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한비자 법法 술術로 세상을 논하다 만화로 재미있게 읽는 고전 지혜 시리즈 1
조득필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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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중국 고전이 전하는 지혜. 그건 아마도 인간 본연의 성질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기에 가능한 이야기인지 모른다. 더군다나 중국의 고전 중 ‘한비자’ 같은 경우는 단체의 리더나 정치가에게는 꼭 필요한 법과 술에 대해 논하고 있다는 점에 있어 배우고 익히면 도움이 될 만한 교훈이 많다.

 

중국 고전인 ‘한비자’의 관한 책은 시중에도 많이 나와 있다. 그러나 이런 고전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읽고자 시도는 했으나 뒷부분은 펼치지 못하고 깨끗하게 남긴 채 그대로 책장행일 책일 수 있다. 지혜를 배워볼까 하다가 중간쯤 가면 좀 따분하고 지루해 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건 아마 좋아해서 읽는 것이 아니라 교양차원이라 생각해서 책을 잡아 그런지 모른다. 그러나 그 고전을 만화로 본다면 훨씬 보기도 편하고 내용도 눈에 확 들어와 이해도 빠르고 속도감 있게 읽을 수 있다.

 

매일경제신문사에서 펴낸 만화로 재미있게 읽는 고전 지혜 시리즈는 청소년에서 어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고전을 재미있게 접할 수 있게 한다. 그 첫 번째 시리즈인 ‘만화 한비자 법술로 세상을 논하다’는 250여쪽의 분량으로 한비의 출생과 사상도 정리해주고 있다.

 

십과편, 고분편, 세난편, 화씨편, 비내편, 설림상*하편, 내저설*상편, 외저설편, 난편, 오두편, 등 유명한 이야기가 고사성어와 역사오버랩을 통해 보다 확실히 이해할 수 있게 돕는다. 중국의 고전이지만 우리나라 역사의 한부분과 오버랩 되니 이미 두 가지 이야기를 통해 보다 확실히 법과 술을 익힐 수 있는 것이다.

 

한비가 주장하는 법과 술은 대부분이 인간내면에서부터 시작되는 이기적인 사고에서 비롯된다. 이를 잘 극복하여 평화를 도모하며 생존을 가능하게 해주는 술을 통해 위정자들의 다양한 면을 파악할 수 있고 현재 자신의 상황에 적용해봄으로써 잘 처신할 수 있게 도와주는 지혜가 들어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세난편이야기였는데 상대가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그를 설득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요즘 들어 실감하는 이야기다. 그의 심리를 분석해 그 사람의 마음에 맞게 말을 하는 것이 설득의 기본 포인트라는 것은 알지만 우린 종종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제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듣는 이의 마음에 닿지 않는 말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는데 상대편이 아닌 내의견만 게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역린을 건드리지 마라’로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예전 신하가 임금에게 하는 말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직장의 상사를 대할 때 명심한다면 좀 더 수월한 직장생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가볍고 빠르게 읽을 수 있는 중국고전의 지혜 속도감도 있어 성공적인 완독에 도전할 수 있으며 공감하며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유익한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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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맛집 - 쇼핑보다 즐거운 미식 여행 여행인 시리즈 8
김동운 지음 / 시공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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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홍콩하면 쇼핑천국이라고 익히 알고 있다. 그런데 쇼핑뿐 아니라 홍콩의 맛집 탐방을 할 수 있다면 새로운 홍콩여행의 재미가 될 듯싶다. 우리나라도 어디가 맛이 괜찮다 소문나면 줄서서 그곳을 찾는데 다른 나라를 여행할 때도 그곳의 관광지와 함께 식문화를 체험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일 것이다. 더구나 새로운 맛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기억이며 추억이 될 것이다. 그런 여행객의 니즈에 맞춘 [홍콩맛집] 책은 그래서 관심을 갖게 한다.

 

이 책은 홍콩의 유명호텔에서 즐기는 한끼의 식사부터 현지인만 아는 로컬음식점에 이르기까지 홍콩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맛의 세계로 안내한다. 홍콩 맛집 여행을 떠나기 전 알아두어야 할 것들이 담긴 Special Lssue, 센트럴, 침사추이, 코즈웨이 베이, 조던, 몽콕 닌하우, 셩완, 완차이 심수이포를 나서기전 꼭 알아두어야 할 곳을 소개하는 Gourmet Area, 홍콩 맛집지도는 그곳을 여행하는 이에게 아주 유용한 안내서가 될 듯하다.

