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 스티브 잡스가 반한 피카소
이현민 지음 / 새빛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2014년에 출간됐던 [스티브잡스가 반한 피카소]가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미술은 교양을 넘어 창의와 상상을 이끌어내는 현대의 보관소라고 천명하는 이 책은 총 열 네파트의 흥미로운 작품과 글로 나누어져 있다.  

 

[스티브 잡스가 반한 피카소]를 읽다보면 진짜를 알아보는 눈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피카소의 그림을 이상하고 추상적인 그림이다라고만 바라봐서는 안된다. 어쩌면 나는 그렇게 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보이는 대로. 내가 평소에 획득한 미적 기준대로만 그림을 분석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피카소가 소통과 통합의 산물을 그림으로 그린 창조자였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피카소는 '하나의 화폭에 사물의 앞 모습과 뒷 모습을 모두 담고 싶었다.' 고 한다. 앞을보고 있으면 인물의 그림엔 코가 잘 안나오기 마련이다. 앞 모습이지만 코를 보여주고 싶다면? 옆으로 비뚜름하게 그리면 된다. 그것이 미적으로 별로라면 그것은 나의 기준일 뿐, 작가와 소통하지 못한 것이다. 그가 바라보면 사물을 통합적 사고로 바라보지 못한 것이다.

 

그러기에 이 책은 재밌다.

이 책의 구성은 이렇다.

먼저 관련 영화를 먼저 배치한다.

운 좋게 말하고자 하는 작가 관련 영화면 좋고 아니어도 관계없다. 저자의 사랑의 작대기는 어쨌든 영화랑 연관이 되어 있다.

영화 <폴락>이나 <아르테미시아> 처럼 화가의 일생을 다룬 작품이기도 하지만 <타이타닉> 이나 <인사동스캔들>, <취화선> 처럼 화가와 직접 관련은 없으나 에피소드를 설명하기에 충분히 이목을 끄는 작품들도 존재한다.

<타이타닉> 하면 1997년에 엄청난 유행을 이끈 작품이다. 지금도 그 노래, 그 바다의 검은 물과 '잭-' 을 생각하면 소름이 쫙 끼친다. 그만큼 잊지 못하는 영화 중의 하나. 그런데 거기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 이 나온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만큼 눈썰미가 없었을까, 너무 어렸을까. 그런데 그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기는 피카소가 그 그림을 화랑에 전시하지 않았을 때이므로 주인공이 사서 갖기에는 - 훔치지 않고서는- 어려운 작품이라고 한다. 이렇게 영화로 흥미를 끌어 낸 후에 본격적 이야기로 돌입한다. 스티브잡스가 피카소를 만나기까지. 피카소의 그림을 스티브잡스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모토로 삼았는지 재밌게 풀어냈다. 읽으면 지식도 쌓이고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재밌는 책이었다.

 

이런 류의 책을 읽으면 나는 가장 먼저 마음에 드는 챕터를 고른다. 그것은 바로 1970년대 재발견 된 여성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1600년대 아르테미시아라는 여류화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몰랐지만 <유디트> 그림은 알았었다. 바로 그 화가구나! 그 화가는 350년동안 자기 그림을 인정받지 못했다가 1970년대야 비로소 명성을 알리게 됐다. 정말 좋아해서 아이디로 사용하는 프리다칼로는 1900년대 초 사람이지만 역시 1970년대에 이르러 유명해진 멕시코 화가이다. 우선 1970년대 이전에는 여류화가가 아무리 화풍이 좋아도 인정받거나 세계적 명성을 따내기에는 힘들었다고 한다. 그만큼 여권이 낮았다는 것. 그러나 70년대 이후 페미니즘이 힘을 얻으면서 여류화가의 그림도 자연스럽게 부상하게 된 것이다. 그런 소통의 현장이 미술 안에 있다.

 

그 밖에 다다이즘이나 포스트 모더니즘 같이 이해하기 힘든 미술 세계도 역시 영화로 시작해 재밌게 풀어놨다. 사실 변기를 엎어놓은 작품을 보고, 물감을 마구 흩뿌린 작품을 보고 선뜻 멋지다고 말하기가 아직도 어렵다. 그렇지만 작가의 세계관 , 잠재된 열정 , 숨겨진 일생 등을 들으면 이해가 쉽고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이 또 미술이다. 그래서 반드시 이런 책이 필요한 것 같다.

 

서머싯몸의 소설 [달과 6펜스]에서 나는 주인공 스트릭랜드보다 그의 친구 스트로브를 더 좋아한다. 그는 미술엔 재능이 없지만 작품을 보는 눈이 뛰어났던 사람으로 자기의 진짜 재능을 발견하지 못하고 열등감을 갖는 인물이다. 열등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작품을 보는 눈이 별로 없어서 미술을 등한시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독서생활을 하면서 여러편의 미술관련 도서를 읽으면서 그 갈증이 어느정도는 해소되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작품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점점 반가운 작품들이 늘어나면서 뛰어난 작품을 보는 나의 시각에 조금씩 열리는 것 같아서 좋다.

 

아는 것이 힘이고 아는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미술 작품 봐도 잘 모르겠다 생각하시는 독자는 입문서로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영화와 관련지어 이야기를 풀어가니 더 흥미가 진진하다. 예술은 나와 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주는 통로가 될 것이다.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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