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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구스타프 융 - 영혼을 파고드는 무의식 세계와 페르소나 탐구 ㅣ 사람이라면 꼭 알아야 할 심리학 3대 거장
칼 구스타프 융.캘빈 S. 홀 지음, 이현성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심리학의 거장 칼 쿠스타프 융을 만난다. 사실 만나본 적은 없지만 이름을 무지하게 들어본 사람 중에 한 명이다.
영혼의 세계와 페르소나를 탐구한 정신의학의 명의 칼 구스타프 융의 사상과 그의 말, 그의 생애를 알아보았다.
심리학이라는 것 , 사실 전문가가 아니라서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책과 함께라면 쉽게도 접근이 가능하니 융이니, 아들러니, 프로이드니 거창한 이름은 들어봤어도 내용은 모르겠다, 알고 싶다 하시는 분은 스타북스에서 출간한 [칼 쿠스타프 융]과 함께 경험해 보시길 추천한다. 줄을 박박 쳐가면서 읽었다.
여러분은 간밤에 꿈을 꾸셨는지?
나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이라 때로는 피곤하고 잔 것 같지 않다. 융은 인간에게는 의식과 무의식이 존재하며 꿈은 무의식의 발현이라고 이야기한다. 의식적으로 실현되지 못한 욕망이나 몰랐던 욕망이 꿈에 나온다는 것. 모두 동의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공포영화 보고 난 후에 악몽을 꾼다든가, 잠들기 직전까지 너무 빠져들었던 책이 꿈에서 어지럽게 전개 된다는 것을 경험한 나로써는 아니라고 보기도 어려운 흥미로운 이론이다. (신혼 때 남편이 바람피우는 꿈을 꾼 적도 있다 ㅋ)
칼 융은 1875년 스위스에서 성직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릴 때부터 신앙교육을 받았지만 사춘기를 거치며 교리에 의문을 갖게 되고 신앙인과는 반대되는 길을 걷는다. 의사가 되었고 심리학을 과학에 입각해 연구하기는 했지만 '우연'이라는 것을 배제하지 않음으로 전능한 존재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지는 않지만 기독교와는 완전히 거리가 먼 사상을 전개하였다.
내가 이해한 바에 의하면 융은 인격은 의식과 무의식으로 나뉘는데 의식은 자아와 페르소나를 가지며 무의식은 그림자와 아니마 혹은 아니무스를 갖는다. 페르소나는 자아에 반하는 인격으로 내가 인식하는 '나' 와는 또 다른 '나' 이다. 인간은 누구나 복잡하고 어려워서 여러가지 요소가 섞이면서 인격을 발현한다. 그러나 의식하지 못하는 자아도 있다. 여성성은 아니마, 남성성은 아니무스인데 사람은 주로 어머니를 보면서 아니마를 정립하고, 아버지를 보면서 아니무스를 정립한다. 내가 남편이랑 부부싸움을 한다면 나는 남편에게 원하는 아니무스가 충족되지 않았음이고, 남편은 본인이 원하는 아니마가 나에게 발현되지 않기 때문에 함께 다투는 것이다. 인간은 합리성과 불합리성을 놓고 늘 다툰다. 그것은 내가 추구하는 이상향이 현실과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등은 에너지를 만든다. 긴장이 없으면 에너지가 없고 나아가서 인격도 없다고 책은 말하고 있다.
또, 앞서 말했듯이 꿈은 무의식이 발현되는 곳으로 융은 꿈에 태고의 유형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다. 이 점은 프로이트도 언급했는데 융이 프로이트와 긴밀한 관계였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 프로이드는 콤플렉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무의식에 콤플렉스를 만드는데 그것이 언젠가 행동으로 나타난다는 것. 공부에 대한 콤플렉스가 오히려 공부를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억압된 콤플렉스가 문제 행동으로 나오기도 한단다.
