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노벨레 문지 스펙트럼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백종유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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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추어진 욕망, 거의 예상치 못했던 욕망.

 

나는 이 책을 읽고 주인공이 그런 곤경에 처한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마치 순수한 어떤 남자가 우연히 곤란한 일에 휘말린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사실 주인공 프레돌린은 내가 생각할 때 순결한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프레돌린은 의사다. 아내와 아이들과 살고 있다. 그러던 중 왕진 요청이 와서 다 저녁에 나간다. 연로한 환자는 숨을 거두었다. 친척들이 오기 전에 유가족인 딸과 한 방에 있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그녀가 갑자기 프레돌린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그에게 안긴다. 허허. 알고보니 불륜지간.

그녀는 약혼자도 있는데 프레돌린을 잊지 못한다. 프레돌린은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지만 그녀의 사랑을 거부하지는 않는다. 이런 나쁜 사람.

책이 워낙 얇아서 이 여자와의 관계가 욕망을 상징하나 했더니 아니었다. 충격적이게도 프레돌린은 우연히 귀족들이 참여하는 무도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곳에 참여하고 싶어한다. 피아니스트인 친구를 설득해 암호를 얻고 몰래 그곳에 잠입했는데 얼굴에 가면은 썼지만 몸은 나체인 아주 저속한 파티였다. 심지어 여자들만 벗고 있.....

읽으면서 짜증이 확 밀려왔다. 우스운건 프레돌린을 사람들은 금방 알아봤다는 것이다. 그의 정체도 금방 눈치 챘을뿐더러 입구 암호 말고 실내 암호를 대라고 하자 알턱이 없는 프레돌린은 바로 그들의 심판대에 선다. 그들은 몰래 들어온 프레돌린을 범죄자 취급을 하고 망신을 주기 위해 가면을 벗기려고 한다. 그러자 한 여자가 와서 그를 구명한다. 대신 자기를 벗기라고 한다. 나체의 그 여자는 얼굴을 가린채지만 가면을 벗기는 순간 신분이 드러나게 돼 있다. 여자는 프레돌린에게 빨리 이 곳을 벗어나라고 한다. 프레돌린은 여자를 제물로 넘기고 간신히 집으로 돌아온다. 그는 미칠듯한 죄책감에 휩싸인다. 자기 때문에 망신당해 사회적으로 매장될 여자 생각에 미치도록 미안하지만 그녀의 이름은커녕 얼굴도 모르는 상태에서 찾아서 사죄할 길은 없다.

프레돌린은 그 집을 다시 찾아나선다. 들어갈 용기는 없지만 이대로 있을수는 없어서다. 그런데 갑자기 하인이 나오더니 쪽지를 건넨다. 쪽지에는 더이상 이 일을 조사하지 말라고 적혀있다. 어디선가 누군가가 프레돌린을 감시하고 있다. 대단히 색정적인 그 파티에서 얼굴이 까발려지는 것을 막고자 한 여자를 희생시켰는데 이미 자기의 신분이 다 노출된 것 같아서 그는 공포에 떤다.

집으로 돌아왔더니 아내가 꿈이야기를 들려준다. 꿈 속에서 나타나는 남편의 부정은 현실세계랑 닮았다. 아내는 꿈으로 욕망을 드러내고 프레돌린은 실천으로 욕망을 드러냈다. 이제 이 부부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소설의 서사는 굉장히 재밌었으면서도 전통적 방식을 따랐다. 우연한 일을 맞딱뜨렸을 때 문제적 주인공은 탐욕을 선택했고 그것이 나비효과가 돼서 인생 전반을 뒤흔든다. 19세기 작품이다보니 여성을 성적인 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점에서 좀 나하고는 안 맞지만 욕망을 저지하지 못한 인간에게 닥칠 파멸에 관해서는 시대를 막론하고 산교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여전히 신선한 소재라고 볼 수 있겠다. 영화로 만들어져도 재밌겠다!

재밌게 잘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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