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무렵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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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여울물소리]을 마지막으로, 기나긴 침잠끝 결실. 신작을 만나기까지 어언 3년, 그만큼 기대도 크다.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은 190여쪽의 소설 [해질무렵]이다. 첫사랑의 이별과 지금은 재개발되어 사라진 어린시절 추억의 산동네 달골. 격변하는 7080년 현대사를 관통하는 시대적배경의 리얼리즘을 담아내고 있다.

개천에서 용나던 게 가능했던 시절, 흙수저 물고 태어났어도 공부만 잘해도 대학가면 신분상승이 가능했던 시절이다. 세간에 회자되는 금수저, 은수저이야기처럼 지금은 경계를 넘기가 쉽지 않지만 적어도 그때는 기회와 가능성이 열려있는 시대였다.

모든것은 꿈이다. 그렇지 않은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욕망의 꿈이 이어지다가 현실인 것처럼 실체가 나타나고 그것마저 꿈이 되어 흘러가버린다. -95p

사람은 누구나 꿈을 꾼다. 그러나 살아온 시간보다 살아갈 시간이 짧아진다고 느끼는 나이 때가 되면 대개는 살아온 시간들을 곱씹고 추억하며 살아가게 된다. 꿈을 키웠던 자신의 젊은 날, 그 추억의 장소, 함께한 사람들이 더 선명해지고 그리워지는건, 인생의 헛헛함을 느끼는 시기에 와 있음을 반추하는 것이리라. 못다한 회한도 남겠지만 말이다.

성공한 건축가 박민우는 강의를 마치고 쪽지를 건네받는다. 그 속엔 첫사랑 '차순아'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혀있다. 어린시절 함께했던 산동네 달골마을, 가슴 설렜던 소녀 차순아, 달골의 사나이들 재명이형, 째깐이, 토막이, 섭섭이형, 등 사람들과의 추억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얼마나 벗어나려 애썼던가, 애써 외면하고 싶었던 기억들...

누구나 감추고 싶은 흑역사, 잊고 싶은 추억들은 존재한다. 옛 흔적이 없어진다고해서 잊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모든 것이 미숙하고 풋풋했던 시절, 선택의 여지없이 살아야했던 과거가 있기에 오늘이 존재하지 않았을까?

생계형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반지하방 월세로 살고 있는 정우희. 힘든 현실 속에서도 연극무대를 꿈꾸는 연극 연출가다. 그녀가 동병상련을 느끼며 어려운 삶을 살았던 김민우와 그의 어머니와의 인연이 박민우애게로 그녀를 이끌게된다.

근현대사회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생에 담아 살아냈던 사람들과 지금 불황의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 세대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소설이다. 그 점이 더 마음을 어지럽게하고 추억하게 한다.

짧지만 깊은 삶의 고뇌를 이 한편의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여낸 작가 황석영. 거장의 작품은 역시 다름을 다시한번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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