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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의 감춰진 얼굴 - 지혜로운 삶의 안내
나병주 지음 / 한국경제신문i / 2019년 8월
평점 :
지은이 나병주는 S전자에서 유럽 주재원으로 오래 근무하며 협상의 중요성을 깨닫고 그 내용을 정리해 이 책을 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협상에 대해 눈을 뜨고 경쟁력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했으면 한다고 한다.
책은 협상이란 무엇인가로 시작한다.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Give&Take가 있는 모든 것은 협상' 그렇겠군 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다음 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협상에 약할까?'인데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서 그런지 그 이유가 궁금해졌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고려 475년, 조선 519년 등 왕조가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 유지되었고 기득권 세력들이 성리학을 앞세워 통치를 하면서 체면과 형식을 중시하는 문화가 만들어 진 것이 역사적 이유이다. 우리나라 벤츠 판매량이 세계 5위라는데 이것도 남에게 보여주는,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또, 장유유서, 군대문화로 나이가 많은 사람이나 상급자에게는 토를 달지 못하는 문화, 지식 전달형 주입식 교육으로 토론이 없는 교육 방식 등이 또 다른 이유라고 한다.
저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협상을 잘 못하는 이유를 분석한 것은 '이래서 못해'가 아니라 '이러니 노력하자'를 위한 자기분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타고난걸 어쩌냐며 먼저 포기하지 말자.
이렇게 우리나라의 문화를 먼저 살펴본 후 중국인, 프랑스인, 독일인, 유대인, 미국인들의 문화와 협상 방식을 소개한다.
모두 흥미로웠지만 특히 재미있던 이야기는 협상 종료 후에 또 하나의 협상 100원만을 끝까지 관철시키는 집요한 중국인과 모든 것을 법을 활용하고 소송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유대인이었다.
중국은 왕조가 200~300년 정도 밖에 유지되지 않다보니 계속해서 출현, 몰락, 모반, 배반의 역사가 되풀이 되었고 그래서 돈의 중요성이 커지고 대놓고 돈을 중시하는 문화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돈 중심의 문화에서 유교, 사회주의 조차도 중국식으로 발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중국의 당나라 꽃을 피운 실크로드를 통한 교역을 세계 최초 자본주의라 이야기한 저자의 관점이 새롭게 느껴졌고 100원만 대응법이 아주 유용해 보인다.
유대인들은 디아스포라가 2,600년 이상 지속되다 보니 타지에서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했고 토착민들과 충돌에서 보호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 법 활용을 매우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런 그들의 문화는 협상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어 원하는 것을 얻는 집요함과 계약서에 모든 항목들을 자신들이 법에 의해 보호 받을 수 있도록 만들고 수정을 최대한 피하는 협상 방법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유대인과 협상할 때는 계약서를 아주 꼼꼼히 검토해야 하고 또, 소송은 으레 발생하는 것으로 비즈니스와 병행해서 대응하면 된다고 한다.
다음으로 협상의 기술들(?)이 소개된다.
준비가 중요하다. Why를 통해 문제를 파악하라. 프레임에 갇히지 마라, 집요함에 지면 안 된다, 설득하지 마라 등등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조언들이 이어진다. 여러가지 협상법 중 개인적으로 효과를 보았던 협상법은 '상대방에게 받아들일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줘라'이다. 이 챕터의 요점은 조삼모사로 상대방의 명분을 만들어주어라 인데 경험상 조금 귀찮지만 상대를 존중하는 조삼모사는 아주 유효하다. ㅎㅎ
여러 나라의 협상 문화를 재미있게 읽었다. 중국인, 프랑스인, 독일인, 유대인, 미국인의 협상 문화가 궁금하다면 한번 읽어 볼만한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