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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몽 2 - 왕의 전설
김시연 지음 / 은행나무 / 2012년 5월
평점 :
이 책은 제목인 [이몽]처럼 사랑만을 꿈꿔왔던 겁약하고 단약한 철종과 권력지향적인 흥선군을 빗대어 그리고 있다. 왕족으로 항상 역모의 대상이 되어야했던 어린시절의 아픈 트라우마로 두려움과 연약함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원범. 서민으로 살고 싶어도 맘대로 할 수 없었던 왕족의 신분은 끝내 그가 소박하게 정인과 살고 싶은 꿈도 앗아가 버리고 구중궁궐에 갇혀 꼭두각시로 살 운명을 맞게 된다.
어헤에 짓밟히는 풀잎이 가여워 눈물을 글썽일만큼 따뜻한 천품을 가진 철종은 효성 지극지고 즉위부터 착실히 공부해 정조처럼 서얼들 등용에도 힘쓰고 흉년이 들 때는 검소함을 손수 실천하기까지 한 왕이다. 그러나 안동김씨의 세력이 많은 것을 쥐고 있어 왕권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이 많이 부족해 어찌 할 수 없었던 왕이다.
반면, 흥선군은 안동김씨의 세상으로 변한 조선의 작금을 한탄하며 그 속에 전주이씨의 왕족으로 목숨을 부지하고 자식의 세대에라도 왕권을 다시 찾고자하는 야망을 가진 인물로 체면과 자존심도 버리고 안동김씨의 세도가에게 자신을 납작 엎드리는 일도 서슴치 않는다. 이는 훗날을 기약하기 위해서 다부진 결단을 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왕족이지만 철종과 흥선군은 너무나 다른 꿈을 꾼 인물이지 않나 싶다.
한 번도 왕이 되고자 한 적이 없는데 강제로 끌려와 왕이 된 철종, 사랑했던 사람과 동무들, 고굉지신과 유악지신을 모두 잃고 수족을 다 잘라냈다. 허울뿐인 왕, 아군이 전혀 없는 혈혈단신으로 인사권이 없는 군주에게 존경도, 신뢰도 아군도 따르지 않았던 그. 병의 위중함을 감지했음에도 약원이나 안동 김씨들에게 철저히 비밀로 부쳐야 했던 그. 후대 왕을 옹립해 세도정치를 이어가는 말미를 주지않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안타깝게 느껴진 비운의 왕을 새롭게 조명한 작품이다.
왕의 위안이 되었던 혜각사의 선사와 철종의 보모상궁의 연, 상선과 정상궁의 연, 봉이와 친구들, 그리고 왕을 위해 목숨을 바쳐 지켜냈던 충절의 도승지와 상선, 대왕대비와 왕대비의 권력을 위한 암투, 흥선군의 야망도 엿볼 수 있는 팩트가 강한 소설이다. 비극적인 철종의 삶이 가슴 먹먹해지지만 그동안 알고 있던 철종의 인간적인 면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