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혹자는 운명은 자신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그런 것은 미신에 불과하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치부하곤 한다.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많은 난관에 봉착하기도 그 기운을 넘어 다시 새로운 기회와 운이 반갑게 따라주는 경우도 있으므로 우연이 아닌 “운명”을 의심해 보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사람들은 그 운이 언제쯤 올지 나에게 불운이 찾아오는 때가 있는지 대비하기 위해 아니면 그저 재미삼아 해마다 신년운수 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서양의 문물이 들어오고 부터는 신년운수의 대세인 토정비결이 아닌 타로 점으로도 많이 본다. 특히 연애나 결혼, 직장에 대한 궁금증이 가장 많은 젊은 사람들이 재미삼아 타로를 자주 보고 있어 타로카페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그렇게 재미삼아 보곤 했던 타로카드가 한 종류가 아니란 사실은 알았지만 최근 르노르망 카드에 대해서는 처음 들어보았고, 관련 된 [미래를 읽는 그랑 르노르망 카드]란 책이 보이기에 관심을 가지고 펼쳐 보게 되었다. 이 카드를 제작한 마드무아젤 르노르망은 실존 인물로, 프랑스 혁명이 한창이던 18세기 말 활동하면서 혁명가들과 고위 관료, 정계의 인사들이 자신의 미래를 알아보기 위해 그녀를 찾곤 했다고 한다. 그들의 미래를 점쳤던 총 54장으로 구성된 [그랑 르노르망 카드]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이미지들로 미래를 읽어내는 형식인데, 트럼프 카드와 12궁의 별자리 그리고 꽃말과 알파벳과 흙점이 포함되어 있는 아주 독특한 카드다. 신화의 결말과 해당되는 카드 속 이미지의 맥락이 연결고리가 되어 해독함으로써 보다 적중력이 높은 점괘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책은 저자에 대한 소개와 카드 구성과 해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래가 확실치 않은 타로와 달리 그랑 르노르망 카드는 나폴레옹 시대 프랑스의 카드점술가였던 마리 안느 아델라이드 르노르망(1772∼1843)이 창안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이 카드는 남녀 상담자 카드 2장을 제외한 52장의 일반 트럼프 카드 매수와 같은 구성으로 되어 있다. 카드를 해독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중심 주제를 가지고 있는 이미지들로 이아손과 황금양털의 신화, 트로이전쟁신화, 연금술, 뜻밖의 사건들, 시간의 질서와 별자리 이렇게 다섯 가지의 주제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리고 각 카드별 이미지의 중심주제와 소주제, 꽃과 꽃말, 종합적 해석을 통해 식물이나 숫자, 신화 흙점 등이 서양에서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설명함으로써 각 카드가 가진 해독의 실마리를 찾게 한다. 이렇게 의미를 다 파악했다면 실천해 볼 수 있는 카드의 배열을 위한 기본수칙과 유의사항을 통해 어떻게 읽어낼 수 있는지 소개하고 있다.
예전 할머니들이 집에서 하루 일상을 화투점으로 보던 방법과 같이 이 카드를 통해 일상을 읽어보는 재미가 있을 듯해서 재미있게 느껴진다. 타로점을 보는 분들이 봐도 좋겠지만 타로에 대한 관심만 있다면 흥미롭게 이 책을 만날 수 있을 듯하다. 저자인 김세리님이 이 카드는 그리스로마 신화와 서양문화사를 읽어내는 책이라 했는데 다 읽고 나니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