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 최신 버전으로 새롭게 편집한 명작의 백미, 책 읽어드립니다
조지 오웰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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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가 사람인지, 사람이 돼지인지

도무지 분간 할 수가 없었다."

p.199

 

유쾌하지만 냉철한 정치 풍자 문학의 백미 조지오웰의 [동물농장] 을 읽었다.

스탈린주의를 비판한 최초의 문학이라는 수식어 없이도 이 우화가 인간의 권력욕과 자유의지의 허망한 몰락 내지는 배신을 풍자하고 있다는 것은 읽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가 있다. 우리나라 신소설 [금수회의록] 보다는 더 우스꽝스럽지만 그저 웃을수만은 없는 블랙코미디의 진수 [동물농장]을 스타북스 판본으로 처음 만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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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더더욱 평등하다?"

 

 

메이너 농장의 주인은 존스다.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부농이다. 돼지도 여러마리 있고, 말에 양에 개, 고양이, 여러마리의 닭 등 하여튼 많은 동물을 키우고 산다. 어느날 존경받는 노인 돼지 메이저가 연단에 선다. 그리고 자유를 찾을 것을 촉구한다. 노인돼지의 말을 새겨들은 젊은 돼지들은 메이저 사후 3개월이 지나 반란을 일으킨다. 인간인 존스가족을 내쫓고 농장을 장악했다. 이 들은 크게 기뻐하며 계명도 붙이고 유토피아 건설을 위해 각자 노력한다. '네 다리는 옳고 두 다리는 나쁘다' 는 사상을 필두로 인간이라면 이를 간다. 그러던 어느날 우유 문제가 붉어지고 우유는 분배되지 못한 채 슬그머니 사라진다.

이미 권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자유를 위해 인간의 억압에서 벗어났다더니 슬슬 힘의 논리를 들먹이며 다른 동물들을 억압하고 있는 돼지들을 마주치게 된다. 어째 이렇게 인간을 닮았는지.

또, 글을 읽을 수 있는 동물과 문서작업까지 가능한 동물들이 자연스럽게 우와 열로 나뉘어지면서 집단간의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우' 의 집단이 '열' 의 집단을 지배하게 된 것이다. 그 때까지도 우매한 대중들은 돼지가 시키는대로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 존스가 다시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동물들은 긴장하고 돼지를 위시한 힘센 동물들은 무력으로 농장을 지키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가장 진취적이었던 나폴레옹과 스노볼은 의견 충돌을 겪는다. 나폴레옹은 식량 수급에 열을 올려야 한다고 하고, 스노볼은 전기의 공급을 위해 풍차를 세워야 한다고 한다.

원래 알파 수컷이 둘일 수는 없는 법. 결국 나폴레옹은 개들을 이용해 스노볼을 내쫓는다.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나폴레옹의 독재가 시작된다.

 

지도자가 큰 뜻을 품고 혁명을 일으키는 경우는 역사에서 부지기수다. 난세에 영웅이 나오기 마련인데 문제는 그 영웅의 변절이다. 처음에는 자유와 행복을 위해 행했던 혁명이 목적을 이룬 후에 방향성을 상실하고 한 번 맛 본 권력의 맛은 사그러들지 않아서 결국 독재로 이어진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있었으니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달전에 봤던 영화 <남산의 부장님들> 이 생각났다. 주인공 김재규가 대통령 박을 암살하기까지 번뇌하는 과정 속에 자기들은 더 나은 나라를 만들기위해 혁명을 진행했는데 주동자였던 박이 권력에 욕심을 품어 그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자 별짓을 다하자 자기가 정의의 사도가 돼서 살인을 저지르는 내용이다. (물론 김재규가 정당한 혁명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를 영웅시하지도 않고, 그 감독의 사관에 대해 찬성하는 바는 아니다.)

아무튼 그들이 처음에 품었던 그 혁명의 마음은 더이상 미국의 손에 놀아나는 우리 나라가 완전한 독립을 하게 하기 위해서였을런지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그 권력 유지를 위해 온갖 불법적인 악행을 자행했었다. 지도자의 잘못된 판단이 대중들을 더욱 파멸로 이끌뿐만 아니라 획득한 국가까지도 위험에 처하게 하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가져옴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 작품이 1945년에 만들어졌으므로 그 당시는 그런 권력자가 더 횡행하던 시대인데 작가가 무척이나 용감하지 않았나 싶기도 했고, 시대의 문제를 반영해야 하는 작가로서의 올바른 소명을 잘 따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이 작품에 무한한 존경의 마음을 보내는 바이다.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결말도 마음에 들었고, 충성스러웠지만 멍청했던 부하의 토사구팽이나 법이 자꾸 바뀌는 점, 인간 싫다고 난리법석을 치더니 결국 인간과 같아지는 돼지들을 보면서 참 세심하게도 잘 썼다 하는 생각도 얹었다.

참 좋은 기회에 잘 읽게 돼서 기쁘다. 명작은 괜히 그런 것이 아니다!

다른 판본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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