면 내세의 삶은 좀 더 윤택해지는 인과응보를 차용해 둔 것도 재밌다. (환자를 버리고 골프치러 간 의사도 벌을 받고 ㅋㅋ)


제일 재밌는 것은 결말이었다. 아나톨이 판사출신인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심판]을 아직 안 읽은 독자를 위해서 스포는 삼가겠다. 하지만 마지막은 정말 재밌었다. 생각하지도 못한 반전 ㅋㅋ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인데 가장 모르는 것 중에 하나가 삶의 전개와 죽음 이후의 삶이다. 혹자는 죽고나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세에 뭐가 있어도 있을거라고 믿는다. 누구나 죽음을 거스르고 싶어하며 이별을 가슴아파 해서 다시 태어나는 것에 대해 절대적으로 신뢰하기도 한다. 천국을 소망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곳에서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있고 싶어한다.


그렇게 궁금하고 알 수 없는만큼 문학적 상상력을 힘껏 끌어내는 것도 당연히 사후세계이다. 최근에는 죽음을 보류하는 소설들도 많이 등장한 것 같다. 죽고나서 바로 저런 심판대나 영원한 어느 곳으로 가는 것이아니라 가기 전에 죽음이 보류돼서 전지한 어떤 존재로 산자처럼 살아가는 유예 스토리들 말이다. 이 모든 것이 이별을 두려워하는 우리의 마음에서 기인한 상상력의 산물이다.


아무리 상상의 나래를 펼친대도 다시 태어나고, 죽음을 늦춘대도 분명한 현실은 죽음은 반드시 온다는 것. 이런 문학들로 죽고 난 후의 세계를 맛봤거들랑 자 이제 우리는 고민하자.


한 번 뿐인 나의 삶, 어떻게 살 것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