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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 절망의 심연에서 불러낸 환희의 선율 ㅣ 클래식 클라우드 17
최은규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평점 :
우리 시대 대표 작가 100인이 자기 인생의 거장을 만나러 떠난다.
그리고 만나는 거장의 발자취.
그들이 만난 위대한 예술가들을 독자인 우리도 만난다.
시공간을 초월한 만남이 책 속에서 시작된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이해서 이곳저곳에서 행사가 열리지만 음악과 별다른 관련이 없던 나는 그저 그랬는데 이 책을 만나면서 달라졌다. 갑자기 이 불우했던 거장의 음악이 듣고 싶어졌다.
베토벤(1770~1827)
하이든, 모차르트와 더불어 고전파 음악을 확립한 3대 거장으로 불리는 베토벤! 하이든에게 사사하였지만 그를 표방하기보다는 더욱 자기만의 세계를 확립해간 금세기 최고의 작곡가이자 연주가였다. 나중에 지휘도 했다는데 작은 음에서는 몸을 둥글게 말기도 했다니 그의 섬세함을 실제로 보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 자기가 추구하는 이념과 시대정신을 놓치지 않고 음악에 담으려고 했던 천재 작곡가. 말년에는 귀가 어두워지고 심한 병들과 조카를 잃은 슬픔에 괴로워하다가 죽음을 맞이한다. 가난해서 후원자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고, 음악가에게 치명적인 장애로 고통에 시달렸지만 그가 남긴 주옥같은 작품들은 그 무엇에게도 방해받지 못했다. 즉흥연주의 대가였고 음악에 대한 자긍심과 자부심이 남달랐으며 평생을 독신으로 음악에만 매달렸던 천재 작곡가 베토벤.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안 느낌이다.
최은규(1970~)
사실은 잘 몰랐던 작가. 바이올리니스트 겸 음악칼럼니스트라고 소개돼 있다. 베토벤이 귓병으로 음악의 길을 떠날뻔했던 것처럼 최작가도 어떠한 사정때문에 음악가에서 칼럼니스트로 전향해야 했다고 밝히고 있다. 베토벤과 같은 70년생이라는 너스레도. 이 책은 지난 번에 읽었던 <카뮈> 보다 전기적 성격이 강하다. 본과 빈에 집중된 여행경로이지만 여행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베토벤의 생애를 더 많이, 자세하게 다루고 있는데 그것은 아마 최작가가 베토벤의 후배 음악가이며 음악칼럼니스트로서의 면모를 감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베토벤 문외한인 나는 그의 음악세계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책의 선물
책이 독자에게 주는 선물은 여러개다. 아르테의 클래식클라우드 시리즈는 거장의 생애에 맞춰 그가 살았던 세상을 사진으로 담아놨기 때문에 볼거리가 많기로 유명하다. 나는 아쉽게도 빨리 접하지 못해서 <카뮈>와 <베토벤> 밖에 접하지 못했지만 다른 책들도 볼거리로는 뒤지기 서러울 것이다. 그 사진들은 정말 아름다워서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를 처음부터 사서 모은 책 친구들도 많다. 소장가치가 높다는 것. 뒤에 있는 생애표나 키워드 등도 재밌다.
그렇지만 <베토벤> 편에서는 선물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바로 거장의 음악을 직접 들을 수 있게 QR코드가 삽입된 것이다. 거장을 눈과 귀로 만났다.200년 세월을 건너서말이다.
예전에 <꿀벌과 천둥> 이라는 소설을 읽으며 소설에서 거론되는 모든 음악들을 일일이 찾아서 듣느라 고생 꽤 했다. (나중에 CD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책 중간 중간에 코드를 삽입해줘서 카메라만 들이대면 바로 재생이 가능하니 너무 좋았다. 들으면서 읽었다. 클래식이 좀 졸리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완전히 오해였다. MC스퀘어처럼 집중력을 높여주는 잔잔한 음악인줄 알았더니 자꾸만 책읽는 주의를 흐트러뜨렸다. 음악이 자꾸만 끌려서 몇번씩 책을 덮었어야만 했다. 책을 읽다보면 음악에 대한 설명들이 있는데, 가령 2장으로 가면 음악이 빨라지고 숨이 가파진다는 둥, 4장은 아주 격렬하고 웅장하다는 둥의 설명들을 보고나면 그 음악을 끝까지 듣지 않고는 견딜수가 없었다. 40분씩 되는 음악을 듣고있자니 독서에 속도가 붙질 않았다. 이런 !!
그래도 그것은 내게 선물 같은 것이었다.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집의 소파에 앉아있지만 안데어 빈 극장에 가 있는 것 같았고, 카탈루나 음악당에 가 있는 것 같았다. 이어폰으로 들어서 더 그랬을까 아니면 베토벤과 마주하고 있어서 더 그랬을까. 나도 모르겠다.
<카뮈> 때도 그랬지만 책 속 지도를 보면서 빈과 본을 여행해 보고 싶었다. 아니면 베토벤이 음악여행을 떠났다는 독일의 여러도시들을 돌아보고 싶었다. (후원자가 똑같아서 모차르트도 같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다는 건 몰랐다)
이런 간질간질한 마음들도 이 책이 주는 선물이 아닌가싶다. 간접여행이라는 더 좋은 기분도 있고.
그리고 문학에 대해 늘 애정을 마지않는 나로서는 또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톨스토이의 소설 <크로이처소나타>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크로이처> 에서 따온 제목이다. 서로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에게 서로가 모티프가 되고 뮤즈가 되는 이런 아름다운 세계!!!! 놀랍도록 감동적이었다. 또 ,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가 베토벤의 음악이 되었다는 것, 그리고 두개의 <템페스트> 가 가진 공통점들을 또 비평가들이 이야기한다는 것. 이 모든 것이 창작의 아름다움이고 거장이 낳은 성스러운 열매이니 이런 일화들은 볼 때마다 감동이다. 문학이 끼어있으면 또 어쩔줄을 몰라한다.
이렇게 다채로운 책이 바로 클래식클라우드 시리즈다. 다 소장하고 싶다. 언제든지 찾아보고 싶은 사전같은 책들이다. 그렇지만 지루하지 않다. 내가 모르는 분야도 세세히 만나볼 수 있어서 언젠가 나의 독서와 글쓰기에 엄청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보니 무지 뿌듯하다.
다음책은 헤르만헤세와 정여울작가이다. 정여울작가는 내가 엄청나게 좋아하는 작가다. 그의 여행기는 특히 마음에 많이 닿았다. 정말 정말 기대된다.
책의 내용을 리뷰로 다 담을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 글쓰기의 한계일수도 있고 정리의 어려움일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구에게든지 다른 의미로 다가와 분명한 울림을 남길 것이니 주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고민없이 읽어보시길 권한다.
https://m.blog.naver.com/2004ppp/221829796081
베토벤은 누군가 원칙대로 일처리 하지 않는 것을 지극히 싫어했으며 한번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을 지키지 않는 것에 곧잘 화를 냈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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