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
웨인 케스텐바움 지음, 김정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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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에 대한 숱한 단상을 한 권으로 엮었다.


굴욕은 남에게 억눌리어 업신여김을 받는 걸 말한다.

단단한 마음 챙기기가 어려운 현대인이 굴욕을 당하면 큰 사건사고로도 비화될 수 있다.

굴욕을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굴욕은 인종차별 같은 류의 금기가 되어가고 있는 작금이다.

그러나 인종차별이 현존하듯 굴욕이 인간사회에서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의 마음 속에는 하루종일 상대방을 억눌리고 업신여겨 굴욕 주고 싶은 마음이 들끓고

상대로부터 그 어떤 작고 사소한 굴욕이라도 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굴뚝이다.


굴욕은 하지도 당하지도 말아야 할 것처럼 보이지만

저자가 보기에는 굴욕에도 긍정성은 있다.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가 되는 것처럼

굴욕을 잘 다루면 완전히 다른 기회의 문이 열린다.


굴욕을 바라보는 차별화된 시점을 제공하기 위해

뉴욕시립대학교 대학원 석좌교수라는 직함에 어울리는

엄청난 관찰과 경험, 박학다식함이 총동원되었다.


하지만 호흡을 길게 잇지 않고

한뼘 에세이, 한두장 에세이라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어

저자의 통찰을 엿보고 동참하는 일이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는

어느날 갑작기 굴욕을 맞닥뜨렸더라도 슬퍼하지 말자

굴욕감에서도 삶의 약을 얻을 수 있으니...


덧, 영문학 석사, 비교문학 박사 이력의 번역가가 쓴 뻔하지 않은 후기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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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우울 - 25년차 정신과 전문의가 처음으로 정의한 반우울 심리학
다이라 고겐 지음, 곽범신 옮김 / 서교책방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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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아날로그라서 항상 경계와 사이 마다 존재가 있다.

일반인과 정신지체 사이에 경계선지능을 가진 사람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들은 확연히 어리석어보이지 않지만 같이 지내다보면 뭔가 빈틈이 발견된다.

안타깝게도 어느정도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터라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해 힘들다는 사연을 간혹 접한다.


중간에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배척?당하는 사람들이 여기 또 있다.


한국사회는 구성원들에게 끊임없는 스트레스를 주는 특성을 지닌다.

계속 열심히 하라고 다그치고 항상 부족하니 더 노력하라는 신호를 계속 받는다.

가뜩이나 공동체가 붕괴되고 파편처럼 흩어진 개인들은

시스템이 가하는 무한경쟁의 법칙 속에서 시달리게 된다.


남은 건

우울한 마음이다.

심하면 정신과를 찾아가 약을 먹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낮은 삶의 만족도를 느끼며 하루하루를 적당히 흘려보낸다.

우울한 마음이 들지만 막상 병원을 갈 정도는 아닌 사람들은 과연 어떤 상태인 것일까

아마도 '반우울'이 적절한 어휘가 아닐까 싶다. 반영구적이라는 표현처럼...


25년 경력의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반우울증?을 무시하면서 지내다가 종국엔 진짜 우울증으로 발전하여 정신과를 찾는

수많은 환자들을 보면서

자신이 느끼는 이상증세를 자각하고 분명하게 대처하면 건강한 삶으로 되돌아갈 수 있음을 말한다.


한국사회가 인간이 맨정신으로 살기에 고위험 사회라는 건

엄청난 자살률만 봐도 단박에 알 수 있다.

행복감은 점점 유니콘 같은 감정이 되고 이슬비처럼 내리는 스트레스를 견디다가

어느새 우리는 우울의 항아리에 빠진 자신을 발견한다.


한번 누르고 지나가는 흔하디 흔한 스트레스가 아닐 수 있다.

쉽게 우울해지고 우울한 기분이 쉬이 극복되지 않고 점차 곁에서 오랫동안 머문다는 느낌이라면

우울증의 전조, 반우울 상태일 수 있다.

그럼 이제부터 무엇을 해야하는지 이 책이 잘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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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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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데뷔작 <오베라는 남자>로 전세계 독자들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프레드릭 배크만은 이후에도 이야기꾼의 면모를 과시하며 여러편의 소설을 꾸준히 써왔으며

작년엔 <나의 친구들>이라는 작품을 들고 다시 독자들을 찾았다.


어떤 그림 속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를? 뜻을 풀기 위해 

루이사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방황하는 십대들의 전국 횡단 여행을 따라가고 있다.


끊임없이 이야기하지 않으면 혓바닥이 돋는 듯

지칠줄 모르는 작가의 입담에 실린

여러 등장인물이 살아움직이며 이야기를 직조해나간다.


