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
미즈키 히로미 지음, 민경욱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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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및 추리장르에 청춘, 직장 등의 주제를 결합하여 자신만의 작가 세계를 구축해온 일본작가 미즈키 히로미의 <사회보험 노무사 히나코>를 만났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하지만 노무사를 둘 만큼 큰 회사에 다녀보지 않은 나로서도 매우 공감가는 이야기였다.


노무사라는 직업을 들어본 적이 있는 것도 같지만 피부에 와 닿지 않아 잘 몰랐다. 사회 보험 노무사란 기업의 노동보험 및 사회보험 전반과 관련된 서류 작성이나 제출을 대행하고 노무 관련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을 말한다.


주인공 아사쿠라 히나코는 이제 막 사회보험 노무사가 된 26세의 청년이다. 클라이언트의 요구만 들어주는 사회보험사의 직무를 어기고 좀 과도하게 참견하기도 하고 너무 열정적으로 일을 대하기도 하는 것은 사회 초년생이기 때문이다. 직장 물을 좀 먹고 사회의 때가 타면 그냥 주어진 일만 대강 하다가 월급날이오면 기뻐서 한잔 꺾는다면 타성에 젖은 것이다. 순진하게도 자꾸만 일을 만드는 히나코. 모토코나 니와는 병아리 같은 히나코의 이야기를 들어주긴 하지만 막 나서서 도와주고 그러지는 않는다. 히나코는 어떻게 적응해 나갈까?

 


사실 히나코같은 사람은 너무너무 필요하다. 법에 어긋나지만 않으면 어떻게든 탈법적인 일을 자행하려고 하는 회사의 입장에 맞서 싸워주는 정직한 노무사는 정말 필요할 것 같다. 기업의 이윤과 목표의식 다 좋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 아닌가.

 


"고객의 손을 잡기 위해서는 우선 안에서부터 손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p.308

 


히나코의 시각은 바로 그 '사람' 에 맞춰져 있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지만 일자리를 잃을까봐 회사가 시키는 대로 퇴근부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사원.

언어폭력으로 시달리고 있는 사원.

기업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자리를 빼앗기는 사원.

회사 내에 연인이 있어 서로가 인질이 되는 사원.

열정페이를 강요받는 아르바이트 생.

출산휴가를 사용하려다가 눈치밥만 먹는 사원 등등

 


이 책은 회사 내 다양한 노동환경을 6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드러내는 노동시장의 축소판이다. 추리형태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기때문에 재밌다. (읽으면서 재밌는 상상을 했는데 맨 앞에 누군가 변사체로 발견되고 그 배경이 회사라면 노무사 히나코가 등장해 범인을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긴장하라)

 


처음에 회사이야기라고 해서 읽기를 유보하려고 했는데 선택한 것은 정말 잘한 것 같다. 문학은 원래 가보지 못한 세계에 발을 딛는 가장 쉽고 완벽한 방법이기 때문에 사원이라는 직함을 한번도 달아보지 못한 나에게 신선한 경험이며 앎의 기회를 넓히는 생산적인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스무살 초반에 그런 일들을 겪어봤으면 또 얼마나 재산이었겠는가 부럽기도 했다.

 


아무튼 사회 초년생인 햇병아리 히나코의 성장분투기는 눈부시다. 자격증 없이는 무엇도 될 수 없는 사회에서 자격증을 획득해 당당히 첫발을 내딛었지만 처음 신은 하이힐처럼 불안한 파견지에서 불의를 못본체 하지않고 따뜻한 시선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그 마음이 그녀가 원했던 보람으로 나타나 많은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길 바라본다. 그리고 지금도 고생하고 있을 수많은 히나코들에게 먼저 나이를 먹은 사람으로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잘하고 있다. 불의한 일에는 용기있게 나서줄 수 있는 사람, 그러나 부당한 일에는 주저없이 맞설 수 있는 사람, 그러나 무엇보다 건강한 사람, 어려움을 이겨나가되 도저히 견디기 힘들때는 그냥 내려놓을 수도 있는 사람이 되라고 내 아이들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일본이 배경이지만 우리나라의 회사와도 전혀 다를바 없어 보인다. 생각거리를 많이 던지는 아주 좋은 소설이었다.

 


다만, 히나코가 파견지에서 겪은 일을 이야기 하다가 바로 사무실 장면으로 넘어가서 자연스럽게 노무사 사무소의 직원들과 이야기하는 부분이 자주 나오는데 구분선이라든가 문단을 나누는 것으로 좀 분리해줬으면 읽기에 더 용이했겠다는 편집자적 마음이 들었다. 너무 붙어 있어서 자칫하면 '응?' 했을 때가 많이 있었다^^

후나토씨는 회사의 부정행위를 입 밖으로 낼 수 업었다. 회사 안에는 연인이 있다. 서로가 서로의 인질이다. - P52

무슨 소리야 병아리씨가 도와달라고 한 번도 말하지 않았잖아. 말하지 않았으니 모르는 게 당연하지 - P60

불이익 취급 금지라는 게 있습니다. 고용주가 자기 사정에 따라 직원을 다루지 못하도록 - P130

얼마나 그 일을 하고 싶은지, 보람이 있는지, 자신에게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다시 일과 마주해 생각하고 결정하는 수밖에 없다고 -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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