우리는 남들에게 우리의 정신상태를 투영한다. 그래서 남들과 관계가 좋지 않을 경우에 우리의 정신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외적 갈등은 반드시 인격 내부의 부조화된 투영이라 밖으로 갈등을 해결하려면 내적 부조화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p.163)
혹시 다른 사람과의 갈등이 있어서 괴로운 사람은 나 자신의 부조화를 먼저 점검하고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면 좋을 것 같다. 이론상으로는 완벽한데 분노와 서운함이 점철된 인간에게 '나'를 먼저 점검하는 것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심리학에 의거해 좀 더 발전적인 인격을 소유하고 싶다면 참고해봐도 좋을 것이다.
심리치료의 첫번째 목적은 환자에게 보장이 없는 행복한 상태를 주는 것이 아니라 고난이 닥쳐도 흔들리지 않는 이성적 인내를 갖도록 돕는 데에 있다고 한다. (p.178)
나는 융이 했던 말 중에 이 말이 가장 와 닿았다.
모든 살아 있는 인간들에게 개성의 최고 실현 형태가 바로 인격이다.
인격은 인생에 맞닥뜨리는 고도의 용기이며, 개인을 구성하는 요소의 절대적 긍정이다.
또한 보편적인 생활 조건에 대한 가장 훌륭한 적응이며
그와 동시에 최대 가능한 자기 결정의 자유이다.
p.178
요즘 '인성에 문제있어?' 라는 말이 유행어다. 인성과 인격이 다르지 않다고 본다면 문제가 많기 때문에 이런 말이 유행하는 것이다. 우리가 제대로 된 인성을 확립한다는 것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나 자신도 잃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려면 고도의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올바른 인격을 갖기 위해 남을 의식하지 않고 마구행동을 하는 것은 또한 바른 인격을 소유했다고 볼 수 없을 것이며 그렇다고 지나치게 자기 희생으로 남만 배려한다면 역시 용기있는 인격 소유라고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인간을 결정하는 것은 책임과 자유가 수반되는 용기있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나름 잘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융도 읽고 아들러도 읽고, 프로이드도 읽는 게 아닐까?
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이 보편적인 생활조건에 만족하며, 자유의지도 잃지 않아서 모쪼록 아름다운 사회를 건설해 나갔으면 좋겠다. 너무 이기적이고, 너무 배타적인 것이 넘실대는 세상이다. 남탓이 만연하고 분열이 심각한 상황이다. 이럴수록 우리는 내면의 부조화를 해결해 갈등을 완화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문제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하지만 모든 문제가 그런 것은 아니다. 인과도 목적도 아닌 우연한 요소, 융이 말한 '동시발생' 이 분명히 존재한다. 물론,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기 위해 기저를 탐구하는 것은 좋지만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인류애이고, 사랑의 실현이라고 생각한다. 책 한권 읽었다고 심리학 박사가 된 것은 아니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이 책을 읽어보니까 관계가 힘들 때는 사랑을 선택하라는 이해인 수녀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나'를 사랑하고, '남'을 사랑해서 더불어 잘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이 책을 정리한 사람은 캘빈 홀이라는 심리학 박사다. 그런데도 칼 융이 공동저자인 것처럼 돼 있는 것은 책의 말미에 칼융이 직접 소개하는 자기 자신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융이 겪었던 고민, 그가 가진 철학적 사고와 분석심리학이라는 사상 확립의 계기, 프로이드와의 만남 등이 그의 목소리로 들어있다. 사상만 정리할 수도 있었는데 융의 자서전(?) 같은 것도 들어가 있다. 제목이 '분석 심리학' 이 아니라 '칼 구스타프 융' 인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아주 일목요연하고 흥미로운 책이었다.
또, 챕터마다 정리가 돼 있어서 읽기가 좋았다. 쉽게 풀어놨지만 그래도 이름부터 어려운 심리학아닌가. 하지만 예로 제시된 것이 머리에 쏙쏙 박히고 참 좋았다. 표지만큼이나 멋진 책이다.
모두에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