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웃는 숙녀 비웃는 숙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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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추리소설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신간 [비웃는 숙녀] 를 읽었다. 표지만큼 강렬한 이 책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역대급 악녀 미스테리인 이 책은 읽고나면 혀를 두를만큼 희대의 악행이 소름끼치게 담겨있다. 등장인물과 배경이 바뀔 때 이게 무슨 일이지? 싶다가도 유기적으로 연결된 일련의 사건들이 독자를 떨게 만드는 잘 짜여진 소설이라 처음 만나는 작가의 책이지만 남다른 필력과 장면 구성력을 가졌구나 감탄하게 됐다.

주인공은 중학생 가모우 미치루. 어디서든 빛을 내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지만 가정형편은 지독하게 어둡다. 엄마의 가출, 아버지의 타락 그리고 딸을 향한 성적, 신체적 학대.

그리고 미치루의 사촌인 노노미야 쿄코. 그녀는 다소 뚱뚱하고 동급생들 사이에 끼지 못하는 왕따다. 첫 장면은 쿄코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오늘도 친구들에게 학대당하고 죽고 싶은 쿄코네 학교에 미치루가 전학을 온다. 미치루의 엄청난 미모와 인기와 당당함은 여학생들의 시샘이되고 쿄코를 왕따시키던 아이들은 미치루에게 폭력의 눈을 옮긴다.

10년후,

사기누마 사요는 은행원으로 남성중심의 위계질서 속에 스트레스 만땅인 여사원이다. 우연히 동창회에서 쿄코를 만나 생활컨설팅을 해주는 미치루를 소개 받고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하기에 이른다.

노노미야 히로키는 쿄코의 동생으로 늘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젊은이인데 아버지에게 감정적으로 구박받고 어머니에게 미움받아 매우 심약한 상태다. 그런 히로키에게 미치루가 접근하고 히로키는 살인자가 되는데..

후루마키 요시에는 무능한 남편과 학생인 두 딸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40대 주부로 너무 힘들게 살고 있는데 생활컨설턴트인 미치루를 만난다. 미치루와 함께라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 같아서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그런데 나아지지 않는 생활. 그녀는 남편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이 모든 일에 연관된 미치루. 그런데 대체 뭐가 희대의 악녀라는 걸까.

궁금한 예비독자에게 모든 걸 털어놓고 싶지만 - 그래서 입이 간질거리지만- 스포를 막기 위해 참는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무엇을 상상하든 소름부터 끼치고 볼 일인 [비웃는 숙녀]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바란다.


미치루가 공포스러운 것은 욕망을 건드리고 있다는 것이다. 재밌는 것은 그 욕망이 파멸로 이어지기까지의 과정인데 마치 사이비교주에게 빨려들어가듯이 빨려들어가 스스로 결정하고 만다는 것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욕망이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아니었다. 무슨말인고 하니. 처음에는 그저 불안정한 현실에 대한 돌파구였을 뿐이란 것이다. 이를테면 처음에는 '아 힘들다. 이 고통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에서 '방해물을 해치우자, 죽이자.' 로 간다는 것이다. 물론 그 고통이란게 당사자가 아니면 헤아리기가 힘들고 어떤 고통은 누가봐도 방해물의 제거 이외에는 벗어나기 힘들다는 건 알고 있다. 그렇지만 개인은 재판관이나 집행자가 될 수 없다. 나의 불행이 다른 이에게 비롯됐다고 해서 그 사람을 모두 불법적으로 제거해야만 건전한 것은 아니다. 그 욕망에 미치루는 숟가락만 얹는다. 그 밥상이 어떻게 차려져 있는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직접 확인해보라. 후회는 않을 것이다.

인생 첫 사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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