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어디서왔는가?는 아마도 끊임없이 자문해보는 사색거리가
아닌가싶다. 우린 태어나면서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 시한부 인생이지만 항상 그 점을 잊고 살고있다. 나이가 들면 삶의 깊이처럼 파고 드는
주름조차 거부하고 싶은 안티에이징에 매달려 죽음이 가까움을 쫓고 싶은지도 모른다. 영생할 수 없는 생명이란걸 알면서도 왠지 두려운 죽음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죽음이후의 세계가 정확히 어떻게 구축되어 있는지 안다면 좋으련만 그걸 모르니 죽음을 받아드리는
입장에서 두려울 수밖에 ... 그래서 종교를 가지고자 하는지도 모른다.
때론 가까운 지인을 잃은 상실의 슬픔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산자의 삶을 들여다 보자면 도저히 삶이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된다. 죽은자의 영혼이 존재한다면 이를 어떻게 바라볼까? 우리 문화 속엔
무당이 있어 죽은자의 목소리를 들려 주었었다. 서양엔 이럴 역할을 하는 영매가 있다고 한다. 죽은자와 산자의 연결고리이자 안내자인 영매의
에세이를 통해 정확히 영매가 어떤일을 하는지, 영혼과의 교감을 통해 어떤 느낌을 갖는지 어떤 이야기를 우리에게 해주고 싶은지 궁금해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죽음은 정말 작별이 아닐까? 죽은 뒤 영혼은 어디로 가게 되는 걸까?
책의 저자 테레사 카푸토는 네 살때부터 영혼을
보기 시작했고 깊은 신앙을 갖고 있음에도 매번 나타나는 영혼으로 인해 남들과 다른 삶으로 고통을 받게 된다. 래리를 만나 결혼을 하고 두 자녀와
함께 살면서도 심리적으로 불안한 생활에 심리치료로도 받았지만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러던중 팻 롱고에서 영혼과의 채널링 하는 것을 배우게
되면서 점차 안정을 찾아가게 된다. 아마도 우리의 문화속에 무당의 말처럼 신내리는 것을 거부하면 얻는 신병이 아니었나 싶다. 영혼과의 교감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영매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영매로서의 삶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고 자신을 찾는 사람들에게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나 죽은사람과
산사람을 화해 시켜주는 역할을 시작하게 된다....
무엇보다 가장 궁금했던 죽은 영혼은 어딜 가는지의 이야기다. 죽음으로 분리된
영혼은 빛을 따라 신에게로 가는데 물질 세계에 존재했던 우리가 신의 에너지의 한 조각이라 한다. 그녀는 우리 영혼의 궁극적 목적이 물질 세계에서
많은 윤회를 거듭하며 우리의 영혼을 영적으로 발전시킬 배움을 얻는 것이라고 말한다. 말하자면 이 생에서 무엇을 배우고 성장하였는지 다음 생에서도
계속 배우며 성장하는 삶을 살아야 영적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윤회의 이야기는 얼마전 [세상의 이치를 터놓고 말하다]란 책의 저자 사이토
히토리의 사고와 비슷한 이야기다. 왠지 윤회를 통한 영혼의 성장이란 말이 관심이 가게 한다. 이 책을 읽다보니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채사장님의 언급하신 [티벳 사자의 서]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더 든다. 어렴풋하게 알기론 영혼의 이야기가 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더욱
그러하기 때문이다. 산자와 죽은자의 소통역할을 하는 영매의 이야기가 우리가 사는 삶에 소통과 힘을 주는 영매사의 에세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