 

홍콩으로 패키지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닌 비행기표와 잠자리만 해결된다면 아침의 조식은 첫날은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에서 점심은 길거리 맛있는 카레이 위단이나 씨우마이같은 간식으로 저녁은 미슐랭 가이드에 별을 획득한 60곳 중 한곳을 가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사실 홍콩하면 딤섬이 유명한 것처럼 여기 소개된 원딤섬에 가서 다양한 딤섬의 세계에 푹 빠져보고 싶다.

 

인구나 땅의 면적으로 본다면 홍콩은 작은 도시지만 그 역할과 세계금융인구가 그곳에 모인것을 보면 세계적인 도시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세계의 음식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곳도 홍콩이라 한다. 중국 각지의 음식은 물론 이탈리아, 영국, 미국, 태국, 인도, 베트남, 한식에 이르기까지 전통요리부터 퓨전요리까지 다양한 먹거리를 만날 수 있다. 여기 소개된 맛집은 분위기, 메뉴나 가격대, 찾아가는 법, 지도까지 꼼꼼하게 챙겨져 있어 홍콩의 맛을 제대로 만나러 갈 수 있게 돕고 있다. 홍콩여행시 지참해야할 먹거리 책으로 딱이다.

 

언젠가 영국에서 살다 온 언니가 만든 홍차밀크티를 먹어본 적이 있다. 색다른 부드러운 맛으로 좋았었다. 영국에서 즐겨먹는 티라고 하는데 이 책에서도 그 차를 소개하고 있다. 홍콩에서는 나이차라고 불리며, 제품으로도 많이 나와 있어 슈퍼에서 사먹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새롭게 알게 된 슈퍼마켓의 발견은 여행을 마칠 때쯤 사는 선물 고민의 해결장소로 제격이다. 면세점이 아닌 홍콩의 슈퍼에서 만나는 전통과자나 팝판 크래커, 볶은 새우알같은 것은 내가 사먹어도 좋고 선물해도 좋을 물건으로 괜찮을 듯싶다. 홍콩여행의 계획이 있다면 꼭 챙겨야 할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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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몽 2 - 왕의 전설
김시연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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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인 [이몽]처럼 사랑만을 꿈꿔왔던 겁약하고 단약한 철종과 권력지향적인 흥선군을 빗대어 그리고 있다. 왕족으로 항상 역모의 대상이 되어야했던 어린시절의 아픈 트라우마로 두려움과 연약함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원범. 서민으로 살고 싶어도 맘대로 할 수 없었던 왕족의 신분은 끝내 그가 소박하게 정인과 살고 싶은 꿈도 앗아가 버리고 구중궁궐에 갇혀 꼭두각시로 살 운명을 맞게 된다.

 

어헤에 짓밟히는 풀잎이 가여워 눈물을 글썽일만큼 따뜻한 천품을 가진 철종은 효성 지극지고 즉위부터 착실히 공부해 정조처럼 서얼들 등용에도 힘쓰고 흉년이 들 때는 검소함을 손수 실천하기까지 한 왕이다. 그러나 안동김씨의 세력이 많은 것을 쥐고 있어 왕권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이 많이 부족해 어찌 할 수 없었던 왕이다.

 

반면, 흥선군은 안동김씨의 세상으로 변한 조선의 작금을 한탄하며 그 속에 전주이씨의 왕족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자식의 세대에라도 왕권을 다시 찾고자하는 야망을 가진 인물로 체면과 자존심도 버리고 안동김씨의 세도가에게 자신을 납작 엎드리는 일도 서슴치 않는다. 이는 훗날을 기약하기 위해서 다부진 결단을 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왕족이지만 철종과 흥선군은 너무나 다른 꿈을 꾼 인물이지 않나 싶다.

 

한 번도 왕이 되고자 한 적이 없는데 강제로 끌려와 왕이 된 철종, 사랑했던 사람과 동무들, 고굉지신과 유악지신을 모두 잃고 수족을 다 잘라냈다. 허울뿐인 왕, 아군이 전혀 없는 혈혈단신으로 인사권이 없는 군주에게 존경도, 신뢰도 아군도 따르지 않았던 그. 병의 위중함을 감지했음에도 약원이나 안동 김씨들에게 철저히 비밀로 부쳐야 했던 그. 후대 왕을 옹립해 세도정치를 이어가는 말미를 주지않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안타깝게 느껴진 비운의 왕을 새롭게 조명한 작품이다.

