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의 추리소설 대가 중 한명인 미야베 미유키. 그녀의 작품은 이 더운 여름 휴가지에서 읽으면 좋을까 싶어 마주했다. 섬세한 추리면서 너무 판타지 하지 않고 잔인하지도 않은 작품. 바로 이 소설이다. 생활 밀착형 사회문제들이 바로 옆에서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듯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소설 속 대기업 총수의 딸 나호코와 결혼해 장인회사의 사보 편집자이자 탐정 일을 하고 있는 스기무라 사부로. 인터뷰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가던 중 상사인 소노다 편집장과 버스에 올랐다가 권총을 든 노인이 벌인 버스납치 사건의 인질이 된다. 그런데 그 노인은 다른 범죄자들과 많이 다르다.

 

말솜씨도 남다르고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는 능력이 탁월해 보였던 그 노인. 권총을 들어 위협은 했지만 사람들의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게 했다. 인질들에게 경찰과 대치 중 세 사람을 데려오라는 요구조건을 제시하지만, 인질들에겐 사죄의 의미로 위자료를 주겠다고 약속한다.

 

내가 그 버스의 인질이었다면 어땠을까? 사람이 많지 않은 버스를 납치해 최소화하면서 경찰의 힘을 빌리고 싶었던 노인. 인질들에게 생활에 필요자금을 위자료를 주겠다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넘겼을 것이다. 거짓말일 거라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진짜 우리에게 위자료를 지불할 능력 있는 노인이었으면 하는 기대, 범인과 공범이 되는 듯한 죄책감. 다양한 생각에 고뇌가 깊었을 것이다.

 

다행히 경찰에 버스가 진압되고 노인은 자살하여 사건이 마무리 된 듯했는데 한 달 후 정말 위자료가 택배로 도착한다. 그래서 노인의 말처럼 위자료로 생각하고 경찰에 알리자 말아야 하는지 신고해야 하는지 그들은 모여 의논하게 된다. 일단 스기무라가 노인이 찾는 세 사람과 택배를 보낸 사람을 찾은 후 결정하기로 의견을 모은다.

 

그러던 중 드러나는 다단계 상술 피해가 속출하는 사기사건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이를 보면서 언젠가 대학생들을 다단계에 끌어들여 빚을 지고 집단 합숙한 사건의 뉴스가 기억이 났다. 고가의 상품을 강매하고 친구를 끌어들이고 피라미드 구조조직의 상위가 되기 위해 세뇌교육하다시피 하는 이들의 이야기. 비단 일본의 사회 사건만이 아니다. 그런가 하면 직장내 성희롱의 문제도 공감하게 되며 하나하나 실마리를 풀어가는 이야기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장편소설 중 860여쪽의 방대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내 주위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여서 더욱더 몰입해 볼 수 있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