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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평점 :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청소년 문학을 탐독하던 때. 나라 색을 배제하고 순순히 작가에 꽂히게 된 작품 [공중 그네]. 이를 통해 알게 된 오쿠다 히데오의 매력은 사회적 풍자와 웃음 속 공감이 가득했던 점이다. 사회적 통념에서 허를 찌르는 통쾌한 객기 속 카타르시스, 우리와 다르면서도 비슷한 문화나 사고가 있어서 그런지 스토리나 다양한 등장 캐릭터의 인간적인 면에 흠뻑 빠져들기에 충분했다. 그런 작가이기에 그 이름만으로도 이 책에 대한 설레임을 갖게 한다.
새로 출간된 [가나코와 나오미]. 그동안과는 사뭇 다른 스릴과 서스펜스가 강화된 조금 다른 장르였다. 분량이 있는 장편 488쪽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인 두 여자. 이에 동조하게 되는 독자가 한 마음이 되어 가슴 졸이며 나아가다보니 눈은 마지막 장을 쫓고 있었다.
백화점 외판부에 근무하며 VIP고객들 상대를 하고 있는 나오미. 은행원과 결혼했지만 가정폭력의 그늘에 무기력해진 전업주부 가나코. 그녀들은 절친이다. 어린 시절 폭력적인 아버지의 모습에 항상 불안했던 트라우마를 가진 독신녀 나오미가 현재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가나코를 보면서 구해줘야겠다는 일념으로 그녀의 남편실종계획을 세우는 클리언스 플랜을 짜게 된다.
아이가 아직 없는 가나코이기에 남편의 폭력에 대항해 이혼을 생각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지만, 한편 이해도 간다. 사회적 장치가 무색하게 종종 보도되는 가정폭력사건들을 보면서 가나코는 남편의 협박과 폭력에 순응하며 어둠에 갇혀 무기력한 모습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그녀의 친구 나오미가 남편살해 제안을 했을 때야 비로소 가나코는 희망의 빛, 행복과 자유를 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용기도 냈다. 하지만 이 방법만이 그녀에게 진정한 최선일지는 현실에선 좀 현명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여기에선 소설이니까 넘어가지만 말이다.
그녀들이 플랜을 실행에 옮기면서 살인, 시체처리, 실종처리를 위한 계획 등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렇게 치밀하다고 생각한 계획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한다. 하나 둘 허술한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짜내지만 거듭되는 구멍들이 늘어나면서 그녀들을 옥죄어 오기 시작한다.....
‘살인’ 엄밀히 말하면 어떠한 경우라도 용서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나코와 나오미에게 마음이 쓰이는 건 아마도 이 세상의 약자에게 사회적 제도가 보호의 울타리가 되기엔 아직 멀고, 가정폭력으로부터 벗어나도록 그녀들에게 날개를 주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하게 느껴져서 일지 모른다.
긴장감, 속도감, 탄탄한 구성, 뭐하나 빠지지 않는 스릴과 서스펜스의 도가니다. 여름휴가 때 가져 가서 읽어도 좋을 만한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