 

왕의 위안이 되었던 혜각사의 선사와 철종의 보모상궁의 연, 상선과 정상궁의 연, 봉이와 친구들, 그리고 왕을 위해 목숨을 바쳐 지켜냈던 충절의 도승지와 상선, 대왕대비와 왕대비의 권력을 위한 암투, 흥선군의 야망도 엿볼 수 있는 팩트가 강한 소설이다. 비극적인 철종의 삶이 가슴 먹먹해지지만 그동안 알고 있던 철종의 인간적인 면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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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몽 1 - 운명의 택군
김시연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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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여러 팩션사극, 팩션소설의 인기가 방송과 지면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요즘. 역사적 배경의 문화와 제도가 소설이란 형식 재미를 더해 우리 곁으로 친근하게 다가서고 있다. 이를 계기로 역사 속 제도나 신분, 여러 문화적 측면을 새롭게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각을 갖게 하고 있다. 더불어 인물에 대한 탐구도 재해석되어 좀 더 풍성한 역사적 지식을 탐독하게 한다.

 

조선의 역대 왕들 중 가장 서민적이면서도 안동김씨의 세력에 허수아비노릇을 한 무식꾼 왕으로 기억되는 강화도령 철종. 그러나 그의 인간적인 고뇌와 사랑을 새롭게 재인식하게 한 소설 [이몽]을 만났다. 역사의 모든 기록은 대부분 승자의 몫이라 했다. 우리가 아는 철종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킨 이 소설은 역사적 배경이나 문화,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옛 우리말에 흠뻑 녹아들게 만든다. 참고로 이 소설은 철저한 고증과 개연성을 가지고 창작된 소설이기에 철종에 인간적 고뇌에 대한 연민 또한 깊어지게 한다.

 

왕족이라는 이유로 역모에 휘말려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큰형 또한 억울하게 죽음을 맞고 자신과 작은 형도 강화도로 유배되는 처참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뒤로한 원범. 강화도에서 만난 봉이는 어머니이자 누이같은 존재로 사랑을 키우며 행복을 꿈꿀 수 있는 정인이었다. 그러나 자손을 남기지 않고 떠난 헌종의 뒤를 이어 안동김씨 가문의 허수아비 왕으로 택군 되면서 그는 정인과 이별하게 된다. 봉이 없는 삶을 생각지 않았던 왕실 생활은 화려하지만, 주위의 도움 없이 혼자 몸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대소변은 물론 목욕도 누군가가 수발을 받아야 하는 처지의 철종은 봉이를 언젠가는 궁으로 데려와 함께 살수있다는 희망으로 오늘을 견뎌내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그것이 그렇게 맘대로 되지 않자 시름시름 앓게 된다. 그런 왕을 애처럽게 바라본 상선과 도승지가 안동김씨의 대모인 대왕대비에게 간청하게 된다. 그래서 봉이를 후궁으로 들이고자 뒷조사가 진행된다.

 

한편, 봉이는 왕이된 원범을 잊지 못해 혜각사에서 향제조술을 배우며 마음을 정진하는데 애쓰지만 쉽지 않다. 선사의 말처럼 인간은 다 자기 나름의 잔으로 마셔야 한다며 운명을 거스르는 행동은 화를 부른다고 이른다. “인생은 연꽃임에 내리는 빗방울과 같다”며 집착을 버리라 하지만, 사랑의 불꽃이 이는 봉이에게 주위의 모든 말은 불꽃을 꺼트리기엔 충분치 않다.

 

사실 팩션소설에서 로맨스가 좀 더 강화되어야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데 이 책은 그런 전개가 시대적 배경에만 집중되어 있어 좀 아쉬운 면이 있다. 한마디로 팩트가 더 강한 소설이다. 그래서인지 철종의 애절한 사랑이나 그리움이 그렇게 절절하게 다가서진 않는다. 원범의 강화도 시절의 알콩달콩한 사랑이 작가의 상상력으로 잘 그려졌더라면 좀 달라졌을 수 있는데 말이다.