청소년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과도 같은

근거없는 공허와 상실감, 반항끼, 엉뚱한 호기심이

서사를 지배하며 작품을 생동시키는 연료가 되고 있다.


수사와 묘사가 많은 탓에 빠른 전개를 원하는 독자는 자칫 지루할 수 있지만 

언어의 풍성함을 즐기며 유유히 흘러가는 이야기에 무사히 올라탈 수만 있다면

종국에 독자는 주인공들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상태가 된다.

물론 이 세상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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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집에 삽니다 - 쓸모에 취향을 더한 노마드 인테리어
김반장(김동현) 지음 / BOOKERS(북커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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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 2025년 가을까지 다섯번에 걸쳐 각기 다른 구축 아파트에 전세로 살면서

공간을 자신에게 맞는 안식처로 변화시킨

솜씨 좋은 실력자의 인테리어 소개기다.


이미 2012년과 2015년 <전셋집 인테리어 1,2>라는 책을 잇따라 출간한 바 있고

10년이 지나 그간의 전셋집 셀프 인테리어 전적을 한 권으로 정리해서 다시 돌아왔다.


평범한 사람들은 공간에 자신을 맞춘다.

그게 싫다면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는데

기본 수천만원이 깨지는 건 감수해야 한다. 

돈도 문제지만 내 의견이 곧이곧대로 반영되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보통사람들은 

집공간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냥 생긴대로 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스스로 할 줄 알면 얘기는 달라진다.

저자가 손재주를 발휘해서 스스로 집을 꾸미는데

그간 들어간 예산이 5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엄청난 예산 절감을 통해 가계에 대한 부담 없이

집공간을 자신의 취향에 맞게 탈바꿈 시켰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능력이다.


사람들은 누군가 저렴한 비용으로 공간을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는 것을 대리만족하기 위해 

기꺼이 저자의 독자가 된다. 

저자는 누구라도 열정과 의지만 있으면

스스로 집을 손볼 수 있다고 진심으로 설득하고 있지만

<전셋집에 삽니다>가 실습서는 아님에 유의해야 한다.


재료부터 도구, 장비까지 최소한의 지식과 

기초적인 일머리도 없는 소위 똥손들에게는 

어차피 수백,수천만원을 주고 사야하는 인테리어다.


하지만 집을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영감은 얻을 수 있다.

내가 사는 집을 통해 공간에 대한 인식을 확장시킬 수 있다.

알면 달리 보인다.

전세집 꾸미기 달인?의 경지에 이른

지은이의 인테리어 외적 여러가지 팁 정보도 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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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 여행 - 나이 듦, 그래서 더 아름다운
이여진 지음, 서진 엮음 / 스노우폭스북스P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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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이 넘도록 교단을 지키다 이제는

고희를 바라보고 있는 지은이가

떠났던 세계여행 글을 모은 기행문이다.


한눈팔지 못하게 자신을 안전하게 옭아맸던 직장에서 물러나자

불현듯 찾아온 혼란에서 지은이는 익숙한 이곳을 떠나보기로 한다.

삶을 온전한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하여...


방랑자가 되어 이곳저곳 세계를 다니던 중 

저자의 여행길을 막는 장애물이 불쑥 등장했으니 코로나 팬데믹이었다.

갑작스레 강제된 침묵이 찾아왔을 때 비로소 지은이는 깨닫는다.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이며

여행도 채워주지 못한 빈자리에서 비로소 마주친 나야말로 진짜 나의 모습임을.


지은이는 여행의 경험을 그러모으기 시작했고

그렇게 여행을 나의 일부로 만든 결과물이 본책이다.


우선 정사각형 판형에

내용이 종이 절반만 채우고 여백을 강조하는 독특한 형식이 눈에 띤다.

그저 뻔한 책으로 보이지 않게 하려는 편집진의 노력일 것이다.


풍경, 사람, 사물, 공간으로 나눈 네 개의 장에서

독자들은 27곳의 여행지를 다양한 사진과 함께 만날 수 있다.


수필로 등단해 문인협회 회원으로 재적하며 

공공도서관에서 수필반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의 이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능란한 필력이 돋보인다.

갈고 닦은 문체가 한결 흐트러짐 없이 흐르는데  

문장의 완성도 보다 재밌고 익살스러움이 빠지면 서운하다는 독자라면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덧. <칠십 여행>은 아무래도 서명에 적힌 나이에 관심이 가는 중년/노년을 독자로 가질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싶은데 약시자에게 불리한 작은글씨로 인쇄한 건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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