 

철종의 인간적 고뇌, 동시대 안동김씨의 세상을 유지하려는 대왕대비, 그 속에 풍양조씨가 살아남기 위한 계책을 세워야하는 왕대비, 전주이씨의 조선왕의 왕손으로 목숨을 부지해 후일을 도모하려는 흥선군의 모습 등 혼란스런 시대에 비운의 왕인 철종의 인간적인 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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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는 벽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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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선생님의 굵직한 대작인 [태백산맥],[한강],[아리랑]으로 우리의 시대적 아픔을 잘표현한 작가다. 그의 작품 속에 시대적 우리 아픔이 오롯이 묻어나 있다. 그래서 우리는 1%의 이야기가 아닌 99%의 국민의 정서를 더욱 더 공감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사회적 약자들의 고된 삶의 현실과 이를 이용하는 파렴치하고 비열하고 비겁한 우리의 모습이 드러난 그의 젊은 시절의 단편모음을 만나게 되었다. [외면하는 벽]이란 새로이 출간된 책을 통해서다.

 

1977년부터 1979년까지 조정래 작가가 문예지에 발표한 8개 작품을 수록한 이 책은, 1999년 '조정래 문학전집'(전9권)의 여섯 번째 책 '마술의 손'으로 출간되어 사랑을 받아온 작품집의 개정판이다. 청년시절의 문제의식과 고뇌가 그대로 담겨있는 이 작품집에서 급속한 근대화가 빚어낸 각박한 사회상, 전쟁이 남긴 혼혈의 아픔을 예리한 시선으로 파헤친다.

 

 

이 책에 담긴 단편은 비둘기, 우리들의 흔적, 진화론, 한,그 그늘의 자리, 마술의 손, 외면하는 벽, 미운 오리새끼, 두 개의 얼굴 등 총 8개로 이루어져 있다.

 

사상범으로 자신의 소신을 지키고 들어온 암벽 감옥, 그 속에서도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는 않았었다. 햇빛 한 줄기 조차 없이 간수가 깨우는 기상시간이 하루의 시작을 알려주지만 세끼 먹을 수 있으며 아내의 체취와 기억을 베게 삼아 아내를 기다리던 그. 그렇게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그에게 간수는 자신의 현실을 인식케 하고 있었다. 자신이 갇힌 곳이 백골섬이며 더 이상의 범죄자가 이곳에 들어오지 않고 언젠가 여기도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런 그와 친해진 간수는 탈옥의 기회를 준다.

 

삶의 새로운 희망인듯 다가온 탈옥이 그에게 가져다 준 것은 결국 절망의 나락이 되어버린 ‘비둘기’란 작품. 추위와 굶주림을 그는 이겨낼 수 없었던 것이다. 해피엔딩의 동화처럼 빠삐용의 탈옥이 자유와 희망으로 다가서지 못한 슬픈 사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현실은 이런 거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어느 날 가정형편상 학교를 접고 생업에 귀로에 서야했던 동호. 어린 동호는 이모든 처지가 어린 자식들을 남기고 떠난 엄마에 대한 원망으로 치닫게 되고 엄마를 찾아 남아있는 가족을 뒤로한 채 몰래 서울로 무작정 상경하게 된다. 그러나 넓은 서울에서 엄마를 만나는 것은 꿈도 못 꾸고 굶지 않기 위해 일을 시작하게 된다. 동호가 만난 서울의 각박한 사람들은 그의 노동력 착취는 기본이고 모질게 학대까지 하게 된다. 인두껍을 쓰고 하지 못할 짓을 어린 소년에게 해대는 비열한 어른들에게 과연 어린 동호는 무엇을 배울 수 있었겠는가.

 

그 시절 누구나 먹고 살기 바빠 곁을 돌아보기가 힘든 세상이었다지만, 세상은 한 소년에게 너무나 가혹했다. 따뜻한 누군가가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그가 살인을 저지르는 일까지 갈 수 있었을까 싶다. 동호의 불행의 진화를 다룬 ‘진화론’을 읽으며 가슴 속 묵직한 울화가 고개를 내밀기도 했다.

 

시대의 아픔을 관통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 그것이 너무 적나라해서 마음이 무겁다. 옆도 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는 이들에게 잠시 멈춰서서 옆을 돌아보라고 하는 듯하다. 마음 한켠 내어주고 관심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좀 더 살기 좋아질 수 있는데 옹색하게 마음 한켠을 내주기 어렵다고 변명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삶의 양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지금 소통을 위한 마음 나눠주고 들어주고, 배려해주는 것이 사치일